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어떤 일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2018년 9월 16일 경기고 62회 신우회 웧혜 예배)
본 문: 마가복음 8:31~34

   오늘 읽은 본문 말씀 앞에는 예수님께서 벳새다 맹인을 고치신 기적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마가복음에만 나오는데 특이한 점은 예수님께서 그 맹인을 단번에 고쳐 주신 것이 아니라 두 번에 걸쳐서 고쳐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께서 왜 그 맹인의 눈은 단번에 뜨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혹시 그렇게 못하셨던 것은 아닙니까? 그럴 리가 없습니다! 죽은 나사로도 말 한 마디로 단번에 살리신 예수님께서 못하셨을 리가 없습니다. 뭔가 이유가 있어서 두 번에 걸쳐서 그 맹인의 눈을 뜨게 하셨을 것이 분명하다는 말입니다.

   하여간 오늘 읽은 본문 말씀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물으셨을 때 베드로가 나서서 "주는 그리스도시니이다!“라고 대답하자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경고하신 후 들려 주신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부활에 대한 예고의 말씀입니다. 이 십자가 수난과 부활에 대한 예고의 말씀은 마가복음 9장 31절 말씀과 10장 33절, 34절 말씀에도 거듭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은 그 말씀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베드로는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부활에 대한 그 예고의 말씀을 듣고 그 자리에서 거칠게 항변했다가 심한 책망을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베드로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기는 했지만 그 고백은 매우 불완전한 고백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벳새다 그 맹인이 처음에 사물을 보기는 보았어도 매우 흐릿하게 보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이 지금까지 경험한 예수님은 주로 귀신을 쫓아내시고 병자를 고치시는 분이셨습니다. 때문에 그들은 그런 기적을 베푸시는 능력에 기초해서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했던 것입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세례 요한이나 엘리야, 또는 선지자 가운데 한 명이라고 고백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뛰어난 고백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 예고의 말씀에 대한 그들의 반응은 그 고백이 좀 더 완전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베드로는 왜 그토록 거칠게 항변했습니까? 아마 그에게 있어