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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댕이의 추억 작성일 : 깍두기47 / 작성일 : 2018-06-14 / 조회수 : 798 ♥ 좋아요 : 1
밴댕이의 추억 초여름 모내기 철이 되니 밴댕이가 한창이다. 강화도를 마주 놓은 김포 바닷가 마을에 흔한 찬거리는 새우나 달랑게인데 모내기 철이 되면 밴댕이가 한 몫을 한다. 회로 먹고, 무쳐서 먹고, 구워 먹고, 젓갈도 담근다. 생선회 중에서 고소하기로는 며느리 불러 들이는 전어보다 한 수 위고, 참치 뱃살이나 광어 지느러미의 반열에 오른다. 상추에 얹어 된장과 풋고추나 마늘 한 조각을 올려 싸 먹으면 그만이다. 그런 밴댕이가 속이 좁고 성질머리 못 돼 먹은 놈의 대명사가 되기도 한다. 생선중에 속알지가 작기로는 병어도 못지 않은데 왜 밴댕이만 오명을 쓰고 있을까? 어릴 때 동생이 울며 불며 덤벼서 싸움이 커지면 어머니는 항상 동생 편에서 나를 나무라시는 데 거기에 밴댕이가 등장한다. "너는 형이 되어 동생을 너그럽게 잘 관리하여야지... 좀 참지 않고 밴댕이 속알지 같은 성질 또 부리냐?" 그 땐 형한테 덤비면 못 쓴다고 동생을 나무라지 않으신 어머니께 서운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다. 그리고 속알지를 부릴 대상도 없어지고 오히려 속알지 부림의 대상이 되어 찌그러져 있는 요즘의 나를 어머니께서 보시면 무슨 생선에 비유를 하실까 궁금하다. 아마도 얼간 망둥이? 어머니께서는 노년에 입맛을 잃으셨을 때도 밴댕이 회는 매우 좋아 하셔서 매년 이맘때면 강화도에 모시고 가곤 했다. 그런데 그 흔하던 밴댕이는 누가 다 먹었을까? 요즘은 김포 강화에서 밴댕이가 잘 안 잡혀서 대개가 남쪽에서 올라오는 냉동 밴댕이가 많은데 활어회는 힘들어도 선어든 해동이든 철 지나기 전에 많이 먹어야겠다. 조기나 명태처럼 수입해서 먹게 될까 걱정도 된다. 예전에 광해군 때의 야담집 어우여담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해 여기에 옮겨 봅니다. 김인복이라는 노인이 짧은 갓끈을 겨우 턱에 걸치고 명품이라고 뽐내는 시골 양반을 놀려 주려고 불러 앉혀 이야기를 하는데 "인천 안산 앞바다에서 그물로 잡은 밴댕이가 시장에 나오면 그놈을 사다 기름간장을 바른 후 석쇠에 구우면 냄새가 코끝을 진동하지요. 그러면 상추 잎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기름이 잘잘 흐르는 햅쌀밥 한 숟갈을 듬뿍 떠서 달고 고소한 된장을 얹은 위에다 노릿하게 구워진 밴댕이를 올려놓고 부산포의 일본 상품 쌈 싸듯 쌈을 싼단 말이오. 그러고는 장사꾼 짐 들어 올리듯 두 손으로 들어 올려 종루에서 파루를 치면 남대문이 열리듯 입을 떡 벌리고 밀어 넣는데······." 이 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시골 선비도 따라서 입을 벌리다 짧은 갓끈이 그만 뚝 끊어져 수정 알이 땅으로 굴러떨어졌다.

박인철(59.7.33.129) 2018-06-14 14:09:37

나도 이런저런 인연으로 강화나 김포 쪽을 자주 나가는 편이므로 밴댕이를 먹어본 일이 있으나 그토록 화려한 추억은 많지 않으며 특히 내게 하나 밖에 없는 누이는 내게 늘 관대하였으므로 다툰 일은 그리 없었다. 그러나 밴댕이에 얽힌 어머니에 대한 잔잔한 추억을 그린 부분은 내 가슴을 두드리기에 충분하다.

불현듯 살아생전에 어머니께 감사하다는 말씀 한번 드리지 못하고 하직한 것을 이즈음 못 내 죄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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