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삼목회를 준비하며... (강사 : 최진호)
지지난 일요일 아침 늘 하던대로 등산복 차림을 하고 집을 나섰다. 경비실 밖에 서있던 김씨 아저씨가 내게 목례를 하는데 그의 맑고 선한 눈망울이 나의 아침을 기분 좋게 열어준다. 나보다 두 셋은 위겠지 생각되는 분인데 두 해 전부터 우리 아파트 우리 동 우리 줄에서 일하게 되면서 위아래(참, 일층에 사는 내겐 아래가 없지... 어떻든) 이웃 사이에 칭찬일색인 분이다. "저렇게 선량하고 올바른 사람이 성공하지 못했다니... 이 사회가 어쩌구"하는 내 말에 "아니, 선량하고 올바른 사람이 성공하는 거 봤어?" 더 듣기 싫다는듯 내 다음 말을 자르는 우리 마누라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런데 우연하게 알게된 김씨 아저씨의 전직은 시골중학교 체육 선생님이었다는데 성공은 모르겠지만 노년의 행복은 아는 분 아니신가? 아니?... 살만도 하고 애들도 잘 키웠다면서 왜? 나는 속으로 세속의 성공과 자기 안의 행복을 저울질하며 그렇다면 나는 비교적 성공했나? 나는 행복한가?를 내게 묻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젓고있지 않은가?
어르신 교통카드로 지하철을 타고 왕십리역을 거쳐 을지로3가역에서 구파발행 3호선으로 갈아(換) 탔다(乘). 휴일 이른 아침이라 자리가 여기저기 비어있건만 너무 익숙해서 그런가 경로석에 쉬이 앉았다. 난 은퇴한 마당에 그냥 늙음에 일찌감치 적응하는 게 옳다는 생각에 地空과 경로석을 즐기며 지내는 편인데... 앉자마자 나보다 적어도 다섯 수(壽?)는 위로 보이는 어르신이 내 옆에 따라 앉으신다. 아니, 앞쪽에 빈 자리가 있는데 왜 여기 좁게 앉으세요 어쩌구... 말할 수도 없고, 불편해 하는 사이에 노인께서 더 불편하게도 내게 눈을 맞추며 말씀하신다. "이 차 대화 가나요?" 대화? 난 메밀꽃 필 무렵의 대화장터라면 어렴풋이 알아듣겠지만 두 글자 '대화'에는 어리둥절이다. 내가 거꾸로 여쭸다. "대화가 어딘데요?" 그 어르신이 나하고는 대화가 안되는 걸 알고 일어나신다. 그리고 또 출구에 서있는 젊은이에게 뭐라고 물으신다. 아, 그 때 내 옆자리에 둔 짐을 봤다. 순간! 그 짐은 배달물품이란 걸 알아차렸는데 요즘 말로 지하철 택배... 실버퀵을 하고 계셨던 거다. 그 분 왼쪽 손엔 스마트폰이 쥐어 있었고 또다른 손엔 끈에 매달린 작은 상자가 있더군. 대답을 잘해드릴 걸.
그 어르신을 두고 구파발역에서 내려 밤골 가는 버스 정류장을 찾아가는데 긴 줄에 서있던 차석규 강유근이 가로 막는다. 언제부터던가 내 한쪽 눈의 시력이 말씀이 아닌데... 그래도 친구라고 눈에 띄고 밟힌다. 그렇게 새치기로 얻어탄 버스가 북한산성입구에서 승객들을 쏟아내고 우리 셋은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효자2통에서 내려 밤골... 국사당길을 걸어 북한산에 오른다. 멀리 숨은벽의 뒤태가 보이는데 난 "풍경은 멀리서 보는 게 더 좋아."라는 핑계를 대며 물가 베이스캠프에 주저앉고 몇 친구들은 "그래도..."하며 숨은벽 코앞까지 올라가겠다고 무리하신다. 어찌됐든 내려오려고 올라갔던 친구들까지 점심시간에 맞춰 모이고... 열대여섯이 어울리고 떠들고 먹고 마시기를 너댓 시간... 얼마나 시간이 빠르던가? 그렇게 자연과 인생을 논하면서 생각이 서로 부딪히고 부딪치던 우리들.... 하루 낮시간을 젊은이들처럼 보낸 우리 친구들 나이가 이제 望七이다. 예전엔 숨은벽처럼 보이지 않던 '70'이 어느덧 보인다는 얘기다.
그 다음날 최진호로부터 문자가 왔다.
"은식아, 삼목회 강연제목은 '신중년으로 행복하기'로 하자. 우리 스스로 노인이 아닌 중년으로 인식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서로 나누면 좋겠다."
강연 주제와 요약문을 보내달라 했는데 짧다. 짧다는 건 함축되고 또 압축됐다는 얘기 아닌가? 우리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신중년으로 압축되고 행복으로 함축된 강연제목.... 8월 20일 그의 삼목회 강연을 기대하자. 노인사회학과 인구문제를 평생 연구과제로 삼았던 최진호 교수님으로부터 우리 나이의 행복이 무언지 들어보자.
그런데 생각해보니 분명 10년 전(2005년 3월) 삼목회 시작하면서 첫 강연이 최진호의 "노인五福"이었는데... 어떻게 10년 사이에 老人이 新中年으로 바뀌었을까? "新中年의 행복"이라니. 10년이 지나면서 우리들 나이가 10년도 더 젊어졌다는 얘기일까? 시간은 거꾸로 간다? 아니면 시간은 뒤로 간다? 사실 철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시간은 앞과 뒤가 없고 먼저와 나중이 없다 했으니... 공연히 우리들이 시간을 우리 생각대로 다루는 건 아닐까? 어떻든 우리는 노인이 아니라 신중년이라는 얘긴데 흔히 말하는 60에서 75세까지...가 그렇다. 그렇다면 76세에서 100세까지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난 신조어를 또 만들어 新老年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실 新中年이라는 말이 싫어서 해본 소린데 어떤 표현이 우리 나이를... 우리 생각을... 우리 삶을... 제대로 맞출 것인가? 언젠가 신문에 이런 의견이 실렸었다.
"은퇴 후에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꾸려가는 사람은 新中年(일하고, 즐기고, 봉사하는 삶)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老人이다." 그렇다면 나는 신중년인가? 노인인가?
■ 모임 시간 : 2015년 8월 20일(셋째 목요일) 오후 5시 30분
■ 모임 장소 : 강남시니어플라자 6층 다목적실 / 분당선 9호선 선정릉역 4번 출구(2번째 건물)
■ 강연 주제 : “新中年으로 행복하기”
■ 주제발표자 : 최진호 동기 /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 후원 : 누구 없어요?(예상 후원금 : 8만원 ± ∂ ) / 회비 2만원
■ 부부동반하여 오십시요. 新中年의 행복을 배웁시다.
2015년 8월 12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