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연회 3월 모임 후기>

발표회가 있을 한울빌딩 도서관에 오후 네 시 50분에 가보니, 벌써 김재삼, 이두성 두 동기가 자리에 와 앉아 있었다. 김재삼 동기는 오늘 올 회원들의 숫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해 이미 자리를 세 줄 가로로 배치해 놓고 있었다고 했다. 다섯 시가 되어 이 달의 강사 이 준호 동기가 들어왔다. 곧 이어 이필한, 박선원, 장덕수, 이만재, 정석진, 김연배, 정태승 동기 등 여러 명의 회원들이 연이어 들어오더니 숫자가 곧바로 여남은 명에 달하게 되었다. 조금 늦게 박헌렬, 김성만, 박주태, 김태복, 이상철 동기가 들어오니 참석자는 모두 열여섯 명.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문연회 모임 참석 숫자로는 좀 많은 편이다. 이준호 동기의 최근 이력은 대부분의 동기들이 알고 있고, 또 역시 이번 문연회 주제가 매우 시사성이 있어 많은 숫자가 참석한 것 같았다. 곧 발표회가 시작되었다.

발표회 강사인 이준호 동기의 강연은 매우 잘 짜여진 저널리즘/미디어의 소개 강의였다, 잘 짜여졌다는 것은, 많은 내용을 포괄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저널리즘/미디어에 대한 이론적, 실제적 사항들을 매우 축약적으로 정리한 개요라는 뜻이다. 특히 나와 같이 이공/경영 분야를 전공하고 평소에 언론에 대한 관심은 깊지만, 그 깊이 있게 그 구조를 공부해 볼 기회가 없었던 이들에게는 “안성 맞춤” 강의라는 말이 적합할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이번 기회에 작심하고 그 강의 자료를 숙독하여 여기 정리해 본다.

이 강사는 맨 첫 쪽(첨부한 강연 자료 참조)에서 현재 한국 언론/미디어의 가장 중요한 요점을 다음 네 가지로 정리했다.

1) 자유 민주주의의 버팀목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

2) 미디어(저널리즘)의 사실 보도와 의견 기사는 분명하게 분리되어야 한다.

3) 스마트 미디어는 21세기는 정보화 시대의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4) 언론을 장악하고 이용하려는 정치ㆍ경제권력, 시민집단은 항상 존재한다.

먼저 이 기본적인 사항들이 맨 첫 쪽에 요약된 이유는 무엇일까? 자문해 보았다.

제1 항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작금의 한국 언론은 표현의 자유를 너무 제 멋대로 오/남용함으로써 다른이(들)의 표현의 자유를 멋대로 침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물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제2 항은 지극히 당연한 문장이지만 한국 언론 매체들은 이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지키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현주소가 아닌가? 이 지극히 당연한 언론의 ABC에 해당하는 사명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다. 고로, 한국 언론 사망 직전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제3항은 물론 언론/미디어의 새로운 경향을 말하는 것인데, 기존 언론/미디어의 사망 직전 상태인 현 시점에서 문제점과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의 자료를 제시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제4항은 끝에 “항상 존재한다”라고 했는데, 실제 한국의 현실에서는 “이미 넘쳐 흘렀다.”이다.

그런데 이것은 불행히도 거의 모든 언론 매체들이 힘을 모아 국가의 정체성을 흔드는 방향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래서 “사망 선고를 받은 한국 언론,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준호 강사의 강연 내용의 순서는 <미디어의 기원>, <미디어의 유형과 특징>, <우리나라 미디어>, <저널리즘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현황과 과제>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앞의 두 주제는 (기초적이어서 지면 관계로) 건너뛰고, 그 다음 우리나라 미디어의 좌편향 역사 과정이 나에게는 흥미로웠다.

전두환의 언론 통제 시대를 지나, 노태우, 김영삼 시대에는 언론에 완전히 무간섭주의로 나갔으나, 김대중 시대로부터 시작하여 노무현 시대에 언론의 좌경화 현상이 점차 심해졌다. 게다가 이명박 시대에는 이에 대해 아무런 교정 조치를 하지 않아 그 현상이 지속, 내지는 강화되다가, 박근혜 시대에 이를 개혁하려고 하니 이미 때가 늦었고 또 그 역풍이 일어나 이것이 오늘날 박근혜 탄핵의 빌미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저널리즘의 역할과 책임에 있어서는 민주주의 삼대 기둥이 되는 행정, 입법, 사법 의 삼권 분리 제도가 있지만 견제와 균형이 미흡하므로 국민의 입장에서 감시와 비판을 하는 것이 원래 언론의 탄생 목적이므로 주변 현상과 쟁점에 대한 설명/해석/여론 형성과 정부/기업/사회조직/제도에 대한 감시,견제, 그리고 공정/공익/사회적 안내자 역할을 위한 공론장을 조성하는 것이 그 역할이다.

