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시중을 보내며
작성일 :
김종민 / 작성일 :
2022-07-22 /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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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전쯤 백재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큰 슬픔
속에 소식 전하네. 윤시중이 지난 7월2일에 집에서 뇌출혈로 쓰러져서 … 응급실로 옮겼으나 어제 오후 3시에 별세하였네. … 부인과 통화했으나 나의 조문도 거절하고 추후 장례일정이 정해지면 연락하겠다고”
그래서 나의 답글, “아이고, 홰
그리 잘 가란 말할 틈도 안 주고 가는지. 지석이도 그랬고, 희원이도.
더 세월 가기 전에 꼭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데, 꾹 참고 나 죽는 날을 기다리는
것이 순리인지.”
그리고 어제 받은 재하가
쓴 부고/조사:
62회 동기
윤시중이 지난 7월5일 Pasadena 소재 … 병원에서 별세 했음을 알립니다. 향년 74세. 사인은 뇌출혈로 인한 심정지라고 합니다. … 유족
(부인)의 요청으로 바로 알리지 못 하고 오늘 장례를 하고 이제서야
소식을 전하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처음 그를 만난
것은 60여년전 고등학교 때입니다.
나는 신문반에 들어 있었고 그는 미술반이었지만 서로 가까워졌습니다.
젊은 시절의 그는 미술학도였습니다. 서울대학교 미대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재학중에 국전에
입상도 했습니다.
서예가 원곡 김기승 선생은
그의 글씨를 보고 천재라고 칭찬했었습니다.
1970년대에
미국에 유학와서 San Francisco Art Institute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NYU에서도 수학했습니다.
그 후 킴스전기에서 40여년을 일하면서 친구들과의 모임에는 거의 나오지 못
했던 것으로 압니다. 그 사십여년 동안 직장에는 단 한 차례의 결근도 지각도 없었다고 합니다.
내가 아는 그는 신사, 충청도 양반이었습니다. 학생 시절부터 이제까지 한번도 남에게 성을 내거나 남과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성실한 사람이었고, 나에게는 정다운 친구였습니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 6월에도 그와 나는 Oregon주
Mackenzie River에 있는 그의 별장에서 일주일 함께 지냈습니다. 그는 매일 나보다 먼저 일어나 나를 깨워 과일과 야채로 음료를 만들어 주며, 이제 술 끊고
건강 챙기라고, 그래서 남은 생을 함께 재미있게 지내자고 했었습니다. 왜 그때 그의 말을 무심히 지나쳐 버렸는지 크게 후회가 됩니다.
그를 빨리 이끌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게 했었더라면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졸지에 60년 지기를 잃은 내 마음은 애통하기 그지없습니다.
가슴 한복판이 뻥 뚫린 듯. 걸음이 헛땅을 밟는 듯 휘청거립니다.
그러나 또 한편 생각하면, 이 한생을 살아오면서 참으로 진실한 친구가 옆에 있어서
내 삶이 행복했음을 되새기게 됩니다.
내가 죽어서 저세상에서
다시 그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렇기를
고대합니다.
2022.7.19 백재하
나의 답글, 2022.7.21:
생각해 보면, 시중이는 도통의 극치였던 것 같은데, 어떤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어떤 여인과 짝을 맺었는지, 자식들은 있었는지, 이제서야 이런 궁금증이 오네. 고3때, 한부환, 윤시중, 그리고 나, 한참 다른 성격의 셋이서 졸업 앨범을 만드는데, 특별한 leader가 없이 부드럽게 일이 진행된 것 지금 생각해 보면 신기하네.
항상 부처님같이 아주 보일락말락한 미소가 보였고, 한번 그가 크게 웃었던 것이 생각나는
것은 우리는 메밀국수 4판이면 끽인데 부환이 10판을 먹는 것을 보았을
때, 시중이 “역시, 0.1톤
(100 kg)은 달라.” 말했을 때. 말이 없으면서, 가끔 그가 그 특유의 humor를 보여
줄 때, “야, 이 친구 정말로 유머 감각이 뛰어나는 천재이네!”
생각했었지. 혹시, 주위 속세의 수없는 불쌍한
중생을 보면서, 이 무리들을 살리려면 내가 십자가를 지고 그들을 보는 시련을 달갑게 받아야 하겠지라는 마음으로
묵묵히 평화로운 얼굴로 한 삶을 지켜가지나 않았는지.
내 답글을 받고 재하가
길게 시중에 대해서 답을 보내왔다. 그 일부에 “여러 해 전에 동기 xx가 LA에 왔을 때, 시중이 킴스전기에서 판매원 조끼를 입고 일하는 것을 보고 ‘시중이는 우리들의 예술인이었는데…’하며 실망하던 모습이 생각나네.”라고. 그리고는 “아내가 시중씨 불쌍하다고 눈물지어서
내가 yy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그의 답, “시중이도 그때그때 최선의
선택을 했었겠지.”
