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갑니다.

2021년 한 해 동안 간헐적으로 중국에 관하여 이야기했던 것을 간추려 모아 보았습니다.

내가 1983년부터 1999년까지 약 15년 동안 중국에 체류하면서 겪은 일과 나의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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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념이나 사상은 목숨을 걸 것이 못 되며,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됨됨이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므로,

어떤 이념이나 사상에도 치우치지 않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이야기 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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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대의 사고로 중국에 대한 편견을 가진 이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그리고 40년 정도 전 이야기니 유효기간이 경과한 것이라 참고가 될지 모르겠지만,

주변 강대국들의 힘겨루기가 격화되는 현실에서

상대방을 올바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

역사의 수레바퀴는 오늘도 세차게 굴러 갑니다.

우물쭈물하다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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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공 침투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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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 처음 중국 출장명령을 받았을 때는

말로만 듣던 중공 오랑캐 나라에 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었다.

그러나 미지의 "죽의 장막" 안을 들여다본다는 모험심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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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해외여행도 자유롭지 못했는데 적성국가로의 여행이라니

중국 입국허가에 대한 정부의 심사도 까다로워서

신원 조회 등 수속에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렸는데

3일 뒤에 북경에서 상담을 하잔다는 통보를 받고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

그래도 까라면 까야 한다.

영사관에 연줄부터 찾아보려고 마당발 O권이한테 물으니

책임자가 우리 동창생 O식의 형님이란다. 한 줄기 빛이 보인다.

사실 O식 이하고는 한 반도 안 했고 그동안 자주 만나지도 않았지만

신이 나서 그 형님을 찾아갔다.

​

"형님, 저 O식이 하고 친한 친군데요.... 부탁드릴 일이...."

"뭐? O식이 친구? 걔 친구는 내가 다 아는데 자넨 못 봤는데...."

잠시 침묵이 흐르고 머쓱해 하는 나에게

"그래, 뭘 도와 달래는 거야?" "어쩌고 저쩌고 #@%$◇※£"

"그런 걸 이제 가지고 오면 어떡해?" "죄송합니다."

"서류 가져왔어?" "네."

"...................내일 와 봐."

그렇게 해서 히루만에 허가를 받았다.

O식이 형님 덕분에 북경 회의 날짜에 맞추어 홍콩 공항에서 비행기를 탄다.

체크인 줄에는 외국인들도 많았지만

내 주위에는 인민복을 입은 남성 동무와 여성 동무들 천지다.

손에 든 붉은색 패스포트에는 커다란 별이 빛나고 다들 엄숙한 표정들이라 좀 쫄아 있는데

웬 언니 하나가 옆에 와서 말을 건다.

쳐다보니 보기 드문 미녀가 웃는 얼굴로 새치기 좀 하겠단다. 그런데 하필 내 앞에?

아마도 그때는 내가 배불뚝이도 대머리도 아닌 총각 때였으니

웬만큼은 봐 줄만 했었나 보다.

알고 보니 중국 광동성 TV 방송국 인기 MC였는데

그 언니 덕분에 긴장되었던 중공 침투를 로맨틱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

북경의 수도 공항에 도착해 보니

Loading Bridge도 없이 어두컴컴한 입국장 건물로 걸어서 들어가게 되어 있고

Baggage Conveyor 한 대가 덜컹거리며 돌아가는데,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

공항에서 시내까지 승용차로 한 시간을 달리는 동안

흙먼지뿐인 도로는 황량하기 그지없다.

시내에 들어서도 넓은 도로에 차량은 거의 없고 가끔 소달구지와 마차가 지나간다.

곳곳에 붉은 깃발이 나붓기는 아래 한가하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모두 망사 보재기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괴이한 광경을 보니 별천지가 따로 없다.

대로변 집들은 대개가 단층이나 2층 정도뿐이고,

곳곳에 보이는 연못에는 투망질이나 낚시질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

2. 중국인들과 상담

​

공산주의 사회에 처음 발을 디디고 보니 나의 선입견 때문일까

모든 것이 낯 설고 불편하여 긴장이 된다.

그러나 그럴수록 여러 가지 호기심이 발동되어

그들과의 대화를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다.

