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는 것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앎을 얻는가
작성일 :
安 允玉 / 작성일 :
2021-01-29 /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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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가 올린 ‘아는 것, 느끼는 것, 실천하는 것’을 보면서, 그 동안 필자가 관심을 두고 읽은 책의 내용들과 연관이 있어 이글을 올린다.
먼저 질문부터 던져본다. 오래전 TV 광고 영상에 “네가 게 맛을 알아?”하는 신구 씨의 멘트가 있었다. (게를 먹어 본 경험이 있으면 안다고 하겠는가?) 다른 질문을 해 보자. “아무개 00씨를 알아?”(성명, 성별, 출신학교 등을 알고 있으면 안다고 하겠는가?), “트롯 음악을 알아?”(트롯 노래를 들어봤으면 안다고 하겠는가?), “장미꽃 향기를 알아?”(장미 향기를 맡아 본적이 있으면 안다고 하겠는가?) 이런 질문들을 접하여 “어떤 경지일 때 대상에 대해 안다고 하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들었기에 책을 뒤져 본 것이다.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이는(感知/認知, awareness) 것 자체만으로는 ‘안다’고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얼굴색이 노랗다’에서 ‘간이 나쁘다, 병이 있다.’를, ‘지하철에서 한 여성이 영어책을 읽고 있다.’에서 ‘그 여성 학력은 석사학위 이상이다.’를, ‘밝은 미소로 상냥하게 대한다.’에서 ‘나한테 개인적인 호감이 있다.’라고, ‘아침 출근길에 교차로마다 빨간 신호등에 걸린다.’에서 ‘오늘은 운이 없는 날이다.’라고, ‘사람 모두에서 ’부끄러워하는 마음과 행동‘이 나타난다.’에서 ‘사람 本性에는 의(義)라는 속성/요소가 있다.’ 라는 내용을 이끌어 낸다. 다시 말하여, 감각기관으로 인지/감지한 대상의 물리화학적 구조/형상(形象)이나 사실(facts), 또는 움직임 현상 그 자체가 아니고, 배후에 있는 그 무엇, 예를 들어 의미, 원리, 또는 참된 모습 등등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넘어서는 일반화한 내용으로 해석(interpretation), 유추(analogizing)하였을 때, 그것을 ‘이해’ 또는 ‘안다’고 한다. 즉, 정신작용 또는 정신적 요리를 거쳐서 이해하거나 알게 된다. 쉽게 말하여, 알기위해 사고(thinking)한다. 앎을 이끌어 내는 뇌의 특출한 사고능력(thinking)은 약 4만 년 전 인류(human)에서만 홀연히 출현한 능력이었는데, 이 시기를 “인류 진화의 대도약”(the Great Leap Forward, or the Big Bang)이라고 한다. 그 이전의 진화과정에서는 그 흔적이나 낌새가 거의 없었던 유적들이, 예를 들어 벽화그림/조각/악기/장신구 등등 문화, 예술품들이 이곳, 저곳에서 갑자기 많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현장에서 직접 ‘감각되지 않는 대상(不見, 不聞, 不觸/得)’에 대하여도 의사표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나타났음을 시사한다. 언어도 이 시기에 생겨났다고 추정한다.(유발 하라리는 이를 인류사회에서 첫 번째로 나타난 혁명(revolution)으로 ‘인지혁명’이라 칭하였다.) 유인원 침팬지에는 이런 능력이 없음을 그림그리기 실험 등을 통하여 확인한 바 있다.