많은 생각을 했다. 우선 시중이 전기품 판매하는 것에 대해 나는 전혀 실망을
느끼지 않는다. 한참 전에 사람들 몇 앞에서 내가 한 말이 있다: “경제적이나 사회적 성공을 떠나서, 한국에서 남자로 사는 것은 미국에서의 경우에 비해 쉽다.
한국에서는, 본인의 가족 배경과 학벌, 두뇌와
면모에 따라서 사회가 기대하는 것이 있고, 대부분은 거기에 순응하면 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그런 것 하나도 이해해 주지 않고, 거지가 되던 백만장자가 되던 모두가 개인
자신에 맏겨진 것이기 때문에, 몸 하나에 모릿속에 별로 들은 것 없는 젊은이가 느끼는 외로움과 두려움은 한국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이다.” 시중이의 ‘최선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나랑 제일 친한 친구 하나가 내가 영문학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는 “너는 왜 때마다 제일 고통스러운 일을 찾아다니면서 고생길을 찾니” 하면서 내 과거를 들추는
것이었다. 시중이도 비슷한 이유가 있었는지. 내가 포항공대에 잠간 있었을
때 보니까, 외국인 교수들의 거의 전부가 wanderer (19세 낭만주의
독일의 방랑자) 였다는 것. 자기들의 고국에, 모교에 머무르지 못하고, 사랑의 큰 아픔을 피해서, 방랑을
하는데, 이 방랑인들의 특징은 Schubert의
wanderer 같이 죽음을 다해 방랑을 끊이지 않는 것. 혹시 시중이도 이런 점이
있었는지. 별장도 좀 가까이 두지, 왜 그 먼 오레곤 주에 다 구했는지,
가까우면 가기가 너무 쉬워서 그랬었나. 아니면 사랑하는 곳에 가려면 좀 고생을 하면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었는지. 시중이의 ‘최선의 선택’은 ‘가장 고통스러운 길’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시중이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딱 한번밖에 보지 못했다. 2십년도
더 되었나, 재하네 집에 놀러 갔었는데, 그때 동창들을 불러 주었다.
시중이가 왔고 희중이도 있었다. 뭔가 내가 한마디 했는데, 미시간 오지에서 한국 사람들과 너무 접촉이 없었어서, 부부간의 말도 거칠어지고 혹시 다른 한국인과
만날 때도 조심을 해도 실언을 하는 때가 종종있었다. 시중에게 말하면서 아차 했는데 이미 늦었고,
사과할 겨를도 없었고, 나중에 아내에게 야단을 맞았다. 그러나 친구들은 내가 가끔 실수하는 사람이니까 봐주자 하는 태도였었다. 그것뿐인가, 영어를 쓸
때도 실수를 가끔 한다. 한번 실수할 때마다 그 고통이 사흘은 간다. 어쩌겠냐, 나는 그저 모자라는 놈이라고 생각하면서 날 봐 주는 이들에게 고마울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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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택(50.29.173.250)
2022-08-01 07:13:01 
1968년 겨울 김신조가 "박정희의 목을 따러 왔수다"던 1.21 사태로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는 나는 고3 학년의 연속 같았던 의예과시간으로 부터 벗어난 며칠의 여유을 화가 시중이를 바라보며 무척 부러워 헀었다.
그는 긴 각목과 넓은 캔버스천을 따로따로 들여와서 그방의 한쪽면을 가득 채울 만한 엄청 큰 화폭을 짜서 세워 놓고 그위에다 물감을 칠을 하는데 나에게는 신이 내린 무당이 춤추는 듯이 보였다. 가끔 쉴때는 연탄난로 위에 놓인 냄비에다 시뻘건 떡복기나 삼양라면를 끓여 요기를 하며 담배까지 물었다. 그리고는 먼저 해놓은 위에 다른 칠로 덧 씨우는 그를 보고 나는 넋을 있고 혼자서 나름대로 이해를 하려고 애를 썼다. 나름대로 "예술가의 혼이 어떻게 보여지나?" 하며.
그 후 한 30년이 지난 뒤에 LA에서 만나 들은 이야기로는 1970년 중반에 NYU Cinema Studies에 다니다가 쉬고있다고 하더군.
여러 New Yorker의 여러가지 고약한 냄새로 쩔은 7번 지하철로 Queens에서 한시간 반이 걸리는 Manhattan으로 통학을 했었는데
그 때 같이 다녔던 학생중에는 Oscar를 탄 감독도 있었다 하길레 "너는 언제?" 물었던 적이 있었고 그는 대답없이 "가끔 Oregon으로 가서 지난다" 길래 내 혼자 가름 하기로 "거기에다 화실을 크게 세워 놨겠지?" 하였다.
또 20년이 지난 뒤에 훌쩍 먼저 갔다는 놀라운 소식에 슬프고 아쉬움보다 "그럼 그의 유작은?"하는 나의 꺼끄러운 의문은 시중이를 이시대의 큰 예술가로 바라 보았던 반세기전의 나로 부터 나왔다.
너무나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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