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B.C.551~B.C.479)와 노자(B.C.570년~ B.C.479년 추정), 두 사람 모두 중국 춘추 시대의 사상가이다. 그 시대의 혼란상은 한마디로 '인간과 사회'의 문제로 야기된 것으로, 난세의 이유를 공자는 인간성의 상실에서 찾았고 노자는 그 이유를 사회를 한가지의 체계로 집중 통일하려는 지배층들의 통치 방식과 사회의 인위적인 문화체계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공자의 철학은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지향하는 제도 확립에 의한 인간성의 회복에 집중되었고 노자의 철학은 가급적 인위적인 체계를 약화시키는 방향(道)으로 나아간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유와 무로 구성 되어 있다. 유는 모든 만물을 통칭하여 가리키고 무는 이 세계의 시작을 가리킨다. 유는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영역이고 무는 세계의 오묘한 영역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비로소 존재하게 한다. 이는 마치 찰흙에서 빈 공간(無)이 있어야 그릇이 되듯이 무가 있어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유와 무는 존재와 비존재의 묘한 경계를 형성하며, 서로 상대편의 존재 근거가 되면서 공존한다. 이와 같은 유와 무의 존재형태(有無相生), 이것이 도(道)의 모습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반대편을 향해 열려 있고 반대편 것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며 변화한다. 세계는 어떤 것도 자신의 본질 속에 갇혀 있지 않으며 반대편 것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도란 이러한 세계와 관계하는 매개를 말하며 비언어적인 개념, 즉 언어로 표현이 불가하다. 도는 본질적 내용물로 규정된 존재가 아닌 무위적 본질이기 때문이다. 도는 만물의 존재 형식이고 덕은 도의 행위(작용 모습)이다. 노자에게 도덕은 존재의 합리적 근거가 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름답다는 것을 아름다움으로 알면 추하다.'(天下皆知美之爲美斯惡已) '세상 사람들이 모두 좋다고 하는 것을 좋은 걸로 알면 좋지 않다.'(天下皆知善之爲善斯不善已)는 말은 악이 있어야 선이 있고 추가 있어야 미가 있다던가 혹은 어떤 대상을 추하게도 받아들이고 아름답게도 받아들인다는 개념이 아니다. 이 말은 존재의 이중성(인지적 양면성)을 배제하고 가치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어떤 욕망이나 목적 혹은 체계로 닫혀 있지 않아야 하며 어느 한쪽에 가치를 두지 말라는 것이다. 이 세계는 대립쌍(유, 무, 미, 추, 선,악)들로 서로 꼬여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이 곧 자연의 존재형식(도)이다. 하나의 가치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집중 통일되면 그 가치는 곧 권력화 되고 이는 폭력으로 발전되기 쉽다. 만일, 사람들이 절대적인 가치를 인정한다면, 그 합의된 가치를 정점으로 인간 군이 차별화 되고 곧 경쟁과 갈등이 야기되며 사회와 인간 모두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노자의 생각이다.

사람이 어느 한 영역에서 편안하면 그는 이 세계의 미세한 한 조각에 의지하는 것이 된다. 그렇게 되면, 편견과 우열이 생긴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知)은 서로 구분하고 배제하여 본질을 정의하려는 것으로 이는 도가 아니다. 도는 이 세계를 무지(無知)의 태도로 대한다. 아는 것의 궁극은 무지다. 이 세계의 대립면들이 서로 존재 근거를 나누어 가지면서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경향을 가지고 서로 꼬여 있다는 이치를 체득한 사람들은 진중하고, 손님 같으며 텅 빈 마음을 가지고 세상 속에 풀어져 있다. 배움(전통이나 기준의 모방)을 끊으면 근심이 없어진다.(絶學無憂) 도는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모호하며 어리석다. 도는 신중하고 소탈하고 비어 있으며 어린애 처럼 유연하다.

노자는 도와 덕을 통하여 인간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행위를 표방하고 있다. 노자는 가치체계의 서열화(부, 명예, 지혜 등)를 부정했다. 문화 체계나 이론은 주관과 객관 사이를 가로 막는 그물 같은 것(편견, 학습된 내용, 관습, 욕망)으로서, 설치된 그물을 통과할수록 진면목은 보기가 불가하다고 주장한다. 공자는 현실주의자로서 인위적 개념 즉 이상 사회, 가치 체계를 옹호했으며 노자는 이상적인 무위, 자연적인 도를 옹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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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과 여성성은 천지의 근원을 이루며 모든 생명을 잉태시키는 도의 표상이다. 도는 여성적인 모습으로 그 작용은 무궁무진하다. 도는 천지자연처럼 장구, 자족, 겸손하며 맑다. 또한 자연운행처럼 부드럽다. 남성성을 알고 그 여성성을 지키면 천하의 계곡이 되며 덕이 떠나질 않는다. 계곡은 낮추며, 물처럼 넓은 포용력을 가지며 고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많은 것을 얻게 된다. 가장 훌륭한 도의 행위는 물과 같다(上善若水).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 도는 항상 무위하지만 이루어 지지 않음이 없으며 모든 것을 얻는 무한한 결과를 보장한다. 세계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더 유연할 수 있고, 아는 것이 적을 수록 용감하고 신념이 강해진다. 도는 서로 대립된 가치를 포용한다. 안다고 해서 분노를 폭발시키지 말라는 것이 노자의 가르침이다.

사람이 타인을 알면 지혜롭고 자신(인위적 체계가 아직 씌워지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알면 명철하다. 공자는 전자인 지인을 중시했고 노자는 후자를 중시했다. 공자는 극기복례(克己復禮, 욕망을 억제하고 예의에 어그러지지 않도록 함)를 강조하며 인위적인 문화체계를 학습하여 인간의 본질인 인(仁)에 도달하려는 이상을 가졌다. 노자는 덕인의예(德仁義禮)의 순서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따라서 덕을 가장 으뜸으로 쳤다. 공자에게 인과 의는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다. 그러나 노자에게 그것들은 도라는 우주의 존재 형식으로부터 이탈된 인위적인 가치였다.

결론적으로 '공자에게는 반대되는 두 개념이 각자의 의미 안에서 자족적으로 존재하면서 대립' 되어 있지만 노자에게는 '반대되는 두 개념이 각자의 위치를 이탈하여 반대편으로 스며들어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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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최진석 지음> 책 내용과 필자의 해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