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때로는 홀로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행동하는 시간이 아니라 쉬는 시간, 고요한 허정(虛靜)의 시간을 말한다. 생의 어떤 진실들은 고독한 실존적 고뇌를 통해서 얻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장 핵심적인 죽음을 외면하고는 삶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살 수 없을 것이다. 절망이 앞을 가리고 있는 인생이라는 허무(岸樹井藤, 안수정등)의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 인문학의 궁극은 그 길을 찾기 위한 자기성찰이고 수심(修心)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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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경우, 요즘, 선과 악에 대하여 좀 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의 각 계층 간 분열과 갈등,그리고 폭력(언행)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다. 이는 전 지구촌의 현상으로 국가 간, 민족 간의 충돌이 큰 불안이 되고 있다.

갈등을,크게 보면, 선과 악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상 누구도 악을 위해 싸우는 사람은 없을 터이니, 각자 자신의 선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과학과 문명의 발달로 인류는 과거보다 점점 똑똑해 지고 있을텐데 인간의 행동 양식(문화)은 전혀 나아지고 있지 않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성경, 창세기에 의하면, 에덴 동산에서 오직, 선만 알고 살던 인간은 사탄의 꾀임에 빠져서 선악과를 따 먹음으로써, 악에 노출되고 만다.그 후, 낙원에서 추방된 인간은 항상, 선과 악의 틈새에서 고뇌하고 고통 받는 피곤한 존재가 되었다. 하느님의 명령을 거역한 죄값을 치루게 된 것이다.

에덴 동산과 선악과의 이야기는, 단순한 우화같지만 사실은,위대한 종교적 통찰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삶의 고통과 질곡이 선과 악의 구별을 통해서 비롯되었음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에덴 동산 이후, 인간의 삶에는 항상, 선과 악이 공존하며 악이 없는 선또한 없게 되었다. 인간의 역사는 선과 악의 투쟁사라고 말 할 수 있다.

우선, 도덕적인 선과 악의 틈새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책은 거기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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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는 평생을 지적이고 선하게만 살며 세상이 부러워하는 성공을 얻었으나 노년에 들어 허망함과 생기를 잃어버리고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

그 후에 진흙탕 같은 삶을 살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이전투구의 삶을 경험하며 누리는 것이 지혜의 결론임을 깨달으며 마침내 인생에 대해서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라고 웨친다.

구원은 욕망이 끊어진 자리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욕망을 인정하고 응시하며 대면하는 자리에서 생긴 것이다.욕망- 사랑- 고통- 구원 그리고 천국과 지옥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후세의 휴머니즘에 큰 영향을 준 괴테 작품의 위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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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대의 문제는 선악의 구분이 괴테 시절만큼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필자 주) 이는 인간의 분열과 갈등이 복잡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24시간 동안,쉬지 않고 각 개인의 SNS를 통해서 제공되는 엄청난 량의 정보와 데이터 그리고 서로 다른 주장들로 인해, (선 악을 가려야 하는) 인간의 뇌는 피로하다. 많은 경우, 옳고 그름의 세력들이 자신만의 논리로 팽팽하게 맞서며 이분법적 분열을 부추키고 있다.

과거, 선악의 절대적인 잣대로 인정받던 종교, 철학, 윤리못지 않게, 돈, 물질, 이기심, 정치/사회적 이념 등이 선 악의 판단 요소가 되고 있다.

사람이 '어느 한 영역에서 편안하면 그는 이 세계의 미세한 한 조각(감성, 확증 편향)에 의지하는 것이 된다.' 그렇게 되면, 지독한 편견도 선이 될 수 있다. 가치관이 분열된 사회일수록 선 악은 그 본질에 상관 없이 다수결의 원칙으로만 결정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사회의 집단지성(건전성, 방향)은 그 사회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한다.(필자 주)

선 악이 팽팽한 현대인의 삶은 불안하고 불확실하다. 과연, 우리는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야 할 것인가?

도덕경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의 가르침이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반대편을 향해 열려 있고 반대편 것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며 변화한다. 세계는 어떤 것도 자신의 본질 속에 갇혀 있지 않으며 반대편 것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과연, 최고의 경지(깨달음)는 사물(유형, 무형)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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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감성(도취)- 행위에 관한 이 책 저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삶에서, 때로는 이성의 질서와 너와 나의 구별이 없어지는 화해의 순간이 필요하다. 구별은 능동적인 생각을 거부하고 변화하는 진실을 외면한다. 최고의 완성은 선택이 아닌 합일의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몰입과 망각은 도의 경지와도 통한다.그런 점에서, 도취와 망각의 신, 디오 니스적 격정은 삶의 완성의 한 요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대가 관여할 일은 오직 행위일 뿐, 행위의 결과를 동기로 삼지 말며, 행위하지 않음에 집작하지도 말라'(바가바드기타, 힌두 성전)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행위는 무엇인가? 발타사르 그라시안 신부는 단언한다.

 '사랑이 깊을수록 우리가 겪게 될 고통 또한 커진다. 그렇지만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랑을 포기할 수는 없다. 사랑을 모두 버린다면 우리의 영혼은 차가운 돌덩어리와 같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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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만나는 시간, 이주향> 

  책의 내용과 소감입니다.

        (하이네, m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