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연회 4월 모임 후기

이번 문연 발표회에는 ‘광주요’라는 한국 전통 도자기와 ‘화요’와 ‘가온’, ‘비채나’ 등, 고급 한국 음식을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조태권 회장을 초대했다. 이번 그의 발표 제목은 “2050년을 향한 나의 꿈”이었다. 조 회장은 몇 년 전 삼목회에 발표한 적이 있었고, 동창회 테이블에서 매번 보는 ‘화요’로 친숙한 이름이기도 하다.

다섯 시가 조금 넘어 발표회를 시작하기 전에 그는 책상 배열를 기존의 강의 식에서 회의 식 으로 바꾸기를 요청했다. 그가 요청한 대로 배열된 책상 배치를 보니 간담회를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인원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약 15명 가량), 이 책상 배치는 참가자들과의 친숙감을 높일 수가 있어, 그의 발표 제목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젊은 시절 많은 어려운 고비들을 거친 후 (주) 대우에서 유능한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퇴직 후에는 사업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한 그가, 부친의 유업인 ‘광주요’를 재건하기로 결심은 한 것은 모친의 권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990년 대 초에 본격적인 도자기 사업을 시작했을 때 스스로 묻게 되는 질문은 “Who are you?"였다. 즉 사업의 정체성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그리고 그 다음의 질문은 도자기에 스며있는 우리 민족의 얼은 무엇인가?로 연결되고, 이것은 나아가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의 탐구는 특히 우리의 문화ㅡ도자기와 음식ㅡ에 집중되어 있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음식이 그 나라의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그의 자료에 의하면, 음식 시장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경제 효과가 5000 조원의 규모(예를 들어 IT 분야의 2000 조원과 비교하면 두 배 반이 됨.)이다, 외국에서는,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 음식의 일부라 할 수 있는 와인 사업은 나파 밸리(Napa Valley)에서의 와인을 곁들인 최고급 요리로서의 규모와 가격을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음식(한식)은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을까?

2003~4년 일일 드라마 “대장금”이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 음식 문화가 한류(Korean Wave) 몰이에 큰 역할을 했지만, 그동안 한국 음식 자체의 국제화는 그다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여진다. 우리는 우리의 전통 문화를 자랑하지만, 그저 그것을 역사 안에만 가두어 놓고 있지는 않았나? 또한, 이를 내내 국내의 틀로만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나? 고려 청자나 이조 백자와 같은 휼륭한 과거의 문화 유산도 유산이거니와, 매일 먹고 있는 우리 음식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우리의 문화(文化) 생활에 반영되었나? 한 번 생각해 볼 과제이다.

이러한 것들에 대한 생각이 그 당시 조 회장의 머리 속의 화두(話頭)였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광주요가 일단 자리를 잡은 후, “도자기와 음식을 우리나라 문화에 접목”이라는 어려운 숙제와의 씨름을 통하여 결국 ”한국 음식 문화의 고급화와 국제화“라는 그의 사업 비전(vision)을 기업 목표로 내걸었다. 그가 음식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우리 음식 국제화의 목표는 고급 소주 ‘화요’의 개발, 식당 ‘가온’의 미쉘린 인증 획득, 그리고 식당 “비채나” 론칭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우리 음식의 고급화가 그 결실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이에 만족치 않고, 우리 예술 문화의 백미인 도자기를 음식에 접목시킴으로써 ‘우리 음식의 고급화, 국제화’에 이어 한국의 음식 문화의 ‘세련화’를 추구하며, 나아가 ‘문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의식주(衣食住) 중에서 “食”을 통한 “문화 강국, 한국”을 만드는 것이 2050년을 향한 그의 꿈이라 했다, 그의 이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그의 발표는 그의 인생을 이야기한 ‘자서전(自敍傳)’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인류 문화와 문명의 기저(基底)를 음식 문화에서 찾고, 이를 인간 문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라고 보는 관점(觀點)은 매우 흥미로웠다. 이번 발표에서 보여준 그의 문화/문명에 대한 음식학(飮食學)적 이해와 “음식을 통한 한국 문화 창조”에 대한 그의 열정은 ‘문화를 사랑하고 연구하는 문연회’에 신선한 활력소를 제공해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의 발표가 끝나고 제2부 우리 정신과 문화 알리기회의 고예준 선생의 고려 청자에 대한 소개는 간단히 고려 청자에 관한 동영상 시청으로 끝났다. 시간이 이미 많이 지나간 점도 있지만 그녀는 독한 감기로 인해 목이 많이 쉬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막간에 조 회장과 고 선생, 그리고 우리 회원들 간의 인사가 있었다. 

이어서 제3부 회식 시간에는 참가자 중에서 몇 명이 떨어져 나갔다. 조 회장도 자신의 식습관에 따라 문연회 제3부 회식에는 참석을 않기로 했다. 회식 자리에서는 한국의 음식 문화에 관한 것들과 2019년 하반기의 발표 스케줄, 그리고 기타 회원들 상호 간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로 꽤 시끄러운 자리였었다. (이것이 회식의 묘미이기도 하다.)

이상으로 2019년 문연회 4월 모임의 후기(後記)를 마친다. 내일 새 달을 맞아, (곧 이른 여름-孟夏-이 오기 전에) 늦은 봄-季春-을 만끽하기를 바라면서,

2019년 4월의 (4월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달이기도 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역시 잔인한 달이었다!!) 마지막 날에....

지당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