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준의 발표를 재미있게 듣고난 후 답글을 머리 속에 잡아 놓았었는데, 기운과 시간이 딸려서 구체화하지 못 하고 귀국하고 말았다.

수년 전에 발명 특허를 전문하는 젊은 변호사를 알게 되었다.  20년 이상 금속-기계쪽의 발명을 담당했던 GM 변호사의 아들이란다.  시간이 나 잡담을 해 보니 재미있는 친구였다.  학부에서 공과를 하고 법대를 나왔는데, 현재는 시간을 내어 사학 공부를 한다고.  Historiography를 중점으로 하는데, 무엇인고 하니, 역사는 그 것을 쓴 저자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나 보여 주는 것이고, 그들이 시대를 지나면서 바뀌는 것을 관찰하면 이해도가 증진한다고.  마치 수학에서 미분을 하면 원래 함수의 특성에 대해 더 알수 있는 것같이.  이러한 추세는 영문학에서도 인기있는 과제이고, 다른 인문계통, 예를 들어 인류학이나 사회학에서도 분명히 있으리라 확신한다.

10년도 더 전에 나는 이곳 한글학교에서 고등부 역사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첫 시간에 나는 뭇는다, "전쟁중에 가족이 며칠을 굶는데, 애비는 무능하고 매일 술만 먹고 있는데 보다 못한 어머니가 나가서 몸을 팔아서 자식들 먹고 살아 남게 해 주었다면, 여러분은 그 어머니가 남편 배신한 나쁜 여자라고 낙인을 찍겠읍니까?  마찬가지로, 관리들이 썩어빠지고 왕은 정사에 관심이 없이 여자들 끼고 연회만 하는데, 그것을 못 참은 몇몇이 반란을 하여 새 나라를 세우고 백성을 구한다면, 그 사람들이 역적입니까 아니면 영웅입니까?"  대부분 학생들은 답을 못 한다.  나는 이어서, "역사 공부를 통해서 사실을 알려고 하고 그 사람들이 어떤 사정에서 어떻게 대응했느냐를 인간적인 면에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 그러면, 모두 종이를 꺼내서 조부모에 대해서 아는 대로 써 보세요.  그 것이 역사 공부의 시작이고, 계속 하다 보면 선사 시대 까지 올라 가는 것입니다."

자기 이권을 증진하기 위해서, 자기 잘 난 것 보이기 위해서, 남을 깔고뭉게기 위해서 현실과 과거 사실을 왜곡하는 나쁜 습관은 언론뿐만이 아니라 심지어는 공학에서도 보였다.  실험 결과 중에서 나쁜 것을 빼고 통계를 하는 놈들, 남의 결과를 훔쳐서 자기 것처럼 자랑하는 놈들, 별의별 놈들이 깔려 있는 것이 못 바뀔 현실이다.  거기에다가, 그런 놈들과 내가 한 공을 나눠야 한다.  오래 두고 생각해 보면 세상의 본질인 것같다.  한번 참지 못하고 상관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그런 놈들을 빼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자네 혼자밖에 남지 않을 것이네.  그 들이 있으니까 자네가 있는 것이네" 라고 깊이 있는 답을 주는 것이었다.

역사의 진실, 학문의 진실이 깊을 수록 선진 문화라고 생각한다면, 갈 길이 먼 것같다.  우리의 역사가 진실이 되려면 한 세기는 더 지나야 할 것같다.

문학에 대해 생각해 보면, 소설이나 시 쓰는 사람들이 더 사실을 표현하고, 흔하게 수필 쓰는 사람들이 더 거짓말을 하는 것같다.  영어 표현으로, "truth, nothing but truth, and the whole truth" 에서, 가장 흔하게 범하는 죄는 세 번째이다.  즉, 모든 진실을 얘기 안 하고 자기 편하고 좋은 것들만 쓰는 것.  나는 태준도, 그리고 삼목회 주인 은식도, 쓰는 것을 끊이지 않기를 바란다, 자서전보다는 다른 형식으로.  그러다 보면 그 자신들이 은은하게 나타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