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연회 5월 모임 후기

5월이 마지막 주일에 접어들었다. 계절의 여왕인 5월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4월이 잔인한 달이었다면 5월은 화사한 달이다. 4월의 꽃을 벛꽃과 목련으로 삼는다면, 5월의 꽃은 모란과 장미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자식들로부터 받은 꽃다발에서도 모란꽃과 장미꽃이 가장 돋보였다.

모란은 오래 전부터 동양적인 꽃으로 자리 잡았다. 모란은 꽃이 화려하고 풍염(豊艶)하여 위엄과 품위를 갖추고 있는 꽃이다. 그래서 부귀화(富貴花)라고 하기도 하고, 또 화중왕(花中王)이라고 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특히 좋아하여 이를 그들의 國花로 삼고 있지만, 그러나 모란꽃에는 향기가 없다. (어린 덕만 공주 ㅡ 후일의 선덕 여왕 ㅡ 는 이 사실을 그림으로 알아 차렸다.)

반면, 장미는 서양적인 꽃이다. 장미는 색깔도 다양하다. 장미는 정열적인 색과 모양을 갖추고, 그윽한 향기를 품고 있는, 여인의 모습과 같은 꽃이다. 그 가지에 많은 가시를 지니고 있는 것도 영락없이 요염한 여인의 속성이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W. Shakespeare)는 이 ‘장미의 향기’를 소재로 하여, 그의 희곡, “Romeo와 Juliet”에서 다음과 같은 名言 句節을 남겼다.

“What's in a name? That which we call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우리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이 구절의 뒤 부분(a rose 이하)은 매우 로맨틱하게 들리지만, 그 의미는 “이름보다는 실속이 더 중요하다”라는 뜻이다. (이름이란 게 무슨 소용인가? 장미꽃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어져도 똑같이 향기로울 게 아닌가?)

이번 달에도, 발표회 30분 전에 미리 온 친구들과의 친교로 시작된 5월 문연 모임은, 다섯 반에 김 종상 회원의 강의로 발표회의 막을 올렸다. 이번에 모인 친구들 중에는 한동안 못 본 친구들이 몇몇 참석해서 친교의 폭을 넓혔다. 이번 달 발표의 주제는 “일본 植民地史로서 본 조선”이다. 식민지 시대의 조선의 역사로, 제목이 그리 생소하지는 않지만, 내용만큼은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 강사가 1970년대에 일본에서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취득한 일본인들의 시각으로 엮어진 잡지(1억인의 쇼와사, <일본 식민지사 조선> "강화도 사건에서 8월 15일까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는 매우 많은 사실들을 보여 주었다. 여기에 소개된 일본인들이 본 조선과 조선인들의 모습들은 그동안 우리가 아예 들여다보지 못한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강의의 말미에서 강사는 운양호(운요호) 사건으로부터 식민지 시대 이전의 조선에서의 일본의 영향력에 관해 논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의 일본의 영향력은 막강한 것이어서 조선의 정부는 이에 대한 통제를 전혀 하지 못한 사정을 고려할 때, 조선은 1875년 이후 이미 일본의 식민지나 다름없는 상태로 존재하였다는 가설을 설정했다. 물론 假說이다. 이런 가설을 뒷받침하는 많은 자료들이 있지만, 그러나 개항 이후 한일합방까지의 조선은 국내 사정 및 외교 관계는 매우 복잡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이 시기의 특성을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것은 사관(史觀)의 문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흥미로운 내용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덧 일곱 시가 가까워 왔다. 강사는 그가 준비한 많은 사진 자료들은 보여 주지 못한 점을 매우 아쉬워 했지만, 강의를 마무리를 해야 했다. 강의가 끝난 후, 식민지시대에 찍은 사진들 중에는 조선 기생의 모습을 몇 장 볼 수가 있어서, 우리는 그것으로서 그 당시 조선 미인의 모습을 짐작해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발표회가 끝나고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발표장에서 못 다한 나머지 이야기는 회식 시간에 오갔다. 항상 그렇듯이 문연회 회식에서는 강의의 이야기-강의와 관련된 주제이거나 강사의 개인적인 이야기 등-을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날도 강사인 김종상 동기의 일본에서의 생활과 관련하여 많은 대화가 오갔다. 이번 회식에서는 오랜만에 문연회에 참석한 오원탁 동기, 정인근 동기, 그리고 그동안 외국에서 있다가 돌아온 리의재 동기가 함께 참석하여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달의 강사인 리 의재 동기에게 다음 달 발표의 주제에 관하여 물었다. 이것에 관한 그의 대답은 다음 달 문연회 공고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2019년    봄의 마지막 향기를 아쉬워 하며....                          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