“국제 문화 교류--한류를 중심으로” (문연회 1월 발표 예고)

        1990년대 말부터 아시아에서 일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의 열풍을 “韓流”(Korean Wave)로 표현한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그리고 대만, 동남아시아, 그리고 일본, 최근에는 남미, 프랑스, 미국으로까지 진출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일대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아시아를 여행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들은 한국의 드라마, 노래, 패션, 음식 등 대중문화, 나아가서 한국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좋아한다. 그러니 그들이 언제부터 한국어, 한글, 한국예술 등 한국 문화 내부의 깊이에까지 관심을 가졌을까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올해 첫 文硏會 (또는 文戀會)의 화두를 “國際 文化 交流--韓流를 中心으로” 로 잡아 보았다. 국제 문화 교류로서의 한류는 오래 전 선사 시대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나, 고고학적 자료가 부족하여. 단지 추론이 가능할 뿐이므로, 아마추어 역사가인 나로서는 韓流의 基源을 역사시대로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인류 문명의 발달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기후, 수자원, 식량, 그리고 도구, 문자 등을 드는데, 통상 그 문명을 형성하는 집단의 사용 도구의 특징에 따라 인류 문명을 석기문명, 청동기 문명, 철기 문명으로 구분(19세기 덴마크의 박물관장이었던 톰센(Thomsen)의 인류 문명의 삼시대 분류법)하는 것은 그 사용 도구의 발전이 문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 시대까지의 연대 설정은 고고학의 영영에 속하기 때문에, 각국과 각 지역의 유적을 발굴 사례의 과다, 고증의 방법, 특히 고고학적 연구의 축적 정도에 의해 연대 설정이 달라지기 마련이라서, 각국의 고고학적 추론에 의한 연대를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초기” 철기시대 (사실 오늘까지도 철기시대라 할 수 있다)에서는 역사 문헌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으므로, 이 기간을 고고학과 역사학의 공동 영역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 그 연대나 사실 추정이 그 전 시대에 비해 훨씬 신뢰성이 있다고 가정하고 풀어볼 수밖에!

       쇠(철)의 생산과 표음 문자의 시초인 페니키아 문자의 사용에 힘입어 지중해 초기 철기 문명을 주도한 페니키아에 이어, 아씨리아 제국, 신 바빌론제국, 페르샤 제국,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이 지역의 초기 철기 문명을 대표한다. 그리고, 지중해 동쪽 해안을 중심으로 발달한 이들 초기 철기 문명은 소아시아를 거쳐 흑해 북안의 스키타이로, 그리고 이란 고원을 거쳐 중앙 아시아로, 초원길을 통해 몽골, 중국으로, 그리고 기원 전 4세기에는 드디어 쥬신(고조선)과 만난다. (또 다른 두 길, 즉 비단길, 바닷길도 활용되었으리라 추정되며, 이는 후대에 와서 더욱 본격적으로 활용되었다.) 쥬신에서 고구려로 전수된 초기 철기 문명은 기원전 1세기 경에는 육로를 통하여 백제와 해로(발해와 서해)를 통하여 가야로, 육로와 해로(동해)를 거쳐 신라로 전해지면서 거대한 유라시아 문화 교류의 첫 장을 열었다. 이를 초기 철기시대의 국제 문화 교류라고 해 두자. 여기서 대륙과 해양은 두 개의 필수적인 문명 전파의 통로가 되었다.-- (항공기와 전파 기구의 발명 이전이었으므로!)

        철기시대 제2기(이 때부터는 본격적인 역사 시대이다)의 “우리나라로부터의 문화교류,” 즉 “韓流”는 가야로부터 시작된다. 가야는 거의 건국 초기부터 일본과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기원후 2-3세기에는 이미 상당한 교류가 진행되었고 여기에 백제가 가세하면서 남한으로부터의 고급 문화는 일본으로 대거 유입되었다. 이 시기를 “한류시대 제1기”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초기 조몬 문화, 야요이 문화는 이 시대 한류의 산물이다. “한류 시대 제2기”는 강력한 왕조국가들이 만주와 한반도를 지배하던 기원 후 5~7세기를 전후하여 일어났다. 먼저 4세기 서해를 통해 일본에 아스카(飛鳥) 문화를 형성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日本書記” 참조) 백제는 북으로는 발해를 통해 요서에 西百濟를 태동시켰다,(일군의 재야 사학자들의 주장) 그러다 고구려도 400년 A.D.에 신라를 침공한 왜와 가야를 응징한 광개토태왕 이래 일본 문화 발전에 기여하였으며, 특히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 668년 A.D. 직후에는 두 나라와 신라계의 지도급 인물들이 왜에 건너가 일본의 정계를 흔들어 놓았다.  일본 4대 고전 중 하나인 “萬葉集:만엽집”에는, 吏頭 형식으로 표현된 가야어, 백제어, 고구려어, 신라어로 이러한 사실들을 모두 기록하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연구가 이미 20년 전에 발표되었다.-- (이영희, “노래하는 역사 (1994)” 참조)

       "한류시대 제3기"는 통일신라 시대에 일어났다. 통일신라 시대에는 신라와 발해가 모두 뛰어난 해상활동을 했는데, 특히 신라와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신라인들의 해외 진출이 많아져서 중국 산동성 등지에 新羅坊과 新羅所가 설치되기도 한다. 이처럼 중국에 진출한 신라인들은 동북아시아의 해상을 무대로 능동적인 활동을 하였으며 張保皐라는 해상왕을 탄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장보고는 당나라에서 활동하다 귀국하여 흥덕왕 3년(828년 A.D.)에 淸海鎭 (현재의 완도)을 설치하고 중국,·일본을 잇는 해상무역을 전개하여 동북아의 해상제해권을 장악하였다. 장보고의 이러한 활약은 바다를 다스릴 줄 알았던 신라인들의 뛰어난 조선술과 항해술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이 사용한 배를 交關船:교관선이라 한다. 통일신라의 해상활동은 우리 나라 해양문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우선 이 정도로 우리 역사 상의 통일신라 시대까지의 한류를 살펴보았는데, 여기서 발견되는 특징은 이 오래된 한류들이 모두 “바다”를 통해 해외로 나아갔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 당시의 우리 나라들의 해양 기술이 엄청 좋았다는 것을 나타내는데, 왜 그것으로 더 강력한 국가를 만들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 하는 애석함이 남는다. 일전에 스칸디나비아 제국을 방문했을 때, 그들은 우수한 조선기술로 그 당시 문명국이었던 프랑스, 영국, 독일을 쑥대밭으로 만든 바이킹(Viking)족의 활동이 그들을 제대로 된 나라로 만드는 초석이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해 볼 때 그러한 느낌은 확대되었다. 서론이 너무 길었던 관계로, 정작 본론이 되는 “문연회 1월 발표 내용 소개”는 여기에 싣지 않고 게시판에 옆가지를 쳐서 실으려고 하니, 여기까지 읽어 주신 동기 제위께서는 미안하지만 하루를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