그러나 <언론의 역할과 책임>에서 미디어는 태생적으로 현실의 재구성(Reconstruction of Reality)의 역할을 다하여야 하는데 여기서 언론 주체의 주관이나 의견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다만 이 주관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객관적 사실을 가능한 정확히 기술하고 (그래서 六何 原則을 지켜야 한다), 이를 언론 기자의 의견(opinion)과 구별할 것이 요구된다 이것은 맨앞의 개요 2항의 취지와 다르지 않다. 이것을 한 문장으로 집약하면. “언론 기사는 사실에 근거해서 쓰여져야 한다”이다.

이것은 역사(History)가 사실에 의거해서 기록하여야 하는 것과 꼭 같은 이치이다. (문연회 소모임 싸이트 게시글 #47 “역사는 사실에 근거해서 쓰여져야 한다” 참조). 즉, 역사가 과거의 객관적 사실을 기술함에 있어 역사가의 주관적인 관점(즉, 사관)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으나, 그 기초 자료로서의 역사는 역사적 사실 파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전자가 空間的 共時性에 그 초점이 있는 것이라면 후자는 時間的 通時性에 있다는 것이 차이이다.

그리고 마지막 <현황과 과제>에서는 정치(시민단체)적 권력 침투 관계, 소유주/광고사와는 이윤 추구 관계, 그리고 언론인(사)와는 취재/보도 과정에서의 제약과 윤리적 문제로 서로 관련돼 있다. 다음으로 21세기 미디어의 대세인 스마트 미디어(Smart Media)의 역기능, 대안 언론(Alternative Journalism), 및 추적 보도(Investigative Reporting)의 장점( 및 약점), 그리고 끝으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논했다.

여기서 그는 “언론의 자유는 위험한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① 언론을 통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 감소, ② 사회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 부족, 그리고 ③ 언론기관을 관장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언론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Freedom of expression)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언론은 그 자유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 사실 보도와 공정 보도를 하지 않고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보도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언론은 이미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비유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자, 이제는 그 결론 부분: 그는 언론자유는 정부의 간섭이나 법률이 아닌 언론인 스스로의 윤리 강령과 보도 가이드라인의 자율 규제 방식으로 공적인 목적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런데 이것이 사망 직전에 있는 한국 언론이 나아갈 방향이라면, 결정적 질문은 “어떻게?”일 것이다.

우리는 그의 강의에서와 발표회의 토론에서 그 대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 막연히 문화방송과 조선일보의 옛날로의 복귀만을 바라볼 것인가?  아니, 우리 스스로 그 대답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그의 발표 자료를 숙독하다가 그의 강의 자료 마지막 쪽에서 “앞으로의 언론의 자유는 Freedom from 대신 Freedom for라는 적극적 자유 이념이 필요하다”라는 문장에 주목하였다.

그래서 나는 나름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해 본다.

1. 언론의 자유(Freedom of Journalism)는 과거에 정부의 억압, 또는 어떤 단체로부터의 압력, 즉 “억압과 압력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Supression and Pressure)”에서 오늘날에는 “진실과 공정을 향한 자유(Freedom for Truth and Impartiality)”로 전환하여야 한다. .

2.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면 국민 개개인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대체 언론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3.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침묵할 자유”와 “반대 의사를 말할 자유”를 포함한다.

4. 그동안 “침묵했던 다수”는 "이제"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하여 자기 의견과 의사를 표현하여야 한다.

5. 요즘 같은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국민 모두는 이것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제2부 회식은 작년 중반 이후, 문연회의 식사 장소로 지정된(?) "만경 생태 식당"에서 가졌다. 이 날은 특별히 오랜만에 정태승, 김성만, 김연배 동기들을 비롯한 많은 회원들이 참석해 주어, 화기애애한 좋은 분위기에서 정담과 강연 및 시국에 관한 토론을 나누었다. 문연회의 발전을 자축하고, 현 시국에 적극 동참하고자 하는 동기들의 열기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월남 참전 용사인 이상철 전 동창회장의 특별 찬조로 별미 음식을 먹을 기회가 되어 더욱 즐거웠다. 발표를 해 준 이 준호 동기와 참여해 준 동기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P.S.  첨부란에는 이 준호 강사의 "한국 언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발표 자료와 2014년 5월에 발간된 그의 저서, "위기의 미디어와 저널리즘" web version 을 올렸습니다. 숙독 및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