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삼목회에서 이상은이 말하는 것... (삼목회 110회 강연)

한가하게 숲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환경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열중 아홉은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을 먼저 말하지 않을까? 그런데 바쁜 연구실을 찾아가 환경전문 학자에게 묻는다면 틀림없이 "기후 변화, 물 부족" 같은 아직 현실로 느껴지지 않는 경직된 답이 돌아올 것이다. 우리들은 현재를 말하고 그들은 미래를 말하는 차이일까?

환경전문가 이상은 교수가 4월 삼목회에서 "이상은의 환경과 음악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강연 1부, 환경 이야기에서 그는 20세기가 성장의 세기 또는 경제의 세기라고 한다면 21세기는 환경의 세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에 따른 피할 수 없었던 환경파괴... 그 결과로 나타난 기후변화, 사막화, 오존층 파괴, 생물다양성 감소 등 지속가능하지 않은 20세기의 현상이 이제 21세기에는 지구의 수용능력 안에서 모든 개발이나 성장이 이루어져야 하고 환경파괴를 되돌릴 수 있도록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 ESSD,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으로 환경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금 우리(인간과 말 못하는 동식물, 모두)가 원하는 미래"보다 "미래가 원하는 현재의 우리"가 보다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인다.

미래가 원하는 우리... 멋진 말 아닌가? 그는 2013년 정년을 맞아 그 동안의 글을 모아 펴냈던 '이상은의 환경칼럼'의 책이름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보다 '미래가 원하는 우리'가 더 중요하고 강조되어야 한다고 보며 '미래가 원하는 우리'의 모습은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후세의 모습일 것이다.

판매용이 아닌 배포본으로 펴낸 그의 환경칼럼집 겉장에 요약문처럼 써있는 글인데 미래 세대에 대한 현 세대의 지구환경 책임론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난 가끔 위기론 책임론을 대할 때마다 세계를 흔들었던 해프닝 두 가지가 생각난다.

하나는 Y2K 또는 밀레니엄 버그라고 일컬어지며 2000년 1월 1일 세상의 모든 컴퓨터 시스템에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법석을 떨던 사건이다. 또 하나는 마야 달력의 마지막 날이라는 2012년 12월 21일의 Doom's Day 사건!

99, 98, 97, 96, 95... 끝 두 자리로 기록되던 연도 표시 때문에 2000년이 1900년이나 1800년으로 인식되어 금융시장의 붕괴를 시작으로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운영되던 통신시스템 등 모든 사회기능이 마비되는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 아니 그 당시 벗어나기 어려웠던 공포... 그러나 1999년 12월 31일 밤, 카운트다운이 "3, 2, 1, Happy New Millenium! Y2K"로 바뀌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구환경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 앞에서 웬 해프닝을 거론하며 위기론을 희화화하려 하느냐... 화를 낼 것 같은 이상은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래도 괜찮다. 왜냐? 강연 중에 하지 못했던 질문을 지금 하는 거니까. 손들고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을 꾸짖는 교수님은 없는 법 아닌가?

질문인즉... '목마른 지구'나 '물 부족'을 말하는 전문가가 많은데 그들이 다른 한편 “지구온난화로 氷山氷河가 빠른 속도로 녹아 해수면이 몇 미터 올라갈 것이다. 또는 맨해튼이 물에 잠길 우려가 크다.”고 말하는 이율(二律) 배반이 놀랍다. 난 서양과학이 말하는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나 질량 보존의 법칙을 믿고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순환과 균형론을 믿는 사람인데 환경파괴로 인해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물 부족 현상이 생길 수는 있어도 어찌 수자원의 절대치가 줄어든다는 말인가? 물은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지지 않는 법, 지하에 숨어들거나 나무 줄기와 뿌리에 숨어있거나 구름이 되어 하늘에 떠있거나... 하다못해 수소와 산소로 나뉘어 있거나 하지 않겠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높아진 해수면의 막대한 소금물을 담수화하면 되는 일 아닌가?

환경전문가들이여, 물 부족을 말할 게 아니라 물 이용 기술과 인프라 구축을 말해야 하는 것 아닌지... 그리고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지구가 더워지고 해수면 상승으로 지구가 물에 잠길 것이라는 말, 혹시 Y2K 같은 과장은 아닌지... 묻고 싶다.

여기서 괜한 논란을 부추길 게 아니라 그의 강연 2부, 음악 이야기로 넘어가자.

이상은은 우리들이 졸업50주년 기념여행을 다녀온 그 토요일(6월 18일) 저녁, 강동아트센터에서 제1회 환경인 음악회를 연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환경한림원이 주최 주관하는 음악회로 아마츄어 성악가와 기악 연주자들이 출연하는 환경인들의 축제라는데 아마도 이상은의 음악사랑 노래사랑이 이끌어낸 순수 문화행사이리라.

그런데 이상은에게 음악과 노래는 무엇인가? 나는 감히 그의 환경이라고 말하고 싶다.

Environment... 그를 넓게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 Surrounding... 그를 가까이 에워싸고 있는 그만의 세계. 지금껏 환경문제가 그의 전문가적 학자적 환경이었다면 이제는 음악, 그 중에도 노래가 그의 환경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예전엔 대학연구실에서도 오직 환경이요, 학회에 나가면 더더욱 환경이고, 중앙정부의 일을 도와도 또한 환경이었으니 그의 반평생은 環境(environment)이 그의 환경(surrounding)일 밖에... 그러나 정년을 넘기고 또 70줄에 들어선 이제는 노래가 그의 환경이다. 그의 환경은 노래와 음악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는 행복의 울림소리를 내고 또 그 소리를 듣는다.

말을 좀 더 어렵게 하자면, 그는 그만의 행복의 source를 찾았고 그 source(음악, 노래)의 한없는 resource(행복의 자원)를 즐기며 산다.

부럽고, 닮고 싶고, 한편 질투도 나고... 그리고 한편 부끄럽구나.

그의 강연을 들으며 “그(이상은) 밖에 우리들은 어찌 노년의 행복을 찾을 것인가?”... 생각해 보자!

노래? 그림? 사진?... 아니면 글쓰기? 춤추기? 여행하기? 사랑하기? 봉사하기? 그것도 아니라면 명상? 무위자연? 하나님?

2016년 5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