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삼목회를 준비하며... (강사 : 이일항)

“과학은 어쩌면 인문학의 상위 개념이 아닐까?”

3월 삼목회 강연 후기를 쓰면서 마무리했던 말이다. 이일항의 “빛의 신비와 인간 문명” 第2講을 듣고 후기를 쓰려다 보니 과학적 바탕이 부족한 터에 적당히 마무리할 말을 찾다가 소위 오바(牽强附會)했던 말인데... 일리가 있다는 생각, 아니 맞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이일항으로부터 어제 第3講 ‘빛과 철학’ 강연에 대한 요약문을 받아 읽고 난 뒤의 생각이었다.

“빛의 신비와 인간 문명” 강연은 “빛과 철학”이라는 주제로 마감한다.

핵심은 과학적-철학적으로 조명해 본 “인간 의식”(Human Mind, Human Consciousness)의 우주적 의미이다. 고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의 핵심주제였던 의식의 문제는 이제 양자역학 등 최신 과학적 지식과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원자적-분자적 수준으로 파헤치는 두뇌과학, 정신과학자들의 핵심주제로까지 진행되었다. 인간 의식은 “지식과 깨우침의 정신적 상징이었던 빛”의 과학적 신비를 벗기는 눈부신 역할을 해냈지만, 이제는 그 “빛과 자연”을 물리적-기계적으로 정복-지배-상품화-도구화-노예화 해가고 있다. 심지어, 양자 두뇌-양자 의식(Quantum Brain, Quantum Consciousness)등을 비롯하여 나아가 미래 인간 진화의 인공적 조작 가능성 등까지 암시되면서, 자칫 인간을 걷잡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끌고 갈지도 모를 거대한 괴물(레비아탄, Leviathan)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실존적 질문을 낳게 하고 있다. 지구 위의 인간 의식은 독특한 현상이다. 오랜 세월 진화 속에 아슬아슬하게 생존을 유지해가는 인간의 의식이 인간생존을 위협하기라도 한다면? 자칫 실수로 사라지기라도 한다면? 인간의 의식을 “제대로” 지키는 일은 인간의 소명이 아닐까? 지나친 교만 (Hubris)일까? 밀턴(Milton)의 걸작 실낙원(Paradise Lost)의 단 하나 핵심 메시지는 “선택”이다. 금단의 지식을 범한 교만의 결과로, 낙원에서 쫓겨나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걸어나가는 외로운 인간은 앞길을 “선택”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떠난다. 현대 인간은 낙원을 잃어가고 있는 것일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일까? 인간은 현 우주 내에 유일한 집(Home)인 지구와 그 위의 모든 생명과 인간의 미래 생존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생명, 선함, 사랑, 아름다움, 지혜, 깨달음, 질서, 도덕, 기쁨, 용기, 희망, 자유, 정의, 승리, 명예, 행복 … 등 인간의 의식 속에 오랜 세월 각인되어온 “빛”의 의식이 일깨워 주는 우주적 지혜는 과연 무엇일까?

그의 글을 逐字로 거듭 읽어본다. 한 글자마다 그 뜻을 새겨가며 읽어보면 행간의 뜻을 읽게 될 뿐만 아니라 그가 미쳐 글에 담지 못한 것까지 알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우리 학생 시절 국어선생님들이 말씀하시던 精讀과는 조금 다른 의미인데 생각의 외연을 넓혀가며 읽다보면 글쓴이의 생각이 내 생각으로 이어져 頓悟(suddenly enlightened)와 같은 희열을 느낄 때가 있지 않던가? 그의 글에서 내가 얻어낸 생각은 “지금까지 인간 의식이 빛의 과학적 신비를 밝혀냈다면 지금부터는 빛(광자, 양자)이 인간 의식을 밝혀내려 한다.”는 비약이다. 내가 옳게 해석하고 연역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일항이 빛과 인간 의식을 연결하려 하는 과학자적 생각의 고리(Link)가 놀랍다.

언제던가 우리 62산우회 산행 중에 어떤 친구가 “햇빛에는 분명히 우리가 아직 모르는 어떤 에너지가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을 했는데 건성 들으며 그래! 했었지만 세상에 햇빛만 그런가? 지구의 磁氣場, 달의 引力 그리고 새벽에 몸으로 느끼는 精氣... 심지어 늙어가는 것까지 모든 현상이 에너지 현상이 아니던가? 과학이 풀어내야 하는 신비가 너무 많다. 신은 비밀을 만들었고 인간은 과학으로 그 비밀을 풀어간다. 인문학은 신의 비밀을 神秘라 부르며 知性 또는 感性으로 밝혀내려 하지만... 과학은 비밀을 理性으로 풀어가며 신의 영역을 좁혀간다.

文史哲을 제대로 배운 바 없는 나는 늘 이런 편견을 갖고 과학을 편든다.

“과학은 깨달음을 주지만 인문학은 깨달음을 복잡계로 만들어 혼란시킨다.” 그래서 나온 말이 “과학은 어쩌면 인문학의 상위 개념이 아닐까?”하는 自問自答이리라.

5월 19일 저녁 5시 30분, 강남시니어플라자 3층 세미나실에 모여... 이일항의 “빛과 철학” 강연을 들어보자. 빛으로 인간 의식을 밝힌다는 그의 빛 3講을 들어보자는 말이다.

■ 모임 시간 : 5월 19일 오후 5시 30분

■ 모임 장소 : 강남시니어플라자 3층 세미나실 / 분당선 9호선 선정릉역 4번 출구(2번째 건물)

 

 

■ 강연 주제 :  “빛의 신비와 인간문명” 第3講 빛과 철학 

■ 주제발표자 : 이일항 동기 / 인하대학교 IT공과대학 정보통신공학과 명예교수

■ 후원 :  회비 2만원 / 후원은 자유!

■ 부부동반하여 오십시요. 빛은 빛대로 어둠은 어둠대로... 빛과 그림자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