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교

1980년경, 내 애들이 유치원 다닐 나이에, 미시간주 안아버 한글학교에서 2,3 년, 그 후 General Motors에 직장을 옮기고 그 근처로 이사한 후에 세종학교 (The Korean School for the Greater Detroit)에서 겪은 경험이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그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2세이지만, 국제결혼한 집의 아이들도 있고, 갓 이민 온 가족들도 있었다. 한때 세종학교에는 한국인 아이들을 입양한 부모들을 위해서 성인반도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면모 때문에 선생을 한다는 것이 매우 까다로우면서도 흥미로웠다.

          세종학교에서는 초/중급반과 고등/성인반 두 교실에서 역사를 맡았었다. 초/중급반의 첫 수업 들어가지 전에 다른 교사들이 “남자애 누구와 여자애 누구는 도저히 불가능한 애들이니까 너무 신경 쓰시지 말고 넘어가세요” 말해 주는 것이었다. 나도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역사는 재미가 없었고, 당연히 미국서 크는 어린애들에게 재미 있을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교실은 내가 웬만큼 소리쳐도 시끄러웠다. 그래서, 더 큰 소리로, “모두 백지 한 장에 부모나 조부모에 대해서 써요!” 했더니, 몇 명이 조용히 쓰기 시작하고, 몇 분이 지나자 교실 전체가 믿기 힘들 정도로 조용해지고, 들리는 소리는 오직 연필이나 펜이 종이에 긁혀가는 소리였다. 부모에 대한 집착과 자부심은 타고 나는 것 같았다. 애들이 쓴 것을 낸 후에, 10분 휴식 시간을 주고, 그 동안 나는 애들이 쓴 것을 훑어보았다. 모두 영어로 썼다. 읽으면서 나는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아야 했다.

          딴 교사들이 말했던 그 문제아 남자애는 “엄마 아빠는 작은 식료품 가게를 하는데, 보고 싶어도 볼 수 있는 때는 그 가게에 가서 어정거리는 것인데, 엄마 아빠는 할 일 없으면 저리 가서 숙제나 해라 하지만,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거기서 숙제나 공부는 할 수 없지요. 그러다가 먼저 집에 가면 엄마 아빠는 늦게 들어오는데, 급하게 저녁 먹고는 침실로 들어가서 문을 닫고 한국 드라마를 VHS테잎으로 보지요. 딴 집들 같이 엄마 아빠와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었으면 해요.” 그 문제아라는 여자해는 나이와 학년이 높은 편이였고, 체격이 서양식으로 크고 반듯하고, 커서 매력 있는 여성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 애가 쓴 한 구절, “I wish that my dad ever tells me he ‘loves’ me. He only tells me that he ‘likes’ me.” 그 수업시간의 후반에서 나는 옛날 한글에서는 ‘사랑한다’는 신하들이 왕을 우러러볼 때 쓰는 말이었고, 서양 언어의 ‘love’는 우리말에서는 ‘좋아한다’로 되어 있었다. 현대에 와서 한글과 영어를 번역하게 되었는데, 너무 쉽게 생각했고 틀리지만 우선 ‘사랑한다’는 ‘love’가 되었고, ‘좋아한다’는 ‘like’가 되는 웃기는 결과가 되었다. 그러니까 나이 많은 한국 어른들이 ‘좋아한다’ 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love’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 다음 시간부터 그 두 문제아들은 제일 열성을 보이며 나를 따르는 학생들이 되었다. 다를 교사들이 믿지 못 하였다. 그 여자애는 영시를 잘 썼는데, 몇 개 나에게 보여 주었고, 나는 물론 격려해 주고 축복을 해 주었다.

          한 아이는 부모에 이어 조부모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딴 주에 사시는데, 일년에 한 번쯤 보게 되면 영어는 못 하시니까 내 앞에 먹는 것만 밀어주고, 떠나실 때는 돈을 주고 가십니다.” 그래서, 내가 “다 알겠는데, 돈을 주시는 의미는 뭘까요?” 했더니 한 아이가 어른스러운 대답을 해서 놀랐다. “말로 대화가 안 되고, 볼 시간이 워낙 없으니, 사랑을 표현하는 길이 그 것 밖에 없어서 그랬겠지요.”