생활환경의 모든 요소에 대한 기억과 회상은 생존본능 발현(=삶)의 핵심요소이다. 기억에는 2가지가 있는데, ① 감지된 정보를 사실(facts)자체로 새겨지는 각인(刻印, imprinting, 정서적/무의식 기억이라고도 함)과, ② facts에 대한 의미론적 의식기억(= declarative or semantic conscious memory)이 그것이다. 동물에게는 본능적/무의식적 반응을 이끌어 내는 각인된 기억밖에 없다. 사람만이 thinking(=정신적 요리)을 하여 의미론적 인지기억을 만드는데, 이는 의식적 반응이나 회상이 잘 되는 기억으로 만들어 저장하는 방식이며, 진화를 거치면서 자연 선택된 결과이다. 의식기억을 만드는 인류의 사고능력은 미래를 계획, 예측하는 능력으로까지 확장, 연결되었다. ‘안다’고 하는 내용에는 2 종류가 있다. 그 하나는 소위 ‘이해’(理解)라고 말하는, 1인칭(=주관적) 관점에서의 해석이나 의미를 부여한 내용으로 이를 심정적 앎(心情的, sensitive knowledge)이라고도 한다. 다른 하나는 대상의 참모습(本質/眞理)에 관하여 3인칭(=객관적) 관점에서의 일반화한 내용으로. 이성적(理性的) ‘앎’(intellectual knowledge) 또는 ‘학문지식’(philosophy)이라고 한다. ‘sensitive knowledge’는 외부 감각기관을 통하여 감지한 대상에 대하여, 현실적 내지 실용적인 가치(價値)나 안전성(safety)에 관한 주관적 해석이 이루어진 내용으로 상대적인 가치판단이(right or wrong? good or bad?, justice or injustice?) 핵심이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것을 실제로 ‘어떻게 응용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해’능력은 실생활에서 매우 유용한 필수적 생활수단 사고방식의 하나이다. 심리적 또는 직관적 추론(heuristic/blink)이라고도 한다. 학문지식 또는 이성적(理性的) ‘앎’은 소위 ‘통찰’(洞察, insight)이라는 생각기능에 의하여 이루어지는데, 절대적인 진위판단(false or true?)이 그 핵심내용이며, 형이상(形而上), 즉 개념형태(Idea/Concept)로 표현된다.
요컨대, ‘안다’고 하는 것에는 주관적으로 이루어진 상대적인 가치판단이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이루어지는 절대적 진위판단이 있을 수 있는데, 이들 모두는 인류만이 가지고 있는 특출한 사고능력이 작동하여 얻어지는 것으로, 감각기능, 즉 느끼는 것만으로는 얻지 못하는 경지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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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允玉(211.192.46.5)
2021-02-01 11:11:21 
2018년 여기 게시판에 올린 글, '기억력 감퇴는 나이 탓인가?'에서도 일부 소개한 바 있는데, 기억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는 번연계(limbic system)에 속하는 해마(hippocampus)와 편도체(amygdala)인데, hippocampus가 주로 기억 생성과 저장을 관장하고, amygdala는 기억에 기반하여 감정적 반응(공포/불안/공격/도주/방어행위 등등) 및 의사결정을 관장한다고 알려져 있지.
생성된 기억을 지우거나 억누르는 일은 그 기억이 저장된 부위(장기기억으로 전환되면 그 내용에 따라 저장하는 부위가 다르다.)에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러나 그 기전은 아직 모르고....
hippocampus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잘 알려진 것은 우울증과 stress 홀몬(예: 부신피질 홀몬, cortisol) 과다 분비라고 밝혀짐. Hippocampus가 위축되면 치매발병 위험성이 증가함...
김종민(108.254.163.78)
2021-02-01 13:59:36
좋은 주제에 재미있는 글, 고맙다. 읽는이를 생각에 빠지게 한다.
‘안다’를 영어로 바뀔 때 생기는 희한한 일 하나: 거의 40년전 어느 한국인이 자동차 산업 쪽으로 직장을 구하려고 추천인을 적어야 하는데 가깝지 않은데도 나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내 이름을 넣었다. 그쪽에서 전화가 왔다. “모모가 너를 추천인으로 썼는데 그에 대해 네 의견을 듣고 싶다.” “나는 그사람을 잘 알지 못 한다.” “He said he knows you well.” “I really do not know him. I am sure he tried to mean that he knows of me in the Korean society.” “How is that?” “The Korean language is not quite specific about that situation. ‘know’ and ‘know of’ can end up with the same Korean word.” “OK. Then, do you think he will work hard?” “Most Koreans do. But I really do not know him.” 그사람은 어떻게든 그 직장을 얻었는데, 그후 몇십년 여러번 마주쳤는데도 한번도 고맙다는 얘기도 안 하고 오히려 나를 피하는 것이었다.
