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가 됐든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하고 전문가 소리를 들으며 사회생활을 성공적으로 영위한 친구들이 우리 62회에는 특별히 많다. 좋아하지 않았어도 하다 보니 좋아지고, 해야 하니까 그냥 좋아졌고, 싫어하면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없이 좋아하면서... 專門家然 살아온 친구들까지 모두 합하면 족히 이백 명 아니 삼백 명은 넘으리라. 누구 말처럼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는 결혼도 마찬가지일 텐데... 우리 친구들 그 이쁜 마나님들과 좋아서 결혼한 친구, 살다보니 좋아진 친구, 싫어하면서 살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없이 좋아하게 된 친구 그리고 이 나이가 되어 딴 도리 없이 좋아하게 된 친구... 다 합하면 우리 ‘모두’가 아닐까?

그런데 100세 시대 또는 120세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요즈음, 한창때 성공적인 전문가였다거나 愛妻家라는 말보다 우리 나이에 맞는 ‘바람직한 말’이 무엇일까? ‘자긍심과 행복’이 아닐까? 성공보다 자기 긍정, 사랑보다 행복.

이상은 동기가 4월 삼목회 강연의 내용을 요약문으로 보내왔다.

우리나라 환경인 1세대 중 한 명으로 40년 동안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환경전문가로 활동해 왔으며 연구인, 국책연구기관장, 대학교수 그리고 여러 학술단체와 사회단체 대표를 지내면서 접해 온 주요 환경 이슈들을 설명하면서 본인의 경험을 동기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특히 최근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해 교토의정서로부터 작년 12월 파리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신기후변화체제까지의 경위와 새로운 체제에서 우리 정부의 약속을 설명하고 기후변화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우리 스스로 어떻게 적응해야 할 것인가를 다룬다. 또한 오늘날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지속가능한 사회의 구성인으로서 LOHAS(Life 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적인 생활로 변환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한 예로서 water footprint(물발자국) 개념을 소개한다.

환경전문가로서 그동안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문제들에 깊숙이 관여해오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여러 형태의 난관을 겪게 되고 그 돌파구를 오랫동안 지속해 온 신앙생활과 60을 바라보는 나이인 10여 년 전부터 시작한 아마츄어 성악인으로서의 생활에서 찾게 된다. 그 후 노래로서 또 다른 행복을 찾게 되었고 아직도 여러 단체의 대표로 활동하고 대학에서의 강의도 계속하면서 피곤해진 몸과 마음을 노래로서 달래고 있으며 금년 6월에는 제1회 환경인음악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 대학 시절 클래식 기타에 심취하여 동아리 활동을 하였고 그 시절 많은 젊은이들이 그랬듯이 팝송에 푹 빠져보기도 했지만 음악이 주는 행복에 감사하게 된 것은 적지 않은 나이에 성악 레슨을 받기 시작하고 아마츄어 성악인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부터다.

정식 레슨을 받기 시작한지 한 달도 안 되어 문호아트홀의 첫 공연에 서게 되었을 때 불렀던 독일 가곡 ‘Der Lindebaum’의 독일어 가사가 2주만에 외워진 것이 너무 신기했는데 이제는 여러 Opera aria를 포함하여 이태리 및 독일 가곡 그리고 우리가곡 등 50곡 가까이를 외우고 있으니 치매에 걸릴 염려는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복식호흡을 하니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 무엇보다도 곡을 준비하면서 작곡가와 작사가의 의도를 표현하고자 곡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음악지식을 쌓아가는 것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꽤 경륜이 쌓여 공연 참여 기회가 많아지면서 형성된 프로 성악가. 작곡가 등 음악인들을 포함하는 새로운 네트워크도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성악을 하면서 얻게 되는 행복을 한 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주위 분들에게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시작해 보라고 권하고 싶은 것이 성악 등 음악 활동이다.

그가 보내온 강연 제목은 “이상은의 환경과 음악 이야기 – 노래로 찾는 행복”인데... 아마도 강연 1부는 ‘이상은의 환경 이야기’ 그리고 2부는 ‘노래로 찾는 행복’이리라. 짧은 글에 그는 그의 과거, 현재, 미래를 요약했다. 모르긴 해도 그의 과거는 성공적이었다는 말을 하고 있고 현재는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얘기에다 미래는 행복하리라는 말이 아닌가? 행복은 주관이다. 상대적이든 절대적이든. 그런데 사실 행복이란 남과 비교하거나 과거와 비교하는 Happier가 아니라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내가 느끼고 싶은 Happiness가 아닌가? 만약 행복이 상대적인 것이라면 나는 매우 불행하다. 왜냐? 이상은이 너무 행복하니까.

많은 우리들은 은퇴 후에 또는 몇 년간 노년의 무력감을 거치면서 각자 가치 있는 소일꺼리를 찾는다. 취미, 재미, 흥미... 또는 의미있는 가치의 소일꺼리. 누구는 그림을 그리고 누구는 사진을 찍고 누구는 글을 쓰고... 누구는 밖으로 여행을 다니고 누구는 안으로 숨어들고... 누구는 남을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리고 누구는 나를 위해 求道와 功力을 쏟고... 이렇게 그렇게 저렇게들 노년을 산다. 나는 내 인생을 어설픈 글 몇 줄로 위로하고 지내며 이상은 친구는 노래를 통해 얻는 행복을 제 목소리에 담아 인생을 자위한다. 인생이란 나의 것! 각자 나름으로 행복을 찾는다.

그의 글에 나오는 ‘Der Lindebaum’을 얼마 전에 작은 음악회에서 그가 불렀었다. 소위 아마츄어 성악가들의 노래 무대인지라 귀보다 머리로 먼저 듣다가 깜짝 놀랐다. 노래의 기량이 아니라 목소리의 진정성 때문이었다. 나중에 그에게 카톡으로 이런 말을 전했다.

“난 사실 아마츄어 성악가의 노래가 이상하게 매력이 있어 즐겨듣는 편인데... 노래하는 사람의 인생관 가치관 삶의 태도가 노래에 담겨있다는 생각 때문이네. Lindebaum 참 좋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