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작성일 :
김종민 / 작성일 :
2021-06-29 /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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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첨부 : My mother.doc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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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말’이라는 주제로 글을 올렸었는데, 은식이 답글로 “다음
번 어머니 뵈러 나올 때 꼭 만나자”라고 하는데 가슴이 덜컥하였었다. 그 후 생각하고 생각한 나머지 지금 이 글을 은식과 동창들에게 올린다. 그러지 않고 더 시간을
끌면 끌수록 나중에 더 미안할 것이 분명해서. 작년 12월 초에 동생에게서 편지와 메시지가
왔다. 어머니가 가셨다고. 지난 십수년 세번이나 뼈가 부러지시고 결국은
요양병원에 들어가신지 몇년, 거기에 치매까지 걸려서 고생하셨다. 5년
전쯤에는 처음엔 “네가 내 아들이냐?” 그러시다가, 매일 조금씩 기억이 돌아 오고, 1주가 지나면 자식, 손자 모두 물어 보시고는, 심지어는 “너,
돈 모자랄 텐데 이렇게 자주 올 필요 없다” 하시고. 골다공증이 심했었는데, 윌체어에서 침대로 옮기는데 그만 큰 뼈가 견디지 못해서 부러졌고,
수술도 불가능한 상태였고 곧 돌아가셨단다. 그때는 2주 격리는 물론이고, 영안실 방문객도 숫자를 극도로 제한해서 꽤 가까운 친척들에게도 양해를
부탁할 정도였다. 나도 내 여동생도 도저히 여행을 할 수 없었다. 할머니를 극히 애끼는 내 아이들에게 알려 주었다. 장례는 못 가더라도 여기 자식들이
무엇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미국에서는 장례 하루 이틀 전에 viewing 이라는 절차를 지내는데, 장례사의 큰 방에서 많은 친지들이 모여서 고인을 생각하며,
고인의 사진들을 보며, 이 얘기 저얘기 하면서 이렇게 산 사람들이 모이게 해 준
것을 고인에게 감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급하게 어머니 사진들을 모아서
거기에다 글을 붙여서 그 것을 애들에게 전해 주었다. Virtual viewing으로 여기라고.
물론 동생들에게도 보내 주었다. 그 외에는 여기 미시간 주에 사는 어머니의 6촌 동생에게 보냈다. 동창들에게 이 글을 보이는 것은 내 어머니의 삶이 다른 수
많은 우리들의 어머니들과 공통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이다. 딸이 고등학생일 때, 90년대 초, 딸과 딸의 친한 친구에게 나는 먼 훗날에 전쟁과 뒤엎어진 세상에서 애들을 키우면서 우리 나라를 지탱해 준 어머니 세대의 여인들에게
대해 글 쓰고 싶다고 했었다. 그리고 20년 이상이 지나고 영문학과에서
창작을 한답시고 어머니에 대해 쓰기 시작하였다. 우선 어머니의 본인 음성으로 얘기를 써 나갔는데 도무지 얘기가
나가지 않는 것이었다. 왜냐면, 그분의 세대는 몇 세기를 걸쳐 핏속까지
젖은 유교 사상으로, 부끄럽거나 수치스러운 얘기는 금하는 것이고, 또한
남녀간의 애정, 심지어는 배우자와의 관계에도 말을 못 하게 되 있었으니까. 그 다음 해에는 내 자신을 바탕으로 글을 써 보았는데, 예상 밖으로 이야기가 어려웠다.
그 분들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얘기를 내가 하는 것이 비도덕적인 것 같았다. 그
다음 해, 2019에는 매우 진보적인 신여성이셨던 어머니와는 국민학교 때부터 절친이었던 분의 목소리로 글을
쓰니 그제서야 얘기같은 얘기가 나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위에 말한
내 애들에게 보낸 글을 쓰면서 크게 배운 것이 있었다. 소설에서 쓸 수 있는 것을 실제 있는 개인에게는 그대로
쓸 수 없다는 것. 거짓말 하면 안 되고 너무 꾸며도 안 되지만, 가신
분을 그리워 하는 마당에서는 잔잔하고 좋은추억으로 글을 채워야 한다는 것. 아버지 가셨을 때는 반년이 지나다 어느 정도 평정을 얻고
굳굳이 살 수가 있었는데, 어머니에 대한 생각과 느낌은 훨씬 오래 갈 것 같다. 여기 백인 할머니들에게 남자와 여자에
애도하는 태도가 다르냐고 물었더니 간 사람을 그리는 것은 남자나 여자나 같이 보인단다. 더 얘기를 끌고 가니
“너와 나는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면서 말을 그치더군. 대학 3, 4학년 때 어머니에게 “전 앞을 볼 때 뭘 하며 먹고 살지 아득하네요” 말 했더니, 어머니의 답, “종민이는 친구들이 너무 좋고, 나중에
보면 그 친구들이 사회의 곳곳에서 잘 자리 잡고 있을 것이고, 종민이도 그들과 부끄럽지 않게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것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겠다.” 일생을 가는 좋은 말씀이셨다. 그러면서, 경기의 동문 친구들을 가진 것에 감사하다. 내 결혼에는 부모나 형제가 오지 못 했었다. 그 후 3년 후에 어머니가 처음으로 미국에 우리 보러 오셨었다. 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한 말 하나,
“종민이는 가만 내버려 두기만 하면 괞찬은 애다” 였는데, 생각해 보면 틀린 것 같다. 여자의 본능이 남자를 보이게 안 보이게 이리저리 꼬아서 부려먹게
되어 있는 것인데. 또 하나, 나에게 하신 말, “네 아내 절대로 울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 말이 어머니 자신의 삶을 생각하시며 한 말인지
아니면 내 모자라는 됨됨이 아내 울게 할 가능성이 충분한 위인이라고 보셔서 한 말씀인지. 내게 하신 말 또
하나, “너 대학 때 너무 빠진 것 같아 심지어는 결혼을 시켜 줄까 생각도 했었는데, 가만 보니 네 감정이 진정한 사랑으로 보이지 않더구나.”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진정한 사랑이 도대체 무엇인가, 아직도 답을
찾지 못 하고 있다. 내 삶에 제일 어려운 질문, 답이 없는 것같은
질문을 주신 사람은 어머니였다. 아버지 가셨을 때 같이 어머니는 화장을 했고, 코로나 때문에 2주 격리 시키는 규정이 해제되는 즉시 방문하여, 동생들과 전곡에 가서 아버지 산재한 곳에 어머니도
모실 예정이다. 그때 만나야 할 얼굴들, 많이 변해 있겠지. |
최은식(175.209.115.32)
2021-06-30 18:19:00 
그리움은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크다는데 오지도 못하는 무력감을 더해 얼마나 슬퍼했을까?
감성이 이성보다 먼저 작동하는 자네의 그 때 심정을 헤아려 보며 어머님 이야기를 읽었네. 또 울적해지는군.
우리들도 어언 일흔 중반에 죽음을 긍정하는 나이가 됐을 법도 한데... 헤어짐은 정말이지 천벌이라는 생각이다.
나중에 서울에서 얘기 더 나누세.
(글 제목을 '어머니'라고 쿨하게 올렸는데 내겐 어머니!하고 소리쳐 부르는 소리로 들린다. 이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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