          위와 같이 첫 수업을 하고는, 그 다음에는 “여러분, 자기 자신과, 그 위의 부모, 조부모에 대해 뗄 수 없는 관심을 가지고 있군요. 그 것을 연장해서 더 과거로 가고, 그 모든 과거를 알려고 하는 것이 곧 역사입니다” 하면서 학기를 꾸려 나갔었다. 암기 위주가 아니고, 우리 나라 역사에서 큰 영향을 미친 사건들을 중심으로 끌어 나갔다.

          세종학교에서는 매 학기말에 학생들과 부모를 초대해서 과다회를 열었었다. 학생들이 쓴 것들 중에 좋은 것을 뽑아서, 선생들이 쓴 것, 부모들이 쓴 것들을 모아 기념 문집을 만들어 모두에게 주었었다. 거기에 내가 낸 글도 있었다. 두번째 학기말에 한 어머니가 딸의 손을 잡고 나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첫 학기 끝에 나온 문집에서 내 글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남편은 자동차 회사원인데, 자기도 돈이 벌고 싶어서 party store (잡화상인데, 큰 수익은 주류를 파는 것에서 나옴)를 꽤 성공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딸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돈 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라 느껴서 그 장사를 팔아 버렸다고. 그 문제아라고 불리던 남자애는 어디서 든든한 삶을 누리고 있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편안한 환경속에서 소위 잘 나가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애들보다 더 인생에 대한 집착과 목표가 있는 아이이니까.

          그 다음 해의 첫 교실은 어느 남자애의 질문으로 시작했다. “왜 한국사람들은 외국과의 관계나 국내에서 다른 당파와의 사이에서 그렇게 딴 쪽을 악마 같이 여깁니까?” 전혀 기대하지 못한, 어른스러운 질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길게 답변을 하였다. “여기는 역사 교실이고, 현실을 잡고 싸우는 곳이 아닙니다. 과거의 사건을 여러 모로 보면서 그때 상황과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활동했는지 이해하려는 것이 중요하고, 옳고 그른 것, 사악을 분별하려는 것은 그른 태도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한 사회에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옛날 양반이었던 애비는 세상 모든 것을 욕하면서 매일 밤낮 술만 마셨고, 가족이 먹고 사는 데는 손을 뗀 상태였습니다. 어린애들이 굶기를 닷새가 되자, 어머니는 집을 나가서 몸을 팔아서 자식들에게 먹을 것을 보내 주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보내는 돈으로 계속 술을 먹었습니다. 자, 가족을 굶게 한 애비가 나쁜 사람인가요, 몸을 판 에미가 나쁜 사람인가요? 한국을 너무나 사랑했던 Hulbert 박사는 이씨 왕조는 너무 부패하고 힘이 없어서 한국이 근대화되려면 외국에 업혀서 가야 되는데, 러시아, 및, 다른 서구 세력보다는 그래도 일본에 기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었지요. 내게 신기한 것은, 만약 한국인 정치인이 똑 같은 발언을 했다면, 그는 매국노라고 찍혀서 오래도록 크게 욕을 먹었을 터인데, 왜 Hulbert박사는 아직까지도 추앙을 받고 있지요? 같은 맥락으로, 고려가 망한 후에, 역사가들과 대중의 눈에는 망해가는 나라의 왕을 목숨을 바쳐서 섬긴 신하들이 옳았나요, 아니면 나라의 장래를 내다보며 새로운 군주를 모시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깨인 사람들이었나요?”

          고등/성인반에는 한국서 애를 입양한 백인 부모들이 여럿 있었다. 참으로 어려웠다. 무엇을 어느 정도에서 얼만큼 전해주어야 할지. 내가 좋아하는 영어 구절, “Truth, nothing but truth, and the whole truth”에 따라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모든 면을 객관적으로 비판을 하며 보여 주어야 할지, 아니면 좋은 점만 보여 주어야 할지. 나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모자라고, 총 수업 시간이 빤해서, 결국은 깊이가 낮은 수준에서 수업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의 한글 학교 경험은 벌써 40년 전, 호랑이 담배 필 시절이 되었다. 내 애들은 한국서 Netflix에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있고 한국말 많이 늘었다고 자랑한다. K-Pop은 믿기 어렵게 인기가 있다. 내가 다니던 영문학과 교실에서 많은 학생들이 K-pop을 듣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내가 사는 곳의 노인정에서도, 한 할머니가 나에게 오더니 자기는 우영우 드라마가 너무 재미 있어서, 언제 꼭 한국을 여행한다고 한다.

