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현대인들은 항상 불안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불안은 욕망의 하녀'라고 결론짓는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가장 큰 욕망은 무엇일까? 그것은 생물학적인 생존 본능을 제외한다면, 아마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일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느끼는 불안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지위를 향한 욕망과 관련되어 있음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인간 속성에 대한 심오한 탐구서이자 설명서이다. 저자는 멀게는 1500년 전까지의 기록들을 독파하며 과거 2천 년 동안의 인간 욕망의 역사를 통찰하며 그로 인한 불안의 원인과 요소 그리고 불안을 극복하는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지위(법적 ,직업적 신분)란 사회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위치 즉 세상의 눈으로 보는 사람의 가치나 중요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인간에게 지위가 중요한 것은 주위의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의해 자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신감을 갖거나 좌절하기 때문이다. 즉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높은 지위를 부여받은 집단은 사회마다 각양각색이었다. 사냥꾼, 군인, 성직자, 귀족, 시인.. 등 그러다가 서양에서는 약 1776년 이후 부터 경제적인 성취에 따라 지위가 부여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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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원인과 요소들은 무엇인가?

사람은 어른이 된 후 두 가지의 커다란 사랑을 갈구한다. 성적(낭만적)인 사랑과 세상이 주는 사랑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 사랑은 문학과 예술의 주재료를 이루고 우리의 삶을 관장한다. 높은 지위를 바라는 마음은 바로 세상의 사랑을 구하는 마음이며 이의 결핍은 불안을 초래한다.

속물근성은 사람의 지위와 인간을 똑같이 보는 것이다. 가난이 낮은 지위에 대한 물질적 형벌이라면 무시와 외면은 세상이 중시하는 속물적 상징을 갖추지 못한 이들에게 주는 감정적 형벌이다. 속물근성은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하며 그 존경 대상은 지배 구조와 속성에 따라 바뀌어 왔다. 결국 두려움이 속물주의의 근원이다. 속물주의를 따르는 인간의 행태는 그 시대상을 표현하는 사회문화 현상이다.  

중세와 근대 초기까지 유럽의 인구 대다수는 농민이었으며 그들은 가난과 기아 질병 등으로 고통을 받다가 마흔 살 전에 죽곤 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에서 불행은 삶의 움직일 수 없는 본질이라고 말했다. 중세 시대에는 귀족들 외에는 생활이 모두 비슷하게 가난했으므로 지위나 가난에 대한 불안이 별로 없이 정신적인 평온을 누릴 수 있었다. 귀족, 농민, 사제, 군인 등의 각 계층별로 부여되는 인간의 역할과 불평등은 정당화되고 자연스럽게 인정되었다. 더구나 그리스도의 가르침의 평등주의적 원리들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신 앞에서는 평등할지 몰라도 이것이 현실에서 평등을 추구할 이유가 된다고 주장한 기독교 정치 이론가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 18세기 초부터 영국에서 시작한 농경 기술과 산업혁명으로 비롯된 대량생산과 문명의 이기 그리고 사회 인프라의 구축에 의한 물질적 진보는 19, 20세기를 지나며 귀족과 평민의 삶의 질적 차이를 점점 없애버렸다. 정치적 평등과 사회적, 경제적 기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오랜 동안 허공을 맴돌다가 마침내 1776년 미국의 독립전쟁에서 구체화 된다. 그리고 19세기 초부터는 종전의 염세주의를 탈피하여 누구나 자신의 결심과 근면, 노력으로 성공 할 수 있는 사회로 변모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자리 잡은 이상은 모든 인간은 날 때부터 평등하며 누구나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무한한 힘이 있다는 믿음이다. 

근대 사회의 문제점은 사람들이 물질적인 부를 얻었지만 더 큰 욕망에 줄기차게 부채질 하며 자신의 뛰어난 성취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근대의 노동자가 작은 것을 갈망하던 과거 원시 시대의 야만인보다 더 행복해 졌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궁핍감은 자기와 비슷하다고 여기는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생긴다. 병사는 장군에게 질투심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내 주위의 친구가 나보다 훨씬 잘 나가는 모습을 보일 때 나의 생활수준과 관계없이 삶에 대한 불만족과 불안은 증가한다. 현대에 이르러 부, 식량, 과학 지식, 소비 물자, 기대 수명, 경제적 기회가 주어져 중세의 조상들은 상상도 못 할 부와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지위에 대한 불안과 궁핍감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다. 평등에 대한 기대와 능력주의는 물질의 풍요와 함께 불안을 증폭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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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에는 도덕적 의미가 있는가? 

19세기와 20세기에는 사회법 전반에서 그리고 대학 교육에서 능력주의와 기회의 평등주의가 정착하였다. 능력과 세속적 지위 사이에 신뢰할만한 관련이 있다는 믿음이 늘어나면서 19세기에, 특히 미국에서는 많은 기독교 사상가들이 돈에 대한 견해를 바꾸었다. 결국 부는 도덕적인 인간에게만 찾아오고 경건한 삶에는 부가 따른다는 믿음이었다. 근대 사회에 이르자 개인적 성취(주로 경제적인 성취를 말한다)가 지위를 결정하게 되었다. 이제 지위는 세대에서 세대로 내려오는 불변의 것이 아니라  급속하게 움직이는 무자비한 경제 내에서 거두는 성과에 달려 있게 되었다. 경제적 특성이 그렇듯이 지위를 얻으려는 노력은 그 결과가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재능, 동료, 운, 고용주, 시대 상황 등 유명해지고 부유해지고 싶은 야망의 달성을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불확실한 요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조직의 피라미드를 성공적으로 기어 올라가는 등반가는 자신이 맡은 일에서 최고라기보다, 문명화된 삶의 관점에서는 인정받기 힘든 여러 가지 음침한 정치적 기술에 가장 숙달된 사람들이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요구와, 도덕적인 의미 그리고 세상의 불확실한 조건 사이의 불균형은 지위에 대한 불안을 끈질기게 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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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해소하는 해법은 무엇인가 

