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우리에게 희년은 무엇인가?

   "너는 일곱 안식년을 계수할지니 이는 칠 년이 일곱 번인즉 안식년 일곱 번 동안 곧 사십구 년이라 일곱째 달 열흘날은 속죄일이니 너는 뿔나팔 소리를 내되 전국에서 뿔나팔을 크게 불지며 너희는 오십 년째 해를 거룩하게 하여 그 땅에 있는 모든 주민을 위하여 자유를 공포하라 이 해는 너희에게 희년이니 너희는 각각 자기의 소유지로 돌아가며 각각 자기의 가족에게로 돌아갈지며 그 오십 년째 해는 너희의 희년이니 너희는 파종하지 말며 스스로 난 것을 거두지 말며 가꾸지 아니한 포도를 거두지 말라 이는 희년이니 너희에게 거룩함 이니라 너희는 밭의 소출을 먹으리라."(레위기 25:8~12)

   하나님께서 출애굽한 히브리 노예들에게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의 새로운 삶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계명들을 주셨습니다. 계명이라고 하면 뭔가 얽어매거나 또는 부담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알고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계명들을 주셨습니다. 때문에 계명들을 주셨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고마운 계명은 아마 안식일을 지키라는 네 번째 계명이었을 것 같습니다. 평생 쉬지 못하고 일만 하던 그들로서는 일하지 말고 쉬라는 것이 꿈만 같았을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안식일은 그들에게 쉬는 날로 주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안식년도 지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만 쉴 것이 아니라 땅도 쉴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좀 망설이게 됩니까? 한 해 동안 일하지 않고 쉬기만 할 것 같으면 뭘 먹고 살라는 말입니까?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안식년을 통해서 오히려 한층 더 풍성한 수확을 얻을 수 있게 해 주시겠다고 분명히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놀랍게도 그들에게 오십 년째 되는 해를 희년으로 지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희년이란 말 그대로 기쁨의 해입니다. 이 희년이 되면 사람들은 잃었던 땅과 집을 되찾게 됩니다. 빚은 탕감 받고 종 되었던 사람은 자유를 얻고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됩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합니까?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의 진짜 주인이시라는 사실만 믿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하여간 안식일과 마찬가지로 안식년과 희년도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제도요 또한 장치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5년 12월 8일부터 올해 11월 20일까지를 “자비의 특별 희년”으로 선포하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현대인의 사고방식은 과거의 사고방식보다 훨씬 더 자비의 하느님에 대립되는 듯하며 자비라는 이념 자체를 생활에서 배제하고 인간 마음에서 제거하는 경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교황님의 말씀은 정말 정확한 지적이요 올바른 가르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특히 우리 믿음의 식구들은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았다고 생각해서 무엇보다 먼저 감사의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번 묻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고맙게 생각합니까? 그렇습니다! 고맙게 생각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면 이 시간이 우리의 희년의 시작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의 감사가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겠다는 말입니다.

   동의하지 않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남달리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좋은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들과 또 좋은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공부할 수 있었다는 것도 특혜 중의 특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보다 더 똑똑하고 잘난 친구들 중에도 우리처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또 우리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했지만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우리가 부당한 방법으로 그들의 것을 빼앗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때문에 상대적으로 힘들고 고달픈 삶을 살았는지 모른다는 말입니다.

   때문에 이 자리가 진짜 기쁘고 즐거운 잔치가 되기 위해서 오늘 이 시간이 우리의 희년의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나의 삶의 주인 노릇을 했으면 이제부터라도 우리 삶의 진짜 주인에게 모든 것을 돌려드리자는 말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무리한 요구일지 모르지만 십자가를 지신 주님을 구주로 믿고 고백하는 우리 믿음의 식구들에게는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그리고 가족 여러분! 이제 그 주님 앞에 서게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주님은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누가복음 6장 1절 말씀입니다. “예수께서 눈을 들어 제자들을 보시고 이르시되 너희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것임이요!” 지금까지 받은 그 많은 복을 가난한 이웃과 더불어 아낌없이 나눔으로 말미암아 장차 그 주님 앞에 섰을 때에 “잘했다!” 칭찬 듣고 그 영광의 나라에서 영원토록 주님과 함께 왕 노릇하는 참으로 복된 여러분 모두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