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베를린 벽을 양쪽에서 큼 망치로 두르려 부실 때. 동독 정부에서는 그대로 내버려 두었고, 독일은 그래서 통일이 되었다. 저 민족은 저렇게 하나가 되는데, 우리는 왜 갈라져 있어야 하나, 느끼고 있었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이 같이 모인 곳에서 영어로 연설을 할 때. 한국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의견이 조목조목 분명하고, 우방에 대한 예의와 감사의 말과 표정,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셋째: 어제 임윤찬이 Van Cliburn 국제 피아노 경연에서 일등 수상한 과정. 그의 Rachmaninoff 3-rd Concerto는 한 심사위원이 “일생에 한 번 들어 보기가 어려운 연주였다. 그 연주를 본 것이 영광이며 나를 겸허하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연주가 끝나 갈 무렵, 지휘자가 눈물을 보이고 있었는데, 그런 장면은 처음 보았다. 나는 물론 음악에 대해 평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너무 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 세상이 어지럽고, 정치도 미국, 북한, 등등 세상 꼴이 말이 아닌데, 그런 상황에서 그 대회의관중이 하나의 가슴으로 열광하는 것은 너무 감격스러웠다. 다시 보기가 힘들 것 같다. 영어를 하는 것을 보나 경력을 볼 때, 임윤찬은 유학파가 아닌 한국에서 자라난 우리의 젊은이, 아니, 청소년이다. 그가 이렇게 이번에 온 세상의 가슴을 흔든 것은 우리나라의 예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세계에 보여준 역사적인 계제로 보인다.

수년 전에 영문과 교실에서 내가 한 말이 있었다. 내가 제일 싫어 하는 사람의 부류가 말이 많고 눈물이 많은 늙은이라고. 그때 나는 교실에서 너무 질문을 많이 했었다. 궁금한 것이 많고, 매년 늙어가는 주제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배울 도리가 없었다. 여자 교수들은 그래도 잘 받아 주는데, 남자 교수들은 무슨 자존심들이 있는지는 모르나, 싫어하는 표정이 완연하였다. 웃기는 때가 하나 생각난다. 하루는 “오늘은 절대로 입을 열지 않고 수업 시간을 보내겠다” 굳게 결심을 하고 갔다. 여교수가, “저 친구가 이 조목에서는 분명히 질문을 해야 하는데, 오늘은 왜 꼼짝 안 하지?” 생각을 분명히 했겠고, 그리고는 놀려 주고 싶었는지, 내 이름을 부르며 그 조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여태까지 너무 말이 많아서 미안했기 때문에, 오늘은 완전 묵계 (수도승들이 하는 vow of silence)를 하려고 했는데, 이 교실에서 신과 같은 교수님이 물어보시니 그 묵계를 깨야 하겠습니다.” 했더니 교실 전체가 폭소를 하는 것이었다.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니, 이제 나는 내가 싫어 해 왔던 말 많고 눈물 많은 사람이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