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능력은 오각(五覺)으로 인지할 수 없는 내용을 표현하는 독특한 능력의 하나로, 의사소통과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주요한 생활수단이다. ‘말’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입으로 나타내는 소리, 또는 그 행위나 내용’이라고 적혀있다.

  대부분의 성인은 평균 약 6만개의 단어를 구사한다고 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100개의 단어가 모든 대화의 60%를 차지하며, 4천개 단어가 98% 차지한다고 한다. 나머지 5만6천개 단어는 특수한 상황, 목적에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러나 일찍이 공자는 언부진의(言不盡意, 역경/계사전), 즉 ‘말로서 생각의 내용을(意) 다 표현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그 앞에는 書不盡言, ‘글은 말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고’ 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오히려, 말의 기능을 더욱 확대/확장, 발전시키는 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생각의 내용이나 의도 등의 미세한 차이까지를 가급적 정확히 구별, 표현하고자, 새로운 낱말들을 만들어(造語) 냄은 물론, 말하는 방법(語法)이나 어조(語調), 어감(語感), 어격(語格), 어세/어기(語勢/氣) 등등을 달리하여 표현하는 방법들이 속속 만들어 지고 있다. 최근 국제화 시대에 이르러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데, 필자가 요즈음 젊은 세대와의 의사소통에 대하여 느끼는 절망감이나 자괴감의 유발원인이 여기에 있는 듯하다.

  공자가 지적했듯, 언부진의(言不盡意)이지만, 생각이나 느낌의 내용을 가급적 그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어법(語法), 즉 ‘말로 표현하는 방법’들이 몇 가지 있다. 여기에서의 어법은 문학의 수사법(修辭法)이나 화법(話法, 예; 모순어법, Oxymoron)이 아닌 일상의 언어현상을 말하는데, 지금까지 4가지 유형이 알려지고 있다. ① 정중/겸손어법(鄭重, polite mode), ② 직설어법(direct or neutral, orthophemism), ③ 완곡어법(婉曲, euphemism)과 ④ 폄훼/위악어법(貶毁/僞惡, dysphemism)이다.

  정중/겸손어법은 자신의 의중을 겸손(humility)하고 친절, 배려감이 묻어나오도록 표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이것을 줘!(Gimme this)’라고 말하는 대신에 ‘이것을 주시겠어요?’, ‘이것을 제가 가져가도 되겠어요?’라고 말하는 방법이다. 상대방의 허락을 청하는 방식이다.

   직설어법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가감 없이 직접적(direct)이고 중립적(neutral)/객관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군사작전 상황에서나 비행기 조정실, 병원 수술실 등에서 필히 사용되어야 하는 어법이다.

  완곡어법은 모나지 않고 부드러운 말을 쓰거나, 돌려서 말하는 방법인데, 갑을관계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어법은 경우에 따라서는 오해유발의 원인이 되기도 하여 군사작전 등에서는 절대 사용되지 않는 어법이다. KAL 801편의 추락사고(1997. 8. 6.)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부기장이 기장에게 본인의견을 완곡하게 제시)

  1990년 대 이후 대 유행을 하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용어사용은 완곡어법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빈정대는 의미가 있는, 또는 경멸/하시/차별(輕蔑/下視/差別)을 포함하고 있는 단어/용어, 또는 정면으로 직접 거론하기가 거북스런 용어의 사용을 피하는 어법이다. 어떤 사람도 상처받지 않고, 무시되지 않으며, 차별받지 않는 세상(상황)이어야 한다는, 상황의 평등을 요구하는 어법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Mental Retarded" 대신에 Mentally ‘Disabled’ -> ‘Challenged’ -> Special needs로, "Blind" or "Deaf"는 'visually challenged', 'hearing challenged'로, “Slum”은 ghetto -> inner city로, “미친 놈(mad)”은 ‘괴짜(queer)’로 “Black" or "Negro"는 'African American', "Indian"은 'Native American'으로, 'Merry Christmas"를 'Happy Holiday'로 바꿔서 말하고 있으며, 성차별을 피한다는 의미로 ”fireman“을 ’fire fighter’로,”policeman“은 ‘police officer’로,”우체부(mailman/postman)“는 ‘postal officer’로,”stewardess/steward“는 ‘cabin crew’,”chairman“은 ‘chair person’으로, ”all mankind“를 ‘all humankind’로 바꿔 사용한다. ‘남, 여를 사회적으로 구분’하는 말로 ”sex“ 대신에 ‘gender’를 사용한다. (생물학적으로 구분하는 경우는 ‘sex’ 사용)

  폄훼/위악어법은 일부러 불쾌하게, 또는 경멸적 내지 빈정대는/비꼬는(sarcastic), 또는 사안의 중요성을 가볍게 낮추는(=폄훼/경시) 표현으로 상대방을 자극하는 말이다. 사람의 호칭에 이런 표현법이 많으며(예: 경찰 -> 잡새, 아가씨 -> 가시나, 의사 -> 돌팔이, 된장녀, 논나니/창녀/갈보 등등), 비꼬는 비유에도 많다.(예: “green salad” -> ‘토끼들이나 먹는 식량’, rabbit food)

  書不盡言이지만 글(한자)로 표현된 ‘말의 종류’를 찾아보았다. 국어사전에 ‘嘉언’, ‘佳언’(= 본받을 만한 좋은 말)부터 시작하여 휘언(諱언; 꺼리어서 드러내 놓고 하기가 어려운 말)까지 총 140여개가 있었다. 여기에 우리말로 표현된 종류(예; 요샛말/꼰대말/잔소리, 속담 등에 나오는 말 등)를 더하면 200개 가까이는 될 것 같다.(국어사전에 짙은 글씨로 적힌, ‘말’을 주어로 하는 속어/속담의 수가 60여 개 있었다.)

  자신에게 불리한 진실을 호도하기 위해 교묘하게 말재주(=교언, 巧言)를 부리는 행태를 “일본인(또는 니혼진, 또는 Jab)스럽다.”라는 말로 표현, 사용하자는 글을 여기 게시판에 올린 적 있는데(2015. 7. 8), 일본인들의 말장난 내용들은 가히 역사적으로 기록될 만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일례로, 약탈했던 문화재를 돌려주면서  ‘반환(返還, 벤간)한다.’라고 하지 않고, “증여”(贈與, 오끄루) 또는 “인도(引渡)/넘겨줍니다.”(오 와타시)라고 말장난을 했었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나라 정치 패거리들의 말장난도 이에 못지않게 기승을 부리고 있어 “일본인스럽다.”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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