​

그들과 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은

그들은 우리 같으면 체면상 예의상 하기 어려운 일들도

서슴없이 태연하게 한다는 것과,

상담에 있어서 결정적인 단계는 계속 미루어서 상대방을 초조하게 하고는

그동안 자기들에게 유리한 상황이나 자랑거리에 많이 접하게 한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인 단계에서는 1차 합의 사항도

그들 내부의 집단 합의 결정 체제를 이유로 번복하고

그들이 유리한 조건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 멋도 모르고 1주일 예정으로 갔다가

자금성, 역사박물관은 물론 만리장성 이화원까지 끌려다니다가 출장 기간을 연장하게 되고

마지막 일정 출발 하루 전에야 본격적인 상담을 하게 되니

조급한 마음에 많은 양보를 하게 되었던 생각이 난다.

1980년대 중반에

북경시 부시장을 비롯하여 건설위원회와 건설 본부 책임자들을 초청하여

홍콩의 홍콩차이나 터미널, 서울의 김포공항, 그리고 당시 부천에 있던 우리 공장을 보여 주었다.

그것은 북경 아세안 게임(1990) 프로젝트의 선수촌 승강기 공사 계약을 위함이었다.

약 2주 후에 조사단이 돌아가서 북경시 건설위원회, 건설 본부, 설계 단위와

시공 단위 등 유관 기관 책임자들이 토론 끝에 최종 결정을 하게 되었는데

우리 같았으면 일주일이면 될 일이 몇 달씩 걸린다.

하기야 우리도 일반 기업에서 하루면 될 일도 관공서에 들어가면 한 달도 걸리니

뭐라 말할 필요가 없다.

​

뿐만 아니라 우리 쪽에도 중국 개방 초기의 교역 절차와 실적 문제 때문에

종합상사가 끼어 있었으니 회담이 복잡하고 지연이 될 수밖에 없었다.

​

초기의 중국 교역에는 대우 현대 삼성 등 종합상사가 힘을 못 썼다.

주로 미국 국적의 한국인이 개인적으로 활동을 하고

발 빠른 종합상사가 뒤에서 지원하는 형식이었다.

그때 코오롱이 비교적 활발하여 우리와 협력했는데

기술적 사항이 많은 회의들을 그들을 통하여 같이 하자니 어려움이 많았다.

효율적 상담을 위하여 종합상사는 좀 빠져 있으라 해도 막무가내다.

수시로 본사에 보고를 해야 하니 우리와 일거수일투족을 같이 안 하면

마음이 안 놓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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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집단 합의체제의 중국팀과 이해관계가 얽힌 우리 팀이 얽히고 설켜 겨루느라

세월아 네월아 시간만 간다.

답답하고 한심하고 짜증이 나도 참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참을성이 많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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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3년 만에 계약을 체결하고 나니 만감이 교차한다.

1970년대 중반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승강기 전문 제조업체에 입사해서

흔들리는 남산 타워 꼭대기에서 고공 곡예를 하며

미국에서 몽땅 수입한 승강기를 좁은 타워 안을 니선형 계단으로 오르내리며 설치하고,

이대 역사 지하철에 당시 동양 최대라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느라 애도 많이 먹었지만 채 10년도 안 지나

1980년대 초에는 회사는 세무서 분류상으로 대기업에 진입하게 되고

우리 국산 브랜드를 달고 수출을 시작하여

홍콩에서는 미국과 스위스 경쟁업체들을, 중국에서는 일본 경쟁업체들을 따 돌리고

대형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수주하였다는 자부심에 힘든 줄 모르고 젊은 날을 보냈고,

그것은 우리 세대의 모든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뿌듯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

​

3. 중국인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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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가 본 사람들이라면 익히다 아는 사실인

가난하고 비 위생적인 환경은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니,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이야기 중에

우리가 잘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나 재미있는 부분에 대하여 이야기하려 한다.

​

우리들의 관념에는 일반적인 중국 사람들은 공산당의 폭정에 시달리고

공안 당국의 감시 속에 노예생활을 하는 것으로 각인되어 있으나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현재 우리나라의 일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군부독재 시절이나 권위주의 시대의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어떤 면에서는 남녀나 상하의 차별이 없는 평등사회로 보이기도 하였다.

