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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무우 산보
작성일 : 이숭복 / 작성일 : 2021-05-25 / 조회수 : 259
게으른 데다가 발바닥도 허리도 아픈 핑게로 운동을 안 하니 배만 나온다.  
남들은 만보계를 차고 열심히 걷는다는데 나는 왠지 아무 용무없이 걸어 다니는 것에 익숙치 않아 코앞에 있는 한강 고수부지에도 잘 가지 않았다. 

그런데 어쩌다가 가까운 재래시장엘 가 보게 되었는데 거리도 적당하고 구경하는 게 지루하지 않다. 
나는 고상한 산책 보다는 시장 체질인가 보다. 
해외여행에도 그 지방의 시장에는 꼭 가 보던 습성이라 운동 삼아 매일 한 차례 장을 보기로 했는데 거기서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짠무우다. 

이제 여름이 다가 오고 김장김치는 벌써 떨어 졌으니 겨우내 소금에 절여 두어 노리끼리 해 진 짠무우를 채를 썰거나 납짝납짝하게 썰어서 찬물에 담가 떠 먹으면 시원하고 담백한 것이 더위를 한 방에 날려 줄 것이다. 거기다가 오이지까지 한 입 베어 물면 진수성찬이 필요 없다. 

어머니가 돌아 가신 후에는 밥상에서 종적을 감추어 아쉬움이 컸는데 여기서 발견하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한 덩어리 사다가 혼자 두고 먹는다.  

FF에 중독된 다른 식구들 입맛에는 평양냉면 맨치로 그저 찝질한 무우 조각이라고 외면하니 
혼자 전통의 맛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보수의 임무라고 생각 된다. 

신익순(211.208.200.137) 2021-05-27 13:20:04

같은 입맛동지를 만나 참 반갑네. 보통 '짠지'라고 하는데 오이지와 노각과 더불어 봄 여름 밑반찬으론 끝내주지. 그리고 내겐 잊을 수 없는 중고교시절 도시락 반찬이었지. 지금도 밥상에 빠지지 않고 있네. 그 맛은 아는 사람만 알걸세.

깍두기(220.71.19.31) 2021-05-27 21:08:43


네. 익순형,
우리 나이의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짠지에 대한 추억이 있겠지요.
아직까지 밥상위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니 매우 훌륭한 주방장의 애정이 돋보이는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반 음식점에서 간혹 나오더니 이제는 찾아 보기 힘든 것 같네요.
멸종 위기의 짠무우(짠지)를 살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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