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삼목회에서 이일항이 말하는 것...

5월 삼목회 강연을 알리는 글을 쓰면서 “그가 보내준 강연 요약문을 逐字로 거듭 읽어본다.”고 했었는데 ‘쫓을 逐’이 아니라 ‘쫓아낼 逐’으로 읽었었나 보다. 그의 글을 거듭 읽어보다가 쫓아냈던(逐) 문장(字)을 되찾았다.

“인간의 의식 속에 오랜 세월 각인되어온 ‘빛’의 의식이 일깨워 주는 우주적 지혜는 과연 무엇일까?”

그의 질문은 강연(빛과 철학)을 듣고 난 뒤에 내 몫으로 넘어와 나의 질문이 되었다. 우주적 지혜?... 궁극의 답(Ultimate Answer, 이일항의 표현)이 없거나 답이 있더라도 빛(양자물리학, 양자생물학)이 인간 의식이나 생명의 원리를 밝혀가는 과학의 진화에 맞추어 계속 변하는 진화형 답이 아닐까? 아니면 오직 철학적 답이 정답? 어렵거나 복잡한 질문에는 늘 철학이 답을 내놓지 않았던가?  

흔히 빛의 반대말은 어두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두움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빛이 아니라 밝음 아닐까? 밝음과 어두움은 빛의 밝기에 따라 달라지는 광도(intensity)의 문제이므로 빛의 반대말은 어두움이 아니다. 무엇일까? ‘없음’이 아닐까? 이일항은 그의 강연 원고에서 “빛은 우주 모든 물질의 근원이며 또한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에너지이며 우주(거시, 미시) 안의 모든 정보를 매개(전달)하는 파동이다.”라고 結語를 말하고 있는데... 그의 말대로라면 그러한 빛이 없는 세상은 어두움이 아니라 ‘없음’이리라. 없음은 있지 않음이고 또 있어도 없음이다. 너무 철학적인 수식인가? 철학은 합리적 표현의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늘 등장하지 않던가?

강연이 끝나고 가방을 챙기고 있는 이일항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강연은 인문학 강연 같았다. 역시 과학자가 말하는 인문학이 최고다.”

너무 지나친 칭찬일까? 밥(술?) 먹을 시간이라고 우루루들 몰려 나가는 바람에 손과 맘이 바빠진 나는 더 이상 말을 못했지만 마음 속에선 이런 말을 더 하고 싶었다.

“미래에는 과학자가 철학을 담당하리라.”

천년 가까이 박사제도가 내려오면서 학문이 분화되고 복잡사회로 바뀌는 과정에서도 아직까지 과학자들에게 Doctor of Philosophy라는 학위 표현을 Doctor of Science라고 특정하지 않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과학과 철학을 균형감 있게 아우르라는 철학적인 뜻이 그 속에 담겨있는 것이 아니겠나?

강연 며칠 뒤, “이번 강연 녹음을 후기에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문자가 왔다. 지금 책을 쓰고 있는데 주제가 강의 내용과 겹치기 때문에 출판 전에 일부 내용이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함께 전해 왔다. 그렇다면 당연한 일... 오히려 책에 담을 내용을 일부나마 삼목회 강연에서 먼저 밝혔다는 얘기는 너무나 감사할 일 아닌가? 책이 출간되고 나면 열 권쯤 사서 함께 나눠 읽어야겠다. 대신 파워포인트 강연 원고에 그 날 모임사진 몇 장을 넣고 슬라이드쇼로 만들어 올립니다.

태초에 빛이 있었고 그 빛으로부터 만들어지고 그 빛이 있으매 드러난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밝은 빛 속에서 많이 많이 사랑하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이일항의 마무리 말 중에서)



■ 참석자 : 강유근, 구영승, 김명수, 박선원, 박영준, 박완서, 성준용, 손성규와 아들, 송홍석, 안윤옥, 이일항, 최은식 등 13명

2016년 5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