​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가 물질적 풍요 속에 빈부격차나 불공평으로 몸살을 앓듯이,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는 평등이라는 이상에 취하여

나태하고 빈곤한 생활로 고통을 받는다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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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북경 시 정부 관리들 일행과 만찬을 같이 했다.

통상 그렇듯이 운전기사들도 같이 합석하여 격의 없이 환담을 나눈다.

우리 같으면 어딜 운전기사가? 잘 해야 만 원짜리 한두 장 주고

어디 가서 밥 먹고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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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끝날 무렵 내가 중국인들의 일상을 보고 싶다 하니

그들 중에 어느 종합 병원 원장이 흔쾌히 자기 집으로 초대를 하였다.

담배 한 보루와 초콜릿 한 상자를 들고 그의 아파트로 갔는데

운전기사가 자기도 같은 층 바로 옆집에 산다며 자기 집에 먼저 들렀다 가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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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현관에 들어서니 바로 거실인데

최신형 TV와 오디오며 주방 쪽엔 대형 냉장고가 눈에 띈다.

30평 정도지만 당시 우리나라 중산층 아파트 못지않다.

운전기사 집이 이 정도면 병원장 집은 어떨까 하여 바로 옆 병원장 집으로 옮겼다.

​

문을 열고 들어 서자 예상 밖으로 초라한 내부에 깜짝 놀랐다.

같은 평수에 조명도 희미하고 오래되어 낡은 가구와 가전제품들이

옆집과는 천양지차인데 아무도 어색해 하지 않는다.

잠시 후 운전기사가 돌아 간 다음에 물었다.

"운전기사가 수입이 좋은가 봐요."

"네. 월급은 비슷한데 일과 후에 부업을 하니까 수입이 좋은 것 같습니다."

"월급이 비슷해요? 그래도 병원의 우두머린데...."

​

"내가 병원장이라고 해서 월급을 더 받을 이유가 없지요.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특히 공산당원으로서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자부심을 가지게 된 것으로 댓가는 충분하지요.

각자가 맡은 일의 분야가 다를 뿐이고

저 친구 (운전기사)는 나름대로 노동을 많이 하고 쉬는 시간이 적으니

금전으로라도 보상받아야 하겠지요."

"..........."

​

40년 전 어느 순박한 공산당원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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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이 한창 90년 아세안 게임을 준비하느라 바쁘게 돌아 갈 때

메인스타디움과 수십채의 선수촌 아파트 공사를 총괄하는 건설 본부장을

예고 없이 갑자기 만나러 갔을 때다.

사무실 비서에게 물으니 11시 조금 넘었는데 식사를 하러 갔다네.

안내하는 곳으로 가 보니 현장에 우리의 한바식당처럼 시설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취사반 배식구에서 밥을 타다가 편리한 대로 아무데서나 식사를 한다.

길게 늘어선 줄을 더듬어 보니 중간쯤에 건설본부장이 양재기를 들고

직원들과 환담 중이다.

나도 놀랐지만 뜻밖의 방문객을 본 본부장이 당황하며 양재기를 뒤로 감추고

웃는 얼굴로 맞는다.

잠시 간부들과 상의하더니 나를 취사반 뒷쪽 작은 방으로 안내하고

점심 식사를 같이 하잔다.

​

곧 이어 환갑이 넘은 듯한 주방장을 데려 와서

모택동이 항일 투쟁을 할 때 식사당번을 했던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를 하고

모택동이 즐겼다는 돼지고기 조림 등을 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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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받은 별식을 앞에 두고 여러 가지 생각이 뒤엉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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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지의 큰 식당에는 식사시간에 자리잡기가 쉽지 않은데

좋은 자리들을 여럿 비워 놓고 있길래 가까이 가 보니 군인들 전용 테이블들이란다.

군사정권도 아닌데 웬 군인 전용? 공산당원 전용이라면 모를까?

그러나 공산당원은 민간인이라 평등하니 특혜를 줄 수는 없겠고

군인들은 집을 떠나 고생하다가 모처럼 식당에 오는데

자리가 없으면 섭섭할 것에 대한 갸륵한 배려일까?

