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삼목회를 준비하며... (강사 : 이경태)

우리 나이가 되면 모두들 관심사가 비슷해지고 공감대가 겹치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여럿이 모인 술자리에서 누군가 건망증을 얘기하면 여기저기서 "나도 그래", "맞아 맞아!", "그런데... 말야." 하면서 맞장구를 치다가 결국엔 노인 건강 얘기로 옮겨가고 화제가 100세 시대로 넘어가고... 그러다가 이런저런 연금 얘기 나오고 자식 연금 얘기까지 옮겨가면 "야야! 술이나 마시자!"로 마무리한다. 더 나가다간 "넌, 한 달 용돈 얼마 받아 쓰냐?"라던가 "넌, 각 방 쓰냐? 난, 각 집 쓴다."라는 둥 민감한 신상 정보까지 흘리게 마련이라 그 쯤 해서 술로 입막음하는 게 옳은 일이다.

그런데 세상이 어수선해서 그런가? 아니면 우리가 어수선을 떨어 그런가? 도무지 세상 돌아가는 일이 마땅치가 않다. 옆 친구가 "뭐가 마땅치 않다는 거야?"하면서 따져 묻는다면 사실 답을 모른다. 그냥 마땅치가 않은 거다. 어떤 이는 이 걸 '진행형 老化 현상'이라고 진단하던데... 괜히 심술이 나고 화가 치밀고 웬지 소외되는 느낌에다 자존심의 退化는 또 어쩌겠나? 이런 노인네들끼리 모여 'Angry Old man'이라는 제목의 독립 영화 한 편이라도 만들어야 할 노릇 아닌가? 부제는 '이유없는 노인들의 반항'이라고 붙여놓으면 딱!이다. 금방이라도 화낼 능력있는 영감태기들이 많아 출연 배우 걱정할 일 없고 100세 시대에 독립 노인네들(독거노인이 아닌)이 많다하니 관객 동원에도 문제가 없다.

얼마 전부터 보기 싫은 TV광고에 듣기 싫은 말이 자주 나와 또 화가 난다. 이런!

"남자가 나이가 들면 필요한 세 가지... 마누라, 집사람, 와이프!"라는 광고다. 아니, 7~8년 전에도 소위 인구에 회자되던 썰렁 개그인데 계속 들어야 하나? 우리나라는 저급정보 확산과 하향평준화가 너무 심한 나라다. I.T. 강국이라 그런가? SNS가 요즘 세상의 무슨 인프라라고 내 알량한 삶의 시공간을 차지하고는 계속 울려댄다. 땡! 까톡! 딩동! 그런데 이 대목에서 주제와 별로 관계없는 말씀 하나를 끼워 넣어야겠다. FaceBook과 카톡에서 어쩌다 친구 맺기로 연결된 몇 친구들이 하루에도 열 번 넘게 글을 올린다. 링크에다, 좋아요!에다, 퍼나르기에다, 일상의 그냥그런 사진 올리기 등등... 한참을 훑어내리다 보면 시간에 쫒겨 친구들 진짜 글이나 필요한 문자를 찾을 겨를이 없게 된다. 어쩌나? 친구 끊자고 할 수도 없고. 이런 것도 혹시 '진행형 老化 현상'의 하나 아닐까?

어제 어떤 친구가 보내준 가을 얘기가 다른 친구로부터 또 온다. 가을보다 먼저 찾아와 내 가을을 희석시킨다. "가을은 멀쩡한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쓸쓸하게 하지요. 지는 낙엽이 그러하고 부는 바람이 그러하고,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바라만 봐도 사색이 많아지는 계절!" 아니, 가만있는 나보고 어쩌라고! 또 화가 난다.

그러한 중에도 읽을만한 들을만한 볼만한 글들이 있다. 오늘 아침 좋은 글 하나가 올라와 읽는다.

"한국경제, 함께 고민합시다"

정부는 희망을 갖자고 한다. 신용등급도 올라가고 성장률도 OECD 4번째고 창업이 많이 되고 이제 노동개혁도 되는 등 한번 다시 뛰어 보자고 한다.

비관의 목소리도 크다. 청년 고용절벽, 높은 노령 빈곤률, 자영업 몰락, 떨어지는 성장률, 비정규직의 눈물, 중국위기, 세계무역 위축, 고령화 등등.

사실과 주관을 구분하여 다같이 노년의 우리들과 우리 자식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갈지 함께 고민해 봅시다.

그런데 이건 어째 삼목회 강연 요약문 같다. 이메일로 받은 거 같기도 하고 FaceBook 아니면 카톡 같기도 하고... 2015년 10월 우리 주변엔 흰 소리도 많고 빈 말도 많고 썰렁한 글들도 많아 일상이 묽어지고 어지럽지만 정신줄을 잡아보자. 아, 이경태가 보내준 글이다.

노년의 관심사 가운데 첫째가 건강, 다음이 마누라요, 그 다음이 돈이요, 그그 다음엔 친구요, 소일꺼리라 했는데... 우리 세번째 관심사 "돈(경제)"에 대하여 10월 삼목회에서 이경태 경제전문가께서 한 말씀 하신다. 우리 칠십 가까이 살아오는 동안 우리들이 놓지 못했던 화두는 무엇일까? 행복, 성공, 출세, 돈... 아니면 사랑? 그렇다면 이 나이에 붙잡아야 할 화두는 무엇일까? 나눔, 비움, 자족, 자유... 아니면 벗어남? 그러나 나눔이고 비움이고 모두 같은 뜻의 다른 말인데... 이제껏 채워왔던 것들을 비워가는 과정이 그렇게 쉬울 일이 아니다. 천천히 비워가는 것도 어렵고 비우는 만큼 더 소중한 것들로 채우는 일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나이에 더 소중한 것들은 무엇인가? 이것이 사실 우리들의 話頭 아닐까?

채우는 것(성장)이나 비우는 것(복지, 분배, 균형)이나 經濟의 두 날개라... 이경태가 한국경제를 말하며 채우는 경제를 말할지 비우는 경제를 말할지, 아니면 채우며 비우는 경제를 말할지... 채우며 비우며 더욱 소중한 것들로 다시 채워가는 經世論을 말할지 우린 잘 모른다. 다음 목요일(10월 15일) 저녁 5시 반에 모이자. 이경태의 한국경제 이야기를 통해 우리 노년의 “천천히 비워가며 더 소중한 것들로 채워가는” 인생 후반의 가치있는 삶을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