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Back

자유게시판

상세보기
안행골 유감
작성일 : 깍두기 / 작성일 : 2021-10-30 / 조회수 : 185

남들보다 일찍 퇴직하여 백수가 된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개인 사업자로 이것 저것 손을 대던 몇 년을 빼더라도 순 백수 경력 10년은 넘는다. 

백수 초기에 누구나 꿈 꾸는 전원 생활을 위해 근교에 조그만 땅을 구입했다. 
차로 한 시간, 바닷가 야산 자락에 사적지 근처이며 
수도권이라도 주변에 공장이 안 들어서서 조용한 곳이라 입지조건이 마음에 들었다. 
나름대로 전원주택을 구상하고 설계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으나 
막상 집을 지으려니 주변의 만류가 만만치 않다. 
특히 시골생활이 싫은 마누라는 금전적 문제, 시골 인심 문제, 병원 문제 등의 
갖가지 이유를 내 세우며 반대가 심하다. 

나도 생각을 해 보니 어차피 두 집 살림 2중 생활을 하게 되면 시골집에 얼마나 머물 것이며 
빈 집 관리는 어찌할지 의문이 들어 집짓기는 포기하고 대신에 컨테이너를 갖다 놓기로 했다. 
가지고 있던 잡동사니를 넣어 두는 창고용 하나와 책상, 침대 용 하나를 갖다 놓고 가끔 가는데 
생각보다 자주 가게 되지 않는다. 
아마도 게으른 탓인 것 같다. 

며칠 전에 가서 낙엽 진 마당에 앉아 있노라니 어디서 와글 와글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머리 위로 기러기 떼가 낮게 날아 간다. 
월동을 위해 날아 오는 기러기들의 대화소리가 요란하다. 
그러고 보니 거기 이름이 雁기러기 안 行갈 행 雁行골이구나. 

봄이 오면 나도 저 기러기들 따라 훨훨 강 건너 고향에 가 보고 싶다.  
이름 비밀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