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삼목회에서 이일항이 말하는 것...

‘빛의 신비와 인간 문명’을 주제로 한 3월 삼목회 강연에서 이일항은 ‘빛의 본질’부터 얘기한다. 본질을 모르면서 무슨 神秘를 말할 수 있겠나 하는 과학자의 合理가 아니었겠나? 그런데 아니었다. ‘빛은 본질 즉 신비’라는 과학자의 Insight(그의 표현)였던 것이다. 요즘 말투로 바꾸어 말하자면 “과학자가 빛의 본질을 설명하면 우리들은 빛의 신비로 듣는다.”고 해도 지나친 비약이 아니리라. 지난 2월에 ‘빛’을 말하기에 앞서 ‘경기 졸업 후 나의 삶’을 먼저 얘기한 다음 ‘빛 이야기’로 들어가려 하다가 문지방도 넘지 못했었는데... 3월에도 그랬다. 그의 강연은 본질로 시작해서 신비로 끝났다. 그가 結語 삼아 말하려 했던 ‘빛과 철학’은 ‘to be continued'일 수밖에.

아마도 ‘빛의 본질’이 난해하고 인류문명사의 근간이 ‘빛의 본질을 찾는 역사’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빛 이야기’의 마디마디마다 과학자로서 얼마나 할 말이 많겠는가? 이런 걸 혹시 한시에서 節節하다 표현하지 않던가? 아니! 옥편을 찾아보니 切切이네 그려. 잘 모르겠다. 나 같으면 마디 節節이 옳으련만. 스무 명 될까 하는 청중에게 ‘빛의 본질’을 먼저 이해시킨 다음 ‘빛의 철학적(혹은 종교적) 의미’를 말해야 순서가 아니었겠나? 그는 과학자 입장에서 당연히 본질(과학)이 1節, 인간 문명(기술)이 2節, 철학(의미)이 3節이리라.

그렇다면 ‘빛의 본질’을 과학자가 아닌 우리 같은 일반인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내가 내게 묻는 셈이지만 질문도 헛되고 답은 물론 더욱 헛되도다. 초등학교 1학년 일곱 살 된 아이들에게 묻는다면 그럴듯한 답이 나올까?

“빛은 밝아요.”, “빛은 따듯해요.”, “빛은 반짝여요.”

이일항 교수가 혹시나 강연 중에 우리에게 물었다면 일곱 살을 열 번이나 지내고 이제 일흔이 된 우리는 뭐라고 답했을까? 아마도 초등학생들보다 나은 답을 했을 리 없고 窮色스럽게 말했으리라. “빛은 생명의 시작이요 그 에너지.” 또는 “빛은 우릴 존재케 하는 신의 비밀” 같은 철학적 언사? 본질을 잘 모르면 어느 질문이든 답은 늘 철학적으로 나온다.

이일항은 강연을 시작하면서 빛을 세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과학과 기술 그리고 철학적 고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학은 빛의 본질을 추구하고 기술은 그 응용을 통해 인간 문명을 이끄는 수단이 되겠지만 철학적 고찰은 뭘까? “빛은 생명이요, 생명은 또한 빛이라”... 뭐 이런 얘기일까? 쪼끔 알고 말하려니 답은 안 나오고 숨이 찬데... 그의 강연 원고의 일부라도 받아 글 뒤에 첨부하면 좋으련만 첨부하지 말아달란다. 원고 안에 저작권이 문제될만한 인용이 많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그의 3월 강연은 타의에 의해 빛의 과학적 기술적 고찰 단계에서 멈추었다. 강연 시작 한 시간 반쯤 지났을까 젊은 친구들이 우리 교실 문을 두들기며 7시부터는 자기네 예약 시간 운운한다. 여기가 무슨 시간제 노래방인가? 그것도 명색이 Senior Plaza인데 웬 서른 먹은 Junior들?... 아무리 옳은 주장도 잘못된 룰을 이기지 못하는 법... 물러설 밖에. 그러다보니 못다한 ‘빛 이야기’는 이일항과 함께 삼겹살 집에서도 이어졌다. 아니, 그와 함께 삼차 물회 집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몇몇은 빛 없는 어두움 속에서 11시쯤 헤어졌다. 일항이 집에 잘 들어갔을까... 모르겠다.

그나저나 그가 강연을 위해 준비했던 파워포인트(PDF?) 원고의 세 번째 페이지던가? 그 구석에 써있던 영어 두 줄을 소개하면서 글을 끝내야겠다. 이 거 무슨 뜻이지?

“Nature and Nature's laws lay hid in night : God said, Let Newton be! and all was light.”

“자연과 자연의 법칙은 어둠에 가리워 있었다. 신이 “뉴턴아, 나와라!” 하시자 세상은 빛으로 넘쳤다.“

Alexander Pope 라는 영국 시인이 창세기 구절을 따서 빛의 과학자 뉴톤에게 헌사했다는 詩라는데 누군가 돌직구 같은 표현으로 과학 이야기를 이렇게 풍자한 사람도 있지 않았던가?

“인공위성이란 세게 던진 '뉴턴의 사과'일 뿐! 지금도 중력을 이겨내고 궤도를 돈다.”

과학은 어쩌면 인문학의 상위 개념이 아닐까? 인문학을 넘어서는 멋진 표현이다.

횡설수설을 이만 줄이고 슬라이드 쇼의 강연 내용을 들어보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금년 언젠가 그의 세 번째 강연 ‘빛의 철학적 고찰’을 마저 들어봐야겠다. 금년 5월? 아니면 우리 졸업50주년 기념여행 갔다 와서 7월? 이일항의 3講을 기다려 보자.

■ 참석자 : 고승희 부부, 구영승, 김능배, 김명수, 김태복, 박영준, 박완서, 손성규, 안윤옥, 오원탁, 이근철, 이만재, 이상철, 이일항, 이준희, 임정재, 정석진, 최은식 부부 등 20명

2016년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