포항공대에 있으면서, 그후에 Detroit에 있는 Wayne State University에서 금속공학을 가르치면서 첫번 교실에서 한 말 “삶은 추억의 질과 분량으로 재는 것이다.” 흥미스로운 것은 ‘추억’과 ‘기억’이 영어로는 같이 ‘memory’라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추억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하였다. 국제암기대회라는 것이 있는데 오만 것을 외워야 하고 예를 들면 50자리의 숫자를 외어야 하는 것. 거기서 1등한 젊은이에게 그 다음 해에도 참가하겠냐고 묻자 “나는 이제 쉬고 싶다. 머리속에 꽌 찬 쓸모 없는 쓰레기같은 기억을 다 지워버리고 싶다.”라고 하였다. 암기한 것은 삶의 척도가 아닌 것이다. 추억에는 좋은 추억도 있고 아픈 추억도 있겠지. 몇년 전 노벨상을 탄 Ishiguro의 The Buried Giant에서 얻은 말은 “나쁜 추억을 잊지 않는다면 이세상은 끊임없는 투쟁과 잔혹함으로 채워질 것이다”라는 것. 그런데 내 생각으로는 무슨 보존의 법칙과 같이 이세상의 모든 좋은 추억과 나쁜 추억을 합치면 0 (zero)이 된다는 것이다. 악이 있어야 선이 있는 것도 같은 것같다.
추억에 대해서 쓴 저서중의 최고봉은 The Confessions of St. Augustine. 추억의 의미,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추억이 변하는 것인가, 많은 경우 처음에는 그냥 머리속으로 들어와 있던 사실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암기한 것이 추억이 되는 것인가, 너무 부드럽고 아름답게 쓴 그분은 당연히 성자, saint 라고 불리우는 것이 맞는 것같다.
안윤옥교수에게 묻고 싶은 것: 최근에 깊이 빠져 읽은 W. G. Sebald의 Austerlitz와 The Rings of Saturn, 둘 다 추억에 대한 책이라고 본다. Austerlitz는 어렸을 때 나찌를 피해서 영국으로 입양이 된 후 끔찍한 과거를 모두 잊어 버렸는데 실마리에 실마리를 찾아서 결국 자신의 과거를 찾는 얘기이고, The Rings of Saturn에서 나오는 말 중의 하나가 ‘유태인 학살에 대해 많이 배웠는데 아무리 생각을 하려고 해도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끔찍한 추억을 억누르고 망각으로 보내는 것, 하나의 자기 보호의 본능인가? 의학적으로 연구가 되어있나?
끔찍한 추억을 회생시키고는 자기가 희생된 예: Iris Chang이라고 아주 똑똑하고 아름다운 중국 작가가 있었는데 ‘남경대학살’에 대해 대작을 낸 후 이름이 나자 그 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총기로 자살을 하고 말았다. 인류역사를 보면 어느 민족이나 끔찍하게 못된 짖들을 다 했는데, 그런 역사적인 사실을 퍼내서 계속 욹어먹는 사회집단이 있다면 그게 어디까지 옳은 것인지.
내 경우도 남다른지 모르겠다. 내 첫 아이, 아들이 네살 때까지는 집에서 한국말을 했다. 그리고 영아원을 보냈는데 울면서 “나는 다른 애들같이 영어를 못 해요!” 하는 것이었다. 그 후로 집에서 영어만 썼는데,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한국에서 가져온 모든 추억들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거의 환갑이 되어 영문학과에 들어가서 창작을 하다보니 그 추억들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 추억들이 가슴 아프게 하는 것 많지만 내 자신이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재정립하며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위에서 기억과 추억에 대해 얘기한 김에, 영어에는 있는데 한국어에는 없는 단어가 있다. Empathy라는 단어를 영한사전에서 찾아 보면 ‘남의 가슴속에 들어감’과 ‘공감’ 정도로 되어 있다. 지난 2, 30년 동안 많이 쓰여지고 있는 단어인데, 나에게는 ‘남의 마음으로 들어가서 그이의 추억과 느낌을 같이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최대 강국으로 척하고 있던 미국인 대중에게 맞는 말이고, 국수주의적인 문화층에게도 보이고 싶은 단어이다.
민속 교실에서 재미있던 것이 있었는데, 내가 낸 숙제의 요점은 ‘좋은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사는데, 힘든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은 꼭 붙어서 사는 것’. 후자의 예로서 재미있는 것은, 수년 전 미국에서 이름이 나기 시작한 순진한 젊은 여자 작가가 남미의 힘들게 사는 마을에 가서 ‘나는 너희들 어려운 과거와 현재에 대해 많은 empathy를 느끼고 있는데, 가까이 알고 싶다’ 라고 술집에서 중년 남자들에게 말을 건네자 남자 하나가 아무 말 없이 주먹으로 그 여자 얼굴의 쳐서 코피가 났다는 것. 우리나라는 어떤지. 우수성과 찬란한 과거를 외치는 이면에는 그 힘든 과거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이 꽁꽁 묶여서 있는 것인지.
김종민(108.254.163.78)
2021-02-01 20: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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