당시에는 큰 식당들은 다 국영이었기 때문인지

"별난 정책때문에 빈 테이블에 손님을 더 받지 못해서 장사에 손해가 많다"고

불평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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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국에 주재할 때 회장님이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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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회장님이 뭐가 못마땅했는지 언성을 높이고

한국에서 하듯이 직원들에게 폭언 세례를 퍼 붇자 다들 찍소리 못 하고 설설 기는데,

한 현지 교포 통역사가 참다 못해 항의를 했다.

회장님이 어이가 없어서 한참 노려 보다가 나가 버리니 정적이 흐르는데 ....

그가 외친다.

"아니 선생님들 한국에서는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합니까? 노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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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시절 우리에게는 가끔 있는 일이라 만성이 되어 있었지만

중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횡포요 갑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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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느 금요일 대부분의 중국 공무원들이 오전 근무만 하는 관계로

오후에 회장님 외부 일정이 비어

모처럼 청대의 폐허가 그대로 보존된 원명원엘 모시고 갔다.

마침 호숫가에 대여섯 살 되는 아이를 데리고 유유히 앉아 노는 젊은이를 보더니

묻는다.

"오늘이 일요일인가?" "아니요."

"아니면 토요일인가?" "아니요."

"그럼?" "네. 금요일입니다."

"뭐야? 금요일 오후 벌건 대낮에 젊은 놈이 이런데 와서 빈둥거린다구?"

"네. 여기는 주 5일 근무라 금요일 오후에 좀 일찍 끝나서......"

"아이고, 주 5일 좋아하네. 그러니 이 모양 이 꼴이지." '네. 맞습니다. 맞고요...."

맞장구치는 목소리에 힘이 없다.

Seven eleven, Seven days a week 에 길 들여 진 사람들에게 주 5일 근무제라니.....

지금은 아니지만 40년 전에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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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북경 시청엘 방문했을 때 민정과라는 팻말이 붙은 사무실을 지나면서

민정사찰을 하나? 민심의 동태를 살피는 정보원들인가?

하는 생각에 거기 직원에게 물었다.

"무슨 일을 하는 부서예요? 지금 하시는 일은?"

"네. 여러 가지인데 지금은 어느 구에서 올라온 은퇴자 경로 여행 계획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공산치하에서 먹고살기도 힘들 텐데 경로 여행? 그것도 광동성으로 10박 11일....?

그리고 그건 사회복지과 일이 아닌가?

아니면 공산당 고위 간부 부모들만 보내는 건가?

또는 외국인 방문객에게 홍보하기 위하여 사전에 준비한 연극 대사일까?

그때는 그런 의심이 앞섰지만 지나고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

40년 전 이야기는 지금과는 다를 수 있다.

그들은 망가지고 우리는 개선되어 어느 정도 평준화되었다고 봐야 할까?

​

​

4. 北京 雜想

​

北京은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렸다.

영어 명칭은

北京이 Beijing 또는 Peking

北平이 Beiping 또는 Peiping

찰턴 헤스턴의 "55 Days At Peking"에서 Peking은

北京의 광동식 발음이란다.

​

북경의 명칭 變遷史

연나라 : 燕京

요나라 : 南京

원나라 : 大都

명나라 : 北平 > 北京

청나라 : 北京

중화민국 北平

중 국 : 北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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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京烤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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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명성을 갖게 된 베이징 카오야는 全聚德이라는 식당이 유명한데,

베이징 덕 코스 요리가 준비되는 동안 전채로는 야들야들한

鴨心(오리 염통 볶음) 한 접시를 시킬만하다.

​

北京飯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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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반점은 천안문 바로 오른쪽 왕푸징 입구에 있는 북경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호텔인데

내가 거기에 사무실을 잡고 동기 수첩에 주소(북경반점 1401호)를 올려 놓았더니,

지금은 고인 된 O탁군이 뭔 짜장면집이 14층까지 있냐고 물어봤던 기억이 새롭다.

​

王府井

​

왕푸징은 북경 최고의 요지 번화가인데

당시 북경시 건설위원회로 부터 개인적인 투자 제안을 받았다.

지금 기억에 약 1000평 정도의 식당가 개발에 미화 10만불 정도라고 하였다,

그 금액은 당시 강남의 중형 아파트 값이었는 데 현지 건설 노동자 임금으로 보면

1000명을 1년 동안 투입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내게 그만한 여유 자금도 없었을뿐더러

중국의 장래도 매우 불안했던 터라 사양을 할 수 밖에 없었는 데,

40년 후 지금은 그 가치가 수 천 배는 된 것 같다.

