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윤옥 교수의 글을 보고)
작성일 :
김종민 / 작성일 :
2021-06-11 /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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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것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힘든 것이었다. 쉬운 예로, 직장생활을 할 때, 하루 종일 기계를 만지래도 지치지 않았고, 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보고서를 쓰라 해도 급하면 할 수 있었는데, 한 시간 정도 발표를 하고
나면 기진맥진이 되곤 하였다. 그래서 두시간 이상의 강의를 할 때는 크게 마음을 준비하고 기운을 분배하여야
했다. 남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것도 많이 힘들었다. 특히 여자가 말
할 때는 아무리 정신 차리고 그 얼굴과 잎에 집중을 하여도 한 마디도 못 알아 듣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나의 여태까지의 삶은 말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과와의 투쟁이었다. 안윤옥 교수의 말에 대한 글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였다. 우선, 말은 사람 1인 부터 그 말을 쓰는 민족에 까지 그들의 특색, 삶, 역사, 문화를 정의한다고 가정하자.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같혀 있으면서 예전에 비해 많은 책을 읽었다. Edith Wharton의 The Age of Innocence를 읽으며 1세기
전의 뉴욬 상류 사회의 다양하고 고급스런 언어에 놀랐다. 매 페이지마다 단어를 여럿 찾아 봐야 했다.
물론 나에게는 도저히 배울 수 없는 영어다. 그 다음, 우리 보다 두 세대 앞서 간 Anton Myrer의 The Last
Convertible을 읽으며 그 세대에 Harvard 대학교 다디던 절은이들의
이모저모를 보았는데, 그들이 쓰는 영어는 Wharton의 말보다는 쉬운것
같으면서도 그들의 특색이 있어서 사전을 뒤져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자연히 내 자신의 모자라는
말을 좀 아픈 마음으로 되돌아 보게 되었다. 작년에 친한 미국 친구에게 한 말이 있었다, “말은 어머니 품에 안겨 있을 때부터 그들을 본 따고, 잘 하면 더 귀여움을 받고,
조금 틀리면 지적을 받고, 친구들과 인생을 앞으로 밀어 가면서 배우고 닦아 가야
하는 것인데, 나같이 교과서로 읽는 것을 수박 겉 핥기같이 배우고, 수물이 넘어서 미국에 와서 말을 배우려는 사람이 어떻게 제대로 영어를 할 수 있겠니?” 내가
20년전 일본어가 쉽게 보여서 배우려고 했더니, 친한 일본인이 놀라면서
말리는 것이었다, “네 얼굴을 가진 사람은 일본어를 하려면 완벽하게 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웃음거리만 된다. 그래도 배우고 싶으면 일본여자와 10년 이상을 같이 산다면 어느 정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18년 전에 시작한 영어로의 창작,
조금씩 느는 것을 느낄 때는 보람이 있지만, 좌절감을 느끼는 때가 압도적이다.
