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고독(孤獨)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모두 “홀로” 태어나고 떠날 때 “홀로” 죽는다. 그리고 인간은 태어나서 인간들(부모) 사이에서 자라나고 배우고(학교) 적응하며(사회) 다른 인간들과 교제(交際)와 교관(交款)을 하며 인생의 길을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은 또한 그의 인생의 길에서 많은 시간을 “홀로 있는” 상태에서 살아간다. 외관 상으로는 외부의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나 교관이 끊어진 상태를 말하는 이 “홀로 있음(aloneness)"은 그가 살아가는 동안, 그의 적지 않은 시간의 상태를 나타낸다.

인간의 가장 긴밀한 관계인 부부관계조차도 이 ”홀로 있음“의 상태를 제거하지 못한다. 또한 인간은 자기 자신을 수치심을 가리기 위해서 ”홀로 있음“의 상태를 선호하기도 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분리함으로써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가 있다. 그리고 이 때 인간이 그들만의 ”자유 의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또한 인간의 위대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인간에게 필요하기도 한 이 “홀로 있음”을 어떻게 느끼느냐 하는 것에 따라, 즉 이 “홀로 있음”을 받아들이는 그 사람의 심리적 상태”에 따라 외로움(lonliness)과 고독(孤獨, solitude)이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환될 수가 있다. 물론, 우리들의 일상 생활에서 이러한 외형적 상태를 심리적으로 받아들이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외로움"이다. “고독”이 인간의 “홀로 있음의 영광(榮光)”을 나타내는 말이라면, “외로움”은 인간의 “홀로 있음의 고통(苦痛)”을 표현하는 말이다.

보통 외로움의 강도는 그 ”홀로 있음“의 시간의 길이에 비례하는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의 성격과 그 결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아주 친밀하게 아는 사람의 죽음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다른 예로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해체라든지, 그들로부터 오해를 받아 외톨이로 남을 때 우리는 강한 외로움을 느낀다. 더욱 근본적인 예로는 우리들 자신에게도 숨길 수 없는 죄책감, 그리고 우리의 궁극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한 견딜 수 없는 외로움 등이 그렇다.

병리심리학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홀로 있음은 절대자로부터의 인간의 분리(分離)를, 그리고 인간의 죄책감은 그 분리의 고착화에 대한 염려로 인해 인간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불안(不安), 즉 분리불안을 가져다준다. 인간의 분리 불안은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표면으로 부상하는 현대인의 큰 병이다. 이것이 심해지면 분리 공포로 전환되며, 더 심해지면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는 이것을 가르켜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다.

그러면 고독은 어떠한가? 인간은 모두 인간 자신의 본질인 “홀로 있음”을 “외로움,” 즉 고통과 두려움이 아니라, 기쁨과 용기를 가지고 느끼기를 원한다. 즉, 우리는 자신들의 “홀로 있음”을 “고독”을 통해 극복하기를 원하다. 그래서 인간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이러한 것들을 우리는ㅡ종교가 인간이 그의 고독과 더불어 행하는 것이라고 한다면ㅡ 종교적인 방법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한 예로부터 시작하여 이들을 살펴보자.

자연의 침묵에 대한 갈망은 단기적으로는 제법 큰 효과를 나타낸다. 자연에 들어가 휴식을 취함으로써 인간은 마음의 안정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인 고독에 이를 수는 있을지 모르나, 자연에로의 도피는 곧이어 그들의 일상으로 이끌어내어진다. 또한 인간은 시, 음악, 그리고 그림을 감상하는 일로 고독을 추구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개인의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에릭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처럼) 그들의 자유를 사회의 어떤 집단 체제로 이양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이 쓰여졌던 80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 시대에도 이러한 압력은 고독(solitude)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인 갈망을 파괴시킬 뿐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주위의 환경에 의해 강제로 밀어 넣어진 고독의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까? 좀 더 종교적인 접근은 속세로부터 완전한 탈피를 요구하는 "자연으로의 귀의"(道敎), 또는 "부처로의 열반"(佛敎)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종교들이 인간의 궁극적인 질문인 고독의 극복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고독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다른 모든 존재들과의 합일(合一, 궁극적 交際)에 있다고 한다면,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리 긍정으로 보이지 않는다.

고독의 극복에 대한에 대한 고전적인 사례는 우리 주님이 보이셨다. 광야에서의 40 일 간의 시험 기간을 통하여 그는 인간 고독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셨다. 예수님은 이 광야에서의 기간 동안에 스스로 거룩한 힘과 악마적인 힘 사이의 전쟁터가 되셨다. 고독 속에서 우리도 우리 자신을 자신으로서가 아니라, 창조(creation)와 파괴(destruction) 사이의, 그리고 하나님과 마귀 사이의 싸움터서 인식하게 된다.

우리는 때로는 주님의 손에 붙들린다. 그리고 주님은 거기서 우리에게 오직 고독 속에서만 제기할 수 있는 진리(truth)의 문제를 제기하기를 원하신다. 그리고 고독 속에서만 성장할 수 있는 정의(justice) 문제를 제기하기를 원하신다. 거기서 우리는 오직 고독 속에서만 감행할 수 있는 “인간의 평범한 방식들을 깨뜨리는 모험”을 하기를 원하신다. 그분은 거기서 우리에게 우리가 그 너머서 삶의 신비가 나타나는 우리 존재의 경계를 넘어서기를 원하신다, 나아가 우리는 고독 속에서만 이룰 수 있는 매우 창조적인(creative)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기독교인들은 이것(고독)을 벗어나기 위해 하나님을 대상으로 삼지만, 쌍방이 아닌 일방적(一方的)인 기도에 몰입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쉬운 기도는 고독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그런 기도보다는 오히려 침묵을 유지하면서 늘 고독을 갈구하고 있는 우리의 영혼으로 하여금 말없이 탄식하도록 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 왜냐 하면 그것이 우리에게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고독의 순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독의 순간에 우리에게는 무엇이 행해진다. 우리 존재의 중심, 즉 우리의 홀로 있음의 근거인 우리의 가장 깊은 자아가 하나님의 중심에로까지 고양(高揚)되어 그 속으로 흡수된다,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쉴 수 있다. 따라서 고독 극복의 궁극적 목표인 타인과의 궁극적 교제에 이를 수 있는 길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먼저 하나님께로 올라갔다가 그분으로부터 다른 누구의 자아에로 돌아올 때, 그것에 도달할 수가 있다. 바로 이런 방법으로 우리는 모든 존재들의 중심(하나님)과 그 안에서 쉼을 얻고 있는 존재들과의, 또한 그렇기에 그 존재 모두와의 일치에 속으로 흡수된다. 고독 속에서 오직 "영원의 현존(presence of eternity)"만이 일시적 존재를 다른 일시적 존재로부터 분리시키는 벽들을 돌파할 수 있다,

누가 “고독의 가장 내면적인 본질은 무엇인가?”를 물을 때, 우리는 아마 다음과 같이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고독은 ”일시적 존재의 번잡한 길 위에 임한 영원“아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얼굴을 통해 빛나는, 그리고 우리와 분리된 모든 사람들과 모든 것을 포함하는 영원의 현존이라는 견지지에서 본다면, 고독은 혼자 있을지라도 외롭지 않은 경험이다. 고독의 빈곤 안에 모든 풍요로운 것들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담대하게 고독을 추구하자. 영원한 것들을 마주하고, 다른 이들을 찾고, 우리 자신을 바라보자.“

                폴 틸리히 (Paul Tillich)의 설교집, 영원한 지금(The Eternal Now) 중에서.

                                               同名의 설교, “외로움과 고독”을 참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