대장동은 저리 가라다.

모험을 했으면 동창회 기금도 넉넉히 내고, 대학도 하나 세우고, 폼 좀 잡았을 텐데....

애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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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남녀 평등

​

어릴 때 방학이 되면 강원도 장성(지금은 태백시)에 가려고 청량리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꼬박 12시간을 가서

다음날 늦은 아침 겨우 철암역에 도착하던 경력이 있다.

그 때문인지 유럽 출장 한 번에 보통 2주간 4-5개국을 다니던 때도

Eurail을 많이 이용했다.

단거리는 창밖의 경치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고

원거리는 대개 밤에 타면 다음날 아침에 도착하게 되니

항공료와 호텔비 합친 것보다는 침대차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덜 번거롭기 때문이기도 했다.

​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침대차를 여러 번 이용했는데,

6인용, 4인용, 그리고 노선에 따라는 1-2인승도 있었다.

​

어느 날 대련에서 북경까지 야간열차 4인용을 타고

나머지 세 자리의 룸메이트를 궁금해하면서 가다렸다.

얼마 후 20대 후반 정도의 언니 하나가 먼저 들어오는 데

몸매가 늘씬하고 얼굴도 매력적일 뿐 아니라 영어도 하네.

북경의 무슨무슨 진출구 공사의 경리라는데 우리로 치면

종합상사 해외무역부문의 과장이다.

​

互相간에 관심이 많았으니 대화가 길어지게 되어 삼매경에 빠져드는데...

갑자기 기차가 덜컹하더니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니 이런 행운이~ Oh My God !

덜컹거리는 방 안에서 둘이서만 밤을 보내려니 가슴이 뛴다.

언니 눈치를 보니 부끄러운 기색이라곤 전혀 없다.

차표 검사가 끝나고 소등 시간이 되자

언니는 침대 시트로 몸을 덮고 바스락거리며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내가 외려 민망해서 돌아누워 자는 척을 하는데 만감이 교차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나를 괴롭힌 생각은

"이렇게 가만이 있는 건 저 언니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 모른다"는 죄책감이었는데....

​

얼마나 지났을까?

비몽사몽 간에

향긋한 냄새와 함께 어깨를 가볍게 스치는 손길에 소스라쳐 눈을 떠 보니

얇은 잠옷 바람의 언니가 미소를 띠고 내려다보며

어리벙벙하고 있는 나에게 속삭인다.

" Are you sleeping ? Are you ...."

꿈이냐? 생시냐?

​

중략

(각자의 상상에 맡깁니다.)

​

아침에 북경역에 내려서는 아쉬운 작별을 하고

그 후 몇 번 업무를 빙자한 접촉이 있었습니다.

중국의 남녀평등뿐 아니라 남녀관계의 스스럼 없음은 매우 놀랄 만합니다.

​

​

대련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당시 대련 시장을 하던 薄熙来 생각이 난다.

장래가 촉망되던 최 고위급 정치가였는데 말년에 부정부패로 몰락하였다.

​

그는 문화혁명 당시 아버지가 반동으로 몰려

자신이 반동혈통으로 출세길이 막힐 뻔하게 되자

홍위병들 앞에서 아버지를 두들겨 패서 갈비뼈를 부러뜨린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의 아버지는 두들겨 맞으면서도

아들이 정치인의 자질이 있다고 흐뭇해 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

그것은 공산주의 특히 문화혁명 당시의 광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이기적인 본능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일제하에서 안중근 의사의 아들 안준생의 변절도 마찬가지로

생사의 갈림길에서였을 텐데,

만약 그들이 정상적인 자유세계에서 있었다면 어땠을까?

​

그리고 친일파 자손들은?

빗발치는 손가락질을 모면하려고 부모를 심하게 비난할까?

아니면 조용히 감수를 할까? 또는 적극 옹호하고 합리화시키려 할까?

​

김삿갓은?

​

​

6. 중국의 추억

​

나의 중국인 친구 우셴성

​

나보다 15년쯤 년상인 오선생은 상해 출신으로

강택민과 같은 시기에 교통대학을 나왔다.

북경에서 대학교수를 하다가 은퇴하여 주변에서는 오교수라고 부른다.