나는 반세기전 한국 사람으로서, 하나의 화석인간이다. 지금 자라는 2세, 3세의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한국에 대해 가르쳐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너무 어렵다. 미국에서 사는 소수민족들이 자기네 학교를 세우고 운영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제일 건전하고 성공적인 것이 동구라파 사람들. 여기서 태어난 2세, 3세들이 충분히 배워서 선생이 되고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말을 가르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역사는 간략한 정도에서 그친다. 일본인 학교는 없었는데, 1980 이후에 자동차회사들이 대거 미국에 들어오면서 일본서 보낸 직원들의 자녀들을 위해 세운 것이었다. 일본과 같은 교과재료를 쓰고, 다시 귀국했을 대 애들이 뒤쳐지지 않게 배려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애들이 일본 돌아 갔을 때, “미국서 뭉개다 온 못난 놈들”이라고 심하게 구박을 받는다고 들었다. 가증할 민족성이다. 중국인들은 본토 출신과 타이완 출신으로 나뉘어서 서로 사이에서 적대감이나 증오심이 대단하다. 각각 대규모의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 애들을 보면, 그 오래된 역사와 문화에 젖어서 깨고 나오지 못하고 미국 열린 세상에 적응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여자 아이들 경우에는 자기 민족을 싫어하는 경우도 여럿 보았다.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가졌던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자기들의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울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부럽고 부럽다.

우리 나라는? 이 동네에 좀 알던 똑똑하고 단정한 아이를 알았었다. 그런데 하루는 Mohawk라로 이리저리 자르고 오색 물감을 들인 머리를 하고 다니지 않는가! “잘 지내니?”, 내가 길에서 물어보니까, 머리를 숙이며 나오는 답이, “김박사님은 여기서 살기가 너무 힘들면 돌아갈 수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어떤 때는 여기가 내 나라인지 궁금할 때가 있는데, 그렇다고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내 나라가 없잖아요?” 하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먹고 사는 것은 1세보다 편할지 몰라도, 자신에 대해 이러한 회의가 있는 2세, 3세의 삶이 1세보다 훨씬 어려울 수가 있겠다고 느꼈다. 그런 애들에게는 뭘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세종학교에서 가르치면서 한 가지 크게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한쪽으로는 우리 한글이 그렇게 위대한 문자라고 떠들지만, 막상 학생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 줄 만한 문학작품이 별로 없다는 것. 이 점은 나는 유교를 나쁘게 써먹은 우리 나라의 양반 문화라고 본다, 평민들은 배우지 못 하게 하고, 여자들에게 교육을 안 시키면서 천년이 지나갔으니,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있겠나?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 보물 같은 것은 박경리의 ‘토지’이다. 그런 대작을 쓸 수 있는 작가들이 나와서 20세기 후반의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써 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30년전쯤 나만큼 미국 오래 산 한국인 친지 서넛과 미시간대학과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청년들을 서넛 불렀었다. 잘 먹고, 잘 마시고, 집 밖에서 담배들을 피우고 있는데, 저쪽에서 이 젊은이들이 하는 말을 듣고 웃음이 나왔다. “저 분들이 바로 우리 낳기 전의 옛날 한국사람이군.” 지금 나는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지나간 역사가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골동품들은 돈으로 값어치가 있겠는데, 나라는 골동품은 돈을 얹어서 준다고 해도 가져갈 사람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내 아이들은 내가 자기들의 조부모님들과 가까운 친척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글을 써 놓기를 바라는 것이다. 내 한글학교 교실의 애들이 조용하게 자기들의 부모에 대해 썼던 것 같이, 나라는 화석인간의 얘기도 어떤 사람들은 원하는 것 같다.

여기 노인정에 내가 여태 한번도 빠지지 않은 모임이 있다. 과거가 엄청 다른 사람들 열몇이 한달에 한번 모인다. 매번 다른 주제를 정한다. 엄격히 지키는 규칙과 예의는 남의 글을 비평을 하지 않는다는 것. 비평을 받지 않고 글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고 행복했다. 쓰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는 것을 보았다. 첫째는 자손들에게 아직도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두번째는 자기의 추억을 남들과 공유함으로써 삶을 느끼고 넓히는 것. 가족, 마을, 더 나아가 그 나라는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니까, 이 모임의 일원이 됨으로써, 나는 이 마을, 이 나라의 사람들의 하나가 된 포근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