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어의 현 상황을 보면 자음(子音, consonant)이 6개(k,p,r,v,t.s.)인 언어부터(뉴기니 동쪽 로토카스 섬) 많게는 80개의 자음을 지닌 언어(터키의 우비흐 어)가 있었다. 우리 말(훈민정음)에서의 자음(세종대왕은 초성, 初聲으로 명명하였음)은 기본 5 자를 (발음부위 5곳, 아/설/순/치/후의 기본음인 ㄱ, ㄴ,ㅁ, ㅅ, ㅇ) 포함하여 17개이다. 80개 자음을 지닌 우비흐 어는 1992년 마지막 사용자가 사망하여 소멸하였다. 다른 많은 소수 원주민 언어가 그 동안 소멸하였는데, 이는 정치구조(소속 국가 등)가 복잡해지면서 언어압살(language steamroller) 정책이 횡행한 결과이기도 하다. 알래스카 원주민(에스키모) 언어는 20개에서 2개 남아 있으며(시베리아 유픽어와 중앙 유픽어), 북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 언어 중 1/3은 소멸하였고, 1/3은 소수 노인만 사용하고 있다. 현재 2개 언어만이(나바호 어와 유픽 에스키모 어) 지방방송국에서 방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의 세계에는 대략 7,000개 언어가 남아 있어 평균적으로는 인구 100만 명당 1개꼴이지만. 세계 인구 80%가 상위 1%인 70개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이를 주요 언어라 한다.), 60-200명이 사용하는 언어도 있다. 1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는 9개(= Big Nine)로 중국(만다린), 스페인, 영어, 아랍, 힌디, 벵골, 포르투갈, 러시아, 일본어 이다. 1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약 200개 남짓하다.

  공식적인 국어로 지정/인정된 언어는 192개이며, 복수의 공용어를 지정한 나라도 있는데, 네덜란드, 뉴질랜드는 2개, 핀란드 3개, 스위스 4개, 잠비아 43개, 에티오피아 85개, 탄자니아 128개이며, 카메룬은 무려 286개나 된다.

방언(方言)과 이종(異種)언어의 경계 기준은 상호 이해 가능성 70%로 하고 있다. 상호 이해 가능성이 70% 미만인 경우는 서로 다른 언어로 구분하고 있다.(이 기준에서 보면 제주도 말은 이종언어?), 언어의 다양성은(=이종언어의 수) ① 적도에 가까울수록, ② 생산성이 높은 환경일수록(예: 사막지역보다 열대 우림지역), 그리고 ③ 생태적으로 다양한 지역(예: 평평한 지역보다 산악지형)일수록 높아진다. 반면에 기후변화가 심할수록 다양성은 감소한다. 세계에서 언어 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은 뉴기니 지역으로 인구 1,100만 명 정도에 약 1,000개의 언어가 있으며, 이곳 주민 뉴기니인들은 최소 5개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다음으로 언어가 많은 곳은 아마존 분지 지역(콜롬비아와 브라질 국경지역)인데, 이곳 주민들은 보통 4개 언어를 구사한다.

  언어가 쉽게 융화/합일되지 않았던 이유는 언어가 친구와 이방인 구별에 가장 유효했기 때문이다. 전통사회에서 경계 대상 1호는 낯선 사람이었는데(=xenophobia), 경계해야 할 사람인가를 구별하는 가장 쉽고 유효한 방법은 자기네 언어를 하는가이었다. (요즈음에도 국내 정치 패거리들도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데 유사한 방법(자기네들끼리만 통하는 말이나 교묘히 꾸민 말)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또한 종족/부족 간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상대편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였으며, 따라서 이중 또는 다중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유능한 자로 대접받았다. 

  한편, 최근의 연구 결과에서는 이중/다중언어 구사가 인지기능에 여러 가지 이점과 장점을 준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이중 언어 사용자(예: 이중 언어유아, crib bilingual, 언어가 서로 다른 부모로부터 태어난 아이.)는 규칙의 변동이나 새로운 순간상황에 필요한, 또는 관련되는 단어를 생각해내는 선택적 집중력과 인지통제(cognition control) 능력이 우수하며, 규칙변화 등의 무척 헷갈리는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 즉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에 강점이 있어, 혼란스럽고 변덕스런 실생활에서 유리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 및 발병지연 효과가 있음도 밝혀졌다.

  이중 언어 사용자들은 깨어있는 시간에 무의식적으로 매 순간 뇌를 추가로 훈련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인지기능에 여러 가지 이점과 장점을 가져오는 요인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① 언어마다 소리와 구조가 다르고 사고의 패턴이 다르다. ② 숫자체계, 기억장치, 공간의 방위체계 등이 다르다. ③ 사물의 표현, 느낌의 표현이 다르며, 상대적으로 쉬운 언어가 있다. 따라서 사용하는 언어/구조를 바꾸면 세상을 관찰하고 생각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A와 B중 어느 언어 규칙으로 해석하고 말해야 하는가를 매 순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