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진정한 의미의 해방
본  문 : 로마서 8:18~25

   지난 8월 15일은 제73주년 광복절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식에서 행한 연설에서 “남북이 하나의 경제 공동체를 이루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면서 “평화가 경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그 연설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남북이 하나의 경제 공동체를 이루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결코 아니 될 것입니다.

   73년 전 우리가 어떻게 해방을 얻었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해방을 얻는 데 있어서 우리가 한 일은 별로 없지 않습니까? 나라 안팎에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 헌신한 분들이 많이 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해방을 얻는 데 있어서 기여한 바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온전한 독립 국가로서의 지위를 누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강대국들의 필요에 따라서 남북이 분단된 채 오늘에까지 이르게 되지 않았습니까? 쉽게 말해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맞은 해방은 우리 민족에게 더 큰 문제만 안겨 주고 말았다는 말입니다.

   또 다시 광복절을 지내면서 우리 믿음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해방은 과연 무엇인가 한 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진정한 의미의 해방은 세 가지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먼저 믿음의 사람으로서 그 정체성을 분명히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서 헛된 가치를 추구하던 것에서부터 해방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비록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하나님의 공의가 구현되는 온전한 해방을 이루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함으로 말미암아 탄식하며 신음하고 있는 모든 피조물의 해방까지 도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믿음의 사람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시고 그 주님을 따르는 삶을 살도록 부르심을 받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주님이 추구하신 삶의 가치는 세상의 것과는 확연히 구별됩니다. 세상의 가치 기준은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며 탐욕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그 주님을 믿기 전에는 그런 세상 가치를 삶의 기준으로 삼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로 하여금 전에 살던 그런 삶의 태도를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런 우리를 가리켜서 새로운 피조물이라고 불렀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비록 세상에 살고 있지만 세상의 가치와는 다른 삶, 즉 주님의 삶을 본받아 사는 것이 마땅합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옛 사람이 추구하던 세상의 가치는 이제 무의미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 주님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하나님 나라 시민이 되었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 한국 교회는 이런 가치관의 변화라는 사실에는 주목하지 않은 채 믿음을 단지 교회 출석 잘하고 헌금 많이 하고 헌신 봉사 잘 하는 것 등으로 축소시켜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교회 안에서는 천사와 같지만 가정이나 사회에서는 여전히 옛 사람의 추한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과연 경건의 모양은 있지만 그 능력은 찾아보기 어려운 교인들만 양산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진정한 의미의 해방은 십자가를 지신 그 주님을 우리의 삶의 중심에 모시고 새로운 피조물의 삶을 살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더 늦기 전에 한국 교회는 개인의 해방에 대한 실제적이고 구체적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73년 전 일제의 식민 통치로부터 해방을 맞게 해 주신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에 감사하면서 한국 교회는 하나님의 공의가 실종된 것 같은 오늘의 현실에 대해서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광복이 무엇을 뜻하는 말입니까? 말 그대로 빛을 찾았다는 말 아닙니까? 그리고 그 광복은 하나님의 선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빛 가운데 거하고 있습니까? 일찍이 사도 바울도 에베소 교회 성도들에게 말했습니다. “너희가 전에는 어둠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엡 5:8)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빛입니다. 빛으로 존재해야 하고 또 빛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끝으로 하나님께서는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이 세상에 보내 주셨습니다. 그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이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충성스러운 일꾼들을 부르고 계십니다. 다시 말해서 세상 모든 만물이 간절히 바라는 하나님의 공의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하나님의 일꾼들을 보내고 계신다는 말입니다.

   인간의 탐욕으로 말미암아 파괴된 생태계를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약속하신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하는 구원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사람들은 하나님의 공의를 무시하고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유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의를 이루고 생태계를 회복하는 일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온전하게 회복하는 일, 곧 탄식하는 모든 피조물의 해방을 위한 매우 중차대한 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하나님의 아들들, 즉 우리 믿음의 사람들이 나타나 모든 피조물이 탄식하고 있는 상태로부터 해방시켜 이 세계가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하는 사도 바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창조 질서의 회복은 사회 정의와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하나님의 공의와 창조 질서의 회복은 하나님의 아들들이 모인 교회의 궁극적인 선교 과제가 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경기고 62회 신우회원 여러분! 그리고 함께 예배드리는 가족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 보내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포함한 모든 피조물이 바라는 공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한 충성스러운 일꾼들을 부르고 계십니다.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해방은 비록 우리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세상의 가치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따르는 데 있습니다. 그 해방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완전히 회복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진정한 의미의 해방을 성취하여 구원의 주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고 모든 피조물과 함께 해방의 기쁨을 노래하게 되는 그 날을 앞당기는 참으로 복되고 충성스러운 주님의 제자들이 다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