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오늘은 文硏會 正月 발표의 주제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약 2년전, 平友會 모임에서 정말 오랜만에 모습을 나타낸 鄭 泰潤 同期,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했더니 어느새 作家가 되어 있었다. 소설 “양귀비 탐라 방문기”로 신인상을 수상하고 문단에 데뷔한 정 동기는 그 당시 최근작 “鄭 和 艦隊의 꿈, 正音에 이르다”(2010)를 출간한 후였다. 한동안 또 볼 기회가 없다가 지난해 11월 문화사 연구회 모임에서 정 석진 동기의 淸朝史 발표 후에, 그를 한번 초청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 취지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조선 시대에 있어서의 국제 문화 교류 차원에서, 淸/朝鮮 간의 문화교류가 자연적으로 “明/朝鮮 시대의 文化交流”으로 관심이 확대되었다는 점, 둘째는 정 화라는 돌궐계 중국인으로 비롯된 대항해의 업적이 어떻게 우리의 자랑인 훈민정음 창제로 연결된 것일까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것은 韓流에 대조되는 개념으로 華流라고 할 수 있으며, 훈민정음의 창제는 그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기꺼이 발표 제의를 받아들인 정 동기에게, 이 두 가지 의도를 전달하되, 그러나 발표의 초점은 훈민정음 창제 부분에 맞춰 달라고 했다. 그 이유는 훈민정음 창제가 그의 소설 “정화 함대의 꿈...정음에 이르다”의 핵심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훈민정음 창제의 비밀에 대한 관심은 정 동기의 설명을 들어보면, 삼성전자가 휴대폰 개발을 시작하던 '80년대 후반, 정 동기가 그 회사의 통신부문 기획실에서 일하고 있을 때 한글의 우수성에 관해 특별한 인식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훈민정음 창제의 비밀을 추적하고 싶은 동기가 생겨났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접근법은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들과는 동떨어진, 명나라 초기 중국 연안으로부터 시작하여 동남아 해안, 인도양, 아라비아 해안, 동중국해, 아프리카 해안에 걸친 대항해를 이룩한 鄭 和 艦隊의 항해 업적에 관한 역사적 사실에다 그의 상상력을 가미한 것이므로, 그의 역사 접근법에는 facta(事實 중심: 근대(modern) 史論的 요소)과 ficta(假想 중심: 포스트모던(post-modern) 史論的 요소)가 공존한다고 할까?

       그러다 보니 나는 이 소설의 근거를 제공한 鄭 和라는 人物이 궁금해졌다. 鄭 和, 그는 중국 운남성 곤명 출신으로 중앙아시아 이슬람 교도이다. 그는 환관으로서, 明 成祖(永樂帝)가 왕위에 오르는 데 큰 공을 세워, 당시 명 태조의 海禁令에 의해 바다로 나가는 것이 금지되었던 명의 정책을 바꾸어 놓기까지 해서 대항해의 꿈을 이룬 사람이다. 명 성조의 비호 아래 명의 국위를 선양하고, 조공 관계 확립, 또 아시아, 아프리카 나라들과의 해상교역을 추진의 목적을 가지고, 남경을 출발한 그의 함대는 동남 아시아를 돌아 인도 서해안을 거쳐 중동에 이르렀고, 다시 배를 돌려 아프리카 소말리아까지 총 28년간 7차에 걸친 바다 원정으로, 교역을 통해 수많은 물자와 정보를 가지고 돌아왔다는 것이 공인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 성조 사후 명나라는 다시 태조의 해금령으로 돌아가 바다와의 모든 인연을 끊음으로써 만리장성 안의 육지에만 갇혀서 후일 北虜南倭의 고초를 겪다가 멸망하고 말았으니, 明의 歷史는 바다를 포기한 나라의 운명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그러나 “정 화 함대의 꿈.....”이 정말 궁금한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정 화의 조선과의 연결점(Korean connection)이다. 영락제 사후에, 아무도 정 화가 대항해를 거쳐 쌓아온 모든 서책, 정보를 받아줄 관심조차 없었던 명 조정에 환멸을 느꼈을 것이고, 이 情報의 寶庫는 조선의 충녕대군 시절 이후 세종에게 어떤 경로를 통하여 전달된 것이라 짐작된다. 正史에는 그리 부각되지 않은 사실이지만 그는 같은 중국 내 소수민족으로서 원나라에 헌납되었던 高麗 貢女 출신으로 구성된 紅花와 중국 연안의 고려인으로 구성된 沙民과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고려 공녀? 라고 하면 고려가 원나라에 갖다 바친 공녀 출신 奇皇后가 떠오른다. (요즘, 假想 역사 드라마, “기황후”가 한참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원나라 말기에 기황후를 중심으로 형성된 고려 공녀 비밀결사대인 홍화는 정 화와의 끈적한 유대관계로 중국 최대의 정보기관인 동창과 연계가 되어 고려와의 연결을 도모하여 나름대로 고려를 도우는 역할을 했는데, 원/명이 교체되고 고려/조선이 교체된 후에도 명의 조정에서 조선을 도우는 역할을 함으로써 정 화 함대가 이룬 꿈을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해 냈으니, 우리로서는 매우 고마운 단체이었던 것이다.

       훈민정음의 창제와 정 화 함대의 업적과의 연관이라? 그것은 기존의 집현전 학자 (박팽년· 성삼문· 이개· 최항· 신숙주)들의 업적과의 연계, 또는 조선 초기 속리산 복천암에 거주하던 信眉대사와의 연관설보다도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이유는 바로 앞의 게시판 글 (#2402), “국제 문화 교류”의 관점으로 볼 때 개연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정 화 함대와의 연계설, 그것은 아직까지 검정된 정설은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훈민정음 창제의 비밀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설 중에 검정된 정설은 하나도 없다. “집현전 학자 창제 주도설”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신미 대사 역할설”도 근거가 매우 희박하다. 또 무언가? 어떤 학자들은 “세종 혼자의 노력의 결과”이라 한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국제 문화 교류 없이 그것이 가능했을까? 그리고 보면 정화 함대 연관설이 큰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그 설득력을 ”정화 함대의 꿈, 정음에 이르다“의 저자)인 정 태윤 동기로부터 직접 들어 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아래에 2014년 정월 문화사 연구회 발표 안내를 싣습니다.

이번 문연회 정월 발표의 강사는 정 태윤 동기(“정화 함대의 꿈, 정음에 이르다”의 저자)

발표 주제는 “明/朝鮮 初記의 文化 交流,

발표 제목은 “訓民正音 創製의 時代 背景”입니다.

발표 일시는 정월 14일 (화) 오후 6시이며 장소는 지난번과 같은 한울빌딩 지하 1층,

     서초 밤비니 어학원 세미나실입니다.

발표 30분 전인 5시 반부터 개장하니 이때부터 오셔도 좋겠습니다. 날씨가 매우 추울

     경우,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단단히 무장 요망.

       정 동기의 “文硏會 發表의 辯(변)”을 본 게시판에 옆가지에 실을 예정이니 많이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참고로, 정 동기가 보내준 “發表 아우트라인 草本”을 첨부하니 一瞥 바랍니다.

       한 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