교실에서 듣는 비평 중의 하나: “소재도 좋고 읽는이에게 생각을 하게 하지만,
가끔 대화나 표현이 보통 쓰는 것과 미묘하게 다르게 느껴진다.” 이런 말을 들으면
모두 팽개치고 싶지만, 그렇다고 말을 안 하고 표현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죽은 사람과 다른 점이 없게 느껴지고,
애들, 손자들, 그리고 친구들에게 미안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창작하는 사람의 발전 수준을 얘기에 이런 것이 있다: “He/She has found his/her
language.” 즉, 그 자신만의, 그
자신을 정의하는 표현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내가 그 수준에 도달할지는 모르겠고, 그것을 바라는 것은 내 분수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무리 않하고 조용조용 가까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하면서 쉽게 살고 싶다. General Motors 연구소에
있을 때, 자동차 산업과 직접 관계되지 않는 외부, 특히 외국 기관들과
협력하는 직원들에게 Cultural Training이라는 며칠 걸쳐 하는 수업이 있었다. 그 나라 문화의 특성을 들어 가면서, 물론 언어에 대하여 알려 주었다. 세계 언어들을 표현에 품어져 있는 내용의 복합성 (level of context) 을 기준으로
등급을 주는데, context가 낮을 수록 표현이 정확하여서 과학, 공학, 경제 같은 분야에 쓰기가 쉽고, context가
높을 수록 표현 내용이 불분명 해서 이런 언어들은 시나 문학 창작에 더 좋은 면이 있다고 하였다. 그 강의에
의하면 context가 제일 낮은 언어는 Scandinavian Germanic 언어라고 하고, 영어가 그 다음이었다. 제일 밑의 9번째와 10번이 중국어와 한국어였다. 한국어는 발음 된
문자들 보다 문자 사이사이의 공간, 그리고 말하는 이의 표정에 더 많은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낮에 회의에서 서로 합의를 했는데도, 저녘에 2차 회식과 음주를 길게 하면서 다지고 또 다져야 하는 것은 그 한국어의 특성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언어의 context는 긴 역사를 통해서 변해 왔던 것이 보인다. 예로서, 고대 영어Anglo-Saxon어는 그 어휘 수가 현대 영어의 100분의 1정도이다. 현대인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니다. 친한
선배 중에 한시를 쓰는 이가 있고, 우리 동기중에도 한시를 즐기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한시에 쓰이는 중국말로 현대인들이 모자람 없이 표현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런데,
말이나 그 말을 써서 만든 글들을 보면 시대성을 느낀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하이꾸
시들을 보면 몇세기 전에 쓴 것들은 그렇게 아름다운데, 현대에 쓴 것들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것같다. 말이나 문학이 그 민족을 보여 주는 것으로
일단 가정하고 보면, Greece에는 Homer, 이태리에는 Dante, 영국에는 Shakespeare와 Milton, 독일에는 Goethe, Russia에는Tolstoi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나는
박경리의 ‘토지’를 뽑고 싶다. 그분이 한 세대쯤 늦게 태어나서 세계 독자들에게 선 보일 수 있었다면 노벨상 후보 명단에 올랐을 것 같다. 어쨌든, 말은 어떤 과정으로 복잡해 지고, 다양해지고
깊이가 생기는 것일까? 문명과 문화의 발전,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이겠지. 여러 민족들을 이웃으로 삼아야 되는 유렆의 나라들, 많은
문화들과 풍습을 소화해야 했던 배경. 비교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단순한 지경이었던 같다. 한 때는 Hermit Kingdom으로 불리기도 했던 우리 나라, 과연 그런 환경이 언어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영국이 산업혁명 이후로 전세계에서 많은 죄를
지었지만, 교육 면에서는 남 다른 점이 있었다. 최고급 귀족들의 아들들이 다닌 학교들은 평민 출신이라도
아주 똑똑하면 학생으로 뽑아서 귀족과 평민 사이에서 친교가 생기고 사회적으로 이해를 하게 했던 것이다. 이러한
교육 철학은 현대의 미국 명문 대학교들에도 연연히 이어지고 있다. 이조 때 우리나라에서 양반과 상놈이 같이
배울 수 있었던 경우가 하나라도 있었는지. 미국은 종교와 언론의 자유가 건국의 기초였는데, 이조 때 우리 나라는 나라의 절대 과반수인 쌍놈들은 언론의 자유가 없었다. 게다가,
남자의 밑에 깔려있던 여자들은 말할 것 없다. 딸이 글을 쓰면 집안 망한다고 불
태워 버렸었다. 물론, 병이 오래 되면 고름이 터지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는 많은 중국인 2세들이 작가로 있는데, 대부분 여자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민진이 있고. 요새
한국 TV 드라마들을 보면 극본 쓰는 이들이 대부분 여자인 것 같다. 나는 정현정 작가를 좋아한다. 그런데, 정말로 고급스러운 말을 잘 하는
것이 사람의 우수를 정하는 척도가 되는 것일까? 10년도 더 전에 내가 며느리에게 했던 말이 있다.