현대에서 성공한 사람이란 인종과 성별을 막론하고 돈, 권력, 명성을 축적한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 사회의 기반은 능력주의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은 그 소유자의 창의성, 용기, 지능, 체력과 윤리적 가치와 미덕의 증거로 인정되었다. 이제 궁핍은 신체적 고통이라기보다는 수치감이 되었다. 그러나 소유나 사회적 성취가 주는 고도의 만족감은 오래 가지 않는다. 행복 수준은 정상에 오르면 곧 불안과 욕망이 뒤엉키는 새로운 저지대로 다시 내려가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이며 물질적인 만족감은 인간관계가 주는 만족감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근대의 상업적 문명은 사람들을 풍요의 세계에서 오히려 더 큰 갈망에 사로잡혀 고통을 겪게 만들고 있다.

철학자들은 보통 사람들과 달리 지위로 인한 불안에 시달리지 않는다. 러스킨은 삶 이외에 다른 부는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삶의 특징은 친절, 호기심, 감수성, 겸손, 경건, 지성을 뜻하며 이는 곧 사랑하는 힘, 기쁨의 힘, 감탄의 힘을 모두 포함하는 삶을 지칭했다. 철학과 이성으로 자기 이미지를 통제하는 것이 불안을 조절하는 한 가지의 길이다. 여론이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많은 가치를 두지 않고 자신의 논리와 이성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일종의 철학적 염세 주의이다.

예술가들이 우리의 삶, 즉 인간의 허영이나 오류, 욕망 그리고 지위와 분배에 대한 문제를 소재로 작품을 창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들은 소설, 희곡, 시, 회화, 영화 등을 통하여 재미있거나 익살스럽게  때로는 진지하게 세상을 진실하고 더 현명하게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예술의 역사는  지위의 체계에 대한 도전, 풍자나 분노가 서려있고 서정적이거나 슬프거나 재미있기도 한 도전으로 가득하다. 예술에는 '삶의 비평'(통찰과 분석)이 녹아 들어있다. 소설의 세계에서 덕의 움직임은 물질적인 부와 별로 관계가 없다.19세기와 20세기, 서양의 거의 모든 위대한 소설들에서는 표준적인 사회적 위계 혹은 경제적 자산이나 혈통보다는 도덕적 가치에 우선 순위를 두게 된다.

17세기 중기 프랑스에는 회화에도 등급이 있었다. 위계의 꼭대기에는 역사화가 있었고 그 다음이 초상화이고 이어서 풍경화, 마지막으로 귀족이 아닌 사람들의 가정생활을 그린 경멸적인 풍속화가 있었다. 예술의 위계는 바깥의 사회적인 위계와  직접적으로 일치했다. 그러다 장- 밥티스트 샤르댕이 1746년 '회복기 환자의 식사'를 그린 이후, 토머스 존스와 크리스텐 쾨브케 등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나 거리와 동네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이들 그림은 혼란스러운 건물이나 도시의 낡은 창문 저 너머로 위대한 소설에서 등장하는 삶에 못지않게 복잡함, 정열, 권태, 유머, 절망 등이 뒤섞인 삶이 담겨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위대한 화가들은 소설가들처럼 세상에서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해서 지배적인 물질적 관념과 속물적 관념을 교정하는데 도움을 준다.

폐허는 세속적 권력이라는 불안정한 보답을 위해 평화를 포기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일깨워 준다.1787년 괴테는 폼페이를 두 번 찾은 후 이렇게 썼다. '세상에는 많은 재난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것처럼 후세 사람들에게 많은 오락거리를 준 재난은 없다.' 그가 말하는 '오락거리'는 재미가 아니라 허무에서 느끼는 불안감의 해소일 것이다. 광대한 풍경역시 폐허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불안을 감소시키는 좋은 치유책이 된다.

종교는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톨스토이는 중편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죽음을 생각하며 세속적인 것보다 영적인 것을, 파티보다는 진실과 사랑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얻은 후에 쓴 '참회록'에서 자신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가치나 신의 가치를 따라 산 것이 아니라 사회의 가치를 따라 살았기 때문에 권력에 대한 집착, 호색, 오만, 분노, 복수를 존중하였고 그로 인한 불안한 욕망을 품게 되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결국 그의 '삶에 대한 의문'을 가라앉힌 답은 신이었고 그는 여생을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순종하여 살게 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세속적인 가치 체계와 기독교적인 가치체계를 각각 '세속 도시'와 '신의 도시'로 불렀다. 후자가 대표하는 영적 지위는 현실에서 낮은 지위로 인한 불안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 죽음을 생각하는 관점에서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랑, 선, 진정한 사회관계, 겸손, 친절 등의 미덕으로 귀결된다. '죽음은 우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거룩한 부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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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알랭 드 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