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스라엘 순례 여행 -- 그 목적과 의미>

     나는 지난 2월 8일에서 21까지 이스라엘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그동안 다녀왔던 여러 여행과 달리 어떤 특별한 의미를 나에게 부여해 주었다. 그것은 기독교인들이 믿는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역사와 사건들이 현재 이스라엘이라고 일컫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있기 때문이며, 또 그것들은 우리들의 기독교 신앙과 직결되는 역사와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즉, 그곳을 가서 보는 것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우리 신도들이 우리의 인생 길을 순례하듯, 하나님과 예수님이 과거로부터 이스라엘 사람들과 교통(交通)하신 과정과 그 과정을 통해 주신 메시지들을 느끼고, 생각하고, 묵상하면서 그 길을 그들과 함께 가는 순례 여행인 것이다. 그 형태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예수를 믿는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해당되고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이번 이스라엘 여행을 떠나기 전에 다음 몇 가지 목적을 가지고, 이번 여행을 통하여 그것들에 대한 의미를 찾고자 하였다.

     첫째, 이스라엘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구약의 성서 전반에 걸쳐 잘 나타나 있는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해서 유다가 바벨론에게 멸망당한 B.C. 587년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바빌론 포로 시대와 예수님의 시대를 거쳐 A.D. 70년 마사다(Masada) 결사 항전에 이르기까지, 이를 통해 유대인의 하나님의 역사는 유대 민족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국에는 전 인류를 위한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이 인류라는 것은 그들 유대인들에게만 한정하는 것이라고 하는 믿음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이유를 이해해 보려 했다. 구약 성서에 나타난 사적과 연관된 유적지, 그리고 성경에는 없지만 예수 로마 점령기의 쿰란 공동체의 유적 등, 이스라엘 영토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가 배어 있는 유적지를 돌아봄으로써 유대민족의 선민 사상(選民思想)의 근거를 좀 더 밀접히 경험해 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여행의 한 가지 목적은 이러한 유적지 답사를 통해서 유대인들의 사고 방식의 근거와 형성 과정을 이해해 보려는 것이었다.

     둘째, 유대인들은 A.D. 1세기, 로마에 의해 그들의 설 땅을 잃어버리고 새 이스라엘이 건국된 A.D. 1948년까지 2000년 동안 세계 각국에 나라 없는 백성(디아스포라=Diaspora)로 돌아다니면서도 유대인의 정체성(identity)을 잃어 버리지 않았다. 19세기 말의 시오니즘 운동을 발단으로 하여 세계 1,2차 대전을 거치면서 더욱 강화되고 발전하여 1948년 5월에 U.N.의 결의로 옛 이스라엘(그리고 그 이후에 팔레스타인 지역)에 새 이스라엘을 건국하여 세계의 디아스포라 유대인을 이 지역으로 이끌어 온 현대의 엑소도스(Exodos) 운동인 시오니즘(Zionism)을 통하여 오늘날까지 이스라엘은 주위 아랍 국가들과의 치열한 전쟁을 치르면서 이어지고 있다. 1896년에 오스트리아인 저널리스트 헤르츨의 주도하에 시작된 시오니즘은 그 이후, 독일, 영국,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여 이스라엘 건국의 기초를 마련하였으며, 이러한 시오니즘 정신은 강력한 유대 민족주의를 형성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서, 이 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들의 정체성, 그리고 그것의 표현이랄 수 있는 그들의 국제 정치적 입장 등을 파악하는 것 역시 이번 여행의 목적 가운데 하나였다.

     셋째, 하나님의 전 인류를 향한 구원을 사랑을 이루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의 시대의 사건들을 기술한 신약 성서와 그 이후의 기독 교회의 역사 (교회사)를 전 인류를 향한 복음 전파를 위한 예수님의 사적과 그 유적지에서 확인하고 느껴보는 것이다. 이들 유적지들은 예수 시대의 기독교 유적지, 예루살렘 안의 무슬림 유적지, 그리고 아크레(아코)와 같은 십자군 유적지에서 볼 수 있고, 그 이후 시대에 사적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적과 유적들을 순례하면, 유대인들뿐만 아니라 세계 삼대 종교 (유대교, 기독교, 무슬림교) 유적지가 혼재하는 이스라엘만큼 그것을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의 또 하나의 목적은 이들이 이러한 서로 상반되는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 현대에 와서어떤 형태로 이들의 전통적인 종교를 서로 융화하며, 그들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가는가에 대한 이해와, 이런 이해를 통해 향후 다가올 이 지역을 향한 기독교 선교에 대한 비전을 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나는 이번 여행 기간 동안 방문한 여러 가지 형태의 구약과 신약 성서와 그 이후의 역사에 기술된 유적지와 박물관과 그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성경에서 언급한 이러한 이스라엘의 역사와 사건들이, 시(時)와 공(空)을 넘어서서 오늘날의 이스라엘 여행을 하고 있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주는가? 그리고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서 나의 경험이 국가, 또는 민족적인 차원에서, 오늘날의 이스라엘이라는 나라 전체의 정체성과, 또 그곳에서 볼 수 있는 그 지역들의 역사적 유적들과 어떤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또 이러한 관계들이 나, 그리고 우리들의 신앙과 무슨 관계가 있으며, 그 관계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등의 질문들을 제기해 보았다. 그리고 이제 이러한 의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을 통하여, 이번 순례 여행에서 얻고자 한 여행의 목적에 대한 의미를 찾아보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