며느리는 애비가 영문학과 교수였었고, 세상의 좋은 고전은 다 읽었고,
나에게 좋은 책들을 딱 맞는 때에 선물로 준 현명한 여인이다. “며늘아,
현대어가 너무 복잡하고 빨라져서 나를 신경질 나게 한다. 나는 수엄쉬엄 살면서 옛
사람들 모양으로 새 깃털로 만든 펜으로 잉크로 종이에 천천히 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내고는 빨라야 두 주일 후 쯤 오는 답을 기다리고 싶다.”
그랬더니, “아버님, 무슨 걱정이세요.
하시고 싶은 데로 하세요. 그렇게 저에게 편지를 보내시면 저도 같은 방법으로 답장을
올릴께요.” 하는 것이었다. 결론은, 하나 밖에 없는 한 사람의 삶, 잘 낫건 못 낫건 자기대로 사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물론, 말을 잘 하는 사람과 말이 딸리는 사람이 싸우면, 전자가 유리한 법이다. 따라서 나는 여자와 싸움을 피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말과 문화가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빨리 변할지 궁금하다. |
박영준(121.138.110.58)
2021-06-11 11:03:03 
독일어를 배울때에는 복잡한 관사와 명사변화, 재귀동사, 화법조동사 그리고 영어의 가정법 보다 복잡한 접속법 등을 배웠죠.
스페인어를 배울 때에는 매우 복잡한 시제변화, 가능법(조건법)과 접속법, 재귀동사를 통한 미묘한 어감의 차이를 배웠고
프랑스어도 비슷한 듯하고
일본어에서는 용언활용의 어려움을 느꼈는데
중국어에서는 동사의 중요성이 덜하고, 동사술어문, 형용사술어문, 명사술어문, 주술술어문 등으로 문장구조가 아예 다르고, 복잡한 어감은 보어 (가능보어, 결과보어, 방향보어 등)로 표현하는 것 같아요.
최은식(175.209.115.32)
2021-06-12 01:23:48
종민이, 본론이네. 자네는 늘 말을 갖고 공깃돌처럼 놀이하는 느낌을 받네. 아버님이 고고학 자네는 물리학... 어쩌면 통하는 전공을 하는 것 같지만 자네가 말하는 모든 것들은 언어학이나 인류학이나 어쩌면 인류문화론이 아닌지...내게 많은 공부를 시키네. 나야 공부라고 해봐야 혼자서 궁리하는 수준에 불과한 짓이겠지만 자네가 추구하는 목적점은 인류학, 우주론, 물리학, 지구문화론... 까지 모든 걸 합하고 나누고 쪼개고 보태고... 쉬운 말로 하자면 '합하고 나누고 쪼개고 보태고"한 결과 모든 것들이 정렬되는 느낌을 말하는 건 혹시 아닐지... 부족한 공부를 느낌으로 보완하는 경우를 많이 보네. 느낌이라는 표현이 적절치는 않겠지만 감성 또는 가정과 가설이 과학을 진보시켰다고 믿네. 자네의 글은 언제나 스토리 텔링이었고 인생事(史)였고 문학적이었네. 그런데 문학이 우리 힘든 인생을 덮을 수 있을까? 어머님 살아계실 때 서울 올 텐데 서울行을 꼭 알리시게나. 우리 나이에 같이 술 마실 친구들 쉽지않고 같이 어울려 고마운 친구 몇 안되지 않나? 기다리네. 자네 못 보는 동안 나 많이 컸네.
김종민(108.254.163.78)
2021-06-12 01:56:38
최은식(175.209.115.32)
2021-06-12 11:55:58
지우거나 고친다고 될 일도 아닐 테니 혹시나 두 분에게 결례나 오해가 있을 수 있는 어떤 표현은 '그러려니...'하고 넘어가 주기 바랍니다.
이 나이에 술 마시면 정말 못 말리고 주책(酒責)이 없어집니다.
이필한(59.10.70.77)
2021-06-14 11: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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