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마철이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랜 가뭄 끝이라 무척 반가운 비다. 

다만, 지구 온난화 탓인지 과거의 장마처럼 하루 종일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간헐적, 국지적으로 내릴 때가 많고 호우일 때도 잦은 것이 흠이다.

요즘의 비는 과거보다 덜 낭만적인 것이다. 나의 경우, 매년 봄 혹은 여름에

마음을 적시는(폭우나 소낙비가 아닌..) 듯. 비가 내릴 때면 반드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시,

폴 베를렌의 '내 마음속에  비가 내리네'가 있다. 

창밖, 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비는 우울함과 낭만 그리고 평온함을 

동시에 자극한다. 빗 소리를 들으며 지나간 세월(주로 슬프거나 아름다웠던..)의

추억들을 차분한 마음으로 되새기며, '모든 것은 지나간다'라는 태생적 우수(憂愁)에

잠시 젖어보는 것도 일종의 행복이 아닐지~

*It Rains in My Heart (Il pleure dans mon coeur), by Paul Verlaine

It rains in my heart
As it rains on the town,
What languor so dark
That it soaks to my heart?

내 마음속에 비가 내리네
마을에 비가 내리듯
내 가슴속을 적셔 주는 
이 어두운 우울함은 무엇일까?

Oh sweet sound of the rain
On the earth and the roofs!
For the dull heart again,
Oh the song of the rain!

아~ 땅과 지붕 위에 내리는
감미로운 빗소리!
내 우울한 마음을 위한
비의 노래인가!

It rains for no reason
In this heart that lacks heart.
What? And no treason?
It’s grief without reason.

사랑 없는 이 가슴에
하염없이 비가 내리네
뭐라고, 배신이 아니라고?
이 슬픔은 이유가 없네

By far the worst pain,
Without hatred, or love,
Yet no way to explain
Why my heart feels such pain!

가장 괴로운 이 고통,
증오나 사랑도 없건만~
왜, 내 가슴이 이토록 아픈지!
설명할 수가 없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