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New Normal... 참 이상한 말일세. 정통 영문학자라면 듣자말자 語法을 어긴 말이라고 역정을 낼 테고 철학자라면 새로운 현상을 나타내는 철학용어라고 편들고 나설 것 같은 말인데... 경제학자가 만들어낸 새로운 경제용어란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나타난 새로운 경제질서!” 그렇다면 자유무역과 규제완화를 기반으로 했던 그 이전의 경제질서와 비교하여 ‘New Abnormal’이라고 불러야 옳은 표현이 아닌가? 사람들은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에 이름 붙이기를 좋아한다. 그것도 반대 개념의 두 단어를 붙여 만들거나 보통명사의 과장이나 비약을 통한 新造語. New Normal은 마치 新中年이나 新老年 같은 생경한 말이다.

이경태는 10월 삼목회에서 New Normal을 화두로 내세우며 세계경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성장Ⅰ세계교역 부진Ⅰ소득 불평등 확대Ⅰ세계경제질서의 다원화’를 특징으로 한다는 New Normal 현상은 정말로 새로운 Normal일까? 아니, 새로운 Abnormal은 아닐까? 경제학 개론도 들은 바 없는 나로써는 생각나는 게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정치적 언사가 여기서 나왔나 보다... 할 뿐이다. 요즘처럼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혼돈되는 세상이니 Normal이나 Abnormal이나 내겐 같은 뜻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저성장이니 불평등이니 높은 실업율이니 하는 Abnormal이 정말 Normal로 자리 잡았다는 말인가? 걱정이다. 내가 아니라 자식들 미래가 걱정된다는 말이다.

이어서 그는 한국경제를 진단하며 ‘계속 하락하는 잠재성장률’과 ‘투자 부진과 소비 침체‘ 그리고 ’보수 진보세력 사이의 이념대립‘ 등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론으로 노동개혁Ⅰ교육개혁Ⅰ금융개혁Ⅰ공공개혁 을 말하고 있었다. 경제학자로써는 백번 옳은 답 아닌가? 그런데 그 자리의 많은 친구들은 속으로 “정치개혁이 먼저야!”라고 중얼거렸으리라. 정치가 잘못되고 있으니 모든 게 뒤틀어지고 노동계 언론계 모두 엉망이요 교육계 문화계 죄다 진창 아닌가? 도대체 세월호가 뭔데 일년 넘게 政爭꺼리가 되고 중앙정부를 세종시로 내보내 지방정부로 만든 건 또 무슨 術數인고? 한국경제가 살아나려면 먼저 정치개혁부터 시작해서 ‘노동개혁Ⅰ교육개혁Ⅰ금융개혁Ⅰ공공개혁’ 등 사회 전반으로 이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크게 내자! 그리고 Old Normal로 돌아가자!

이경태의 강연을 들으며 다음 기획재정부 장관은 후보자를 국회 청문회에 세울 게 아니라 공개강연 무대에 세워 국민 오디션을 통해 뽑자!...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경태야, 이 거 우리끼리만 얘기 나누고 'Off the record'로 할게.

■ 참석자 : 강유근, 고승희 부부, 구경회, 구영승, 김능배, 김명수, 김상희, 김재삼, 김태복, 박영준, 송홍석, 신익순, 이경태, 이상철, 이태준, 차석규, 최은식 부부, 홍훈섭 등 20명

2015년 1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