거기도 선생보다는 교수가 훨씬 존칭이다.

​

10여 연간 내 통역을 맡아 주었고 현재까지 40년 가까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데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아주 허름한 20평 정도의 저층 아파트에

부인하고 대학생 아들 둘과 같이 살고 있었다.

희미한 30촉 짜리 전등불 아래 집 주변 텃밭에서 따온 채소로

물만두를 빚어 삶아 주던 그 부인은 클라스메이트였다네.

​

손바닥만 한 책상에 쭈그리고 앉아 공부를 하던 아들에게

용돈으로 100불을 주었더니 깜짝 놀란다.

당시 막 노동자 1년 봉급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는데

나도 큰맘 먹고 오선생의 헙조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한 것이었다.

그 후 10년쯤 지나서 서단의 민족반점 뒤에 위치한 번듯한 아파트로 이사를 하였는데

아들들이 독립을 해서 나가서 빈 방 하나는

내가 퇴직 후 북경에 가면 묵는 방이 되었다.

​

그 오선생이 10여 년 전 서울에 왔었다.

북한의 오징어잡이 quota를 획득한 중국업체가 한국의 투자자를 찾는다 해서

상의도 할 겸 여행을 왔단다.

나도 그 방면엔 문외한이었으므로 마침 그때 막 해수부 장관에서 퇴임히여 쉬고 있던

친구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으나 그 건은 복잡하여 무산되었다.

​

그의 아들이 유럽의 어느 제약회사의 중국 대리점을 운영하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해남도에 겨울 별장을 마련하고 매서운 북경의 겨울바람을 피해

반 년은 해남도에서 지낸다네....

대학교수라 정치활동에 관심이 없었는지 가족들 중 아무도 공산당원이 되지 않았어도

똘똘한 자식 덕분에 호사를 하니 내 마음이 흐뭇하다.

​

어제 해남도로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오선생, 진짜루 공산당원 아니우?"

그가 의아해 하면서 되묻는다 " 왜 그런 뚱딴지같은 질문을 하시나?

한국에 돌아가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우?"

​

​

명승 고적

​

베트남에 공장을 둔 O철군이

캄보디아에 백 번도 넘게 출장을 다녔으면서도 앙코르와트엘 가 보지 못했다고 한 것이 이해된다.

나도 중국에 15년 이상을 있었으면서 유명한 황산, 계림, 구채구, 장가계 등은 구경하지 못했다.

오직 시안의 병마용과 시닝의 타얼쓰만 퇴직 후에 여행으로 들러 보았을 뿐이다.

​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이 나보다 중국에 대해서 더 많이 아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왜 무엇 때문에 그런 델 못 가 봤을까?

​

내가 종사했던 업종이 대도시의 고층건물 관련인지라

대부분 산속 외진 곳에 있는 관광지엔 가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인가?

시끌벅적한 유명 관광지보다는

평범한 농촌의 순박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더 궁금해서 그랬을까 ?

​

중국에서도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하남성 어느 농촌 마을에서

하룻 밤 민박을 할 때 생각이 난다.

해가 진 뒤 어두운 마을 광장 높은 담벽에 스크린이라고 커다란 무명 천을 걸어 놓고 영사기를 쏘면 빛 줄기에 반사 되어 함박눈 처럼 날리는 날파리 떼와 사정없이 물어 뜯는 모기떼가 극성이다.

한글 자막도 없고 주룩주룩 비 내리는 화면이었지만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땅바닥에 앉아 부채질을 하며 느긋하게 활동사진을 볼 때는

그때부터 30년 전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곳곳에 폭격의 흔적이 폐허처럼 남아 있던 이화동 공터에서 "우주전쟁"이라는 영화를 보던 시절로

돌아 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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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로비에서 모여서 깃발을 따라 허둥지둥 다니는 단체 관광도 싫었지만

유명한 관광지를 구석구석 다 돌아 보고 나면

다시 가 보고 싶은 기대와 욕망이 사라질 것이 싫어서 남겨 두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마도 언니들과 지내면서 얻은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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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오래 사는 동안 친근했던 것에 대한 그리움도 한편에 자리 잡고 있고,

아직도 가슴이 설레는 명승지와 역사 탐방에 대한 호기심과 꿈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