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는 영한 번역가이자 작가(저자)인 주인공이 2010년 봄 여름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고 쓴 여행기로서 사실은 표류기에 가까운 1인칭 소설이다. 기행문이므로 말로는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대로 썼다고 하지만 사실 그가 묘사하고 있는 것은 보이는 대로 보지 않고 들리는 대로 듣지 않는 작위(作爲)의 세계다. 

 즉 마음대로 심하게 뒤틀린 이야기를 쓴 것이며 저자는 이를 '사물에 대한 사소하고 허황된 고찰, 뜬 구름 같은 무색의 관념 혹은 무용한 글쓰기'의 시도라고 말하고 있다. 

책의 주인공에게 삶의 주체들은 수상쩍으며 중요한 게 없다.그래서 그가 말하는 세계는 어떤 말할 수 없는 극심한 지겨움의 표현이다. 

그것은 이론적으로는 존재하지만 보통 사람에게 실제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별나고 초현실적인 것들이며 그 상상의 대부분은 삶의 권태나 섹스, 본능, 우연, 판타지, 게임, 놀이에 근거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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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외국 여행을 한 후 집에 돌아 왔을 때의 기억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집에서 나를 기다린 것은 바퀴벌레들이었다. 나는 이 바퀴벌레들을 위해 어떤 최후의 수단처럼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튼 후 잠시 그것들이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을 지켜보았다. 

바퀴벌레들은 그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았고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그들이 내 집의 주인인 것처럼 여겨졌고 기분이 너무도 이상해 그날 밤 집 근처 여관에서 잠을 자고 다음 날 돌아 왔다

' 주인공은 자신의 옛 여자 애인 그리고 그녀의 현재 남자 친구와 함께 셋이서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며 열흘 동안 밤이면 데킬라를 마시고 낮에는 황량한 들판에 나가 선인장을 향해 총을 쏘거나 황야를 헤맨다. 언덕에 올라가서 돌멩이를 굴리거나 용설란에 오줌을 싸고 집에서 전갈과 함께 잠을 자기도 한다. 가려운 곳을 긁는 것조차 귀찮을 정도로 심한 권태를 느끼는 그는 현실감각의 끈을 놓아 버린다. 

꿈속에서 코스타리카의 정글 속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난초를 찾아 헤매다 최초의 스페인 정복자들이 신었던 부츠를 발견하자 이를 신고 숲 속에 깊이 들어가 아즈텍인들이 만든 이상한 고대 유적과 공중에 떠 있는 탑들을 쌓고 있는 원숭이들을 발견한다. 인류의 희미한 고고학적 유산에 근거한 작위의 세계다. 

 이 외에도 주인공은 남자의 성기 및 여성의 유두, 애무, 섹스, 할리우드의 난장이, 샌프란시스코의 히피 등에 대하여 꼬리를 무는 상상과 무의미한 독백내지 고상하지 않고 명분 없는 방귀 타령, 최초로 북극점에 도달한 원숭이 혹은 하와이의 야생 수탉과 같은 비 존재(無)적 세계를 풀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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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는 '내가 작위적인 삶을 산 것은 삶의 그 무엇도 사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고 , 따라서 삶에 진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풍경(삶)은 작위적인 생각이 작동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았고 그것이 나를 막막하고 불편하게 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존재와 비존재, 그리고 우연과 필연의 차이가 사라져 경계가 모호한 그 작위의 세계가 다른 차원에서 생각지 못한 모습으로 나타나 자리를 잡을 때' 비로소 그것들에 동화 될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무와 무의미 그리고 존재의 근거 없음에 대한 복수 그리고, 더욱 기이한 생각들로 무의미와 대결한다는 역설을 편다. 삶에서 어느 것이 진짜인가. 

저자는 무가 유보다 더 진짜에 가깝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無(작위)의 진실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현실의 삶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실제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소설과 상상 속에서 다른 대상(사람, 곰, 새, 구름..)들과의 관계에 몰입한다.

주인공에게는 무의미한 상념과 어이없는 행동만이 삶을 견디는 방식같다. 억지를 부리듯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가 억지 같은 삶을 계속할 것이라는 생각. 

그렇다면 이 세계에서 의미와 근거와 목적으로 간주되던 것들은 모두 가상이고 그 진면목은 무의미와 무근거, 무목적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될 것이다. 

저자가 그려내는 작위의 세계란 구석진 작은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결코, 부조리적인 삶에 위로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을 것같다. 작위의 세계는 작가의 포스트 모더니즘적 상상이다. 

무와 유는 서로를 품고 있는 것으로 어느 하나를 부각시키는 순간 그 전체성은 퇴색되고 만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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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위의 세계,정영문 지음> 

내용과 소감입니다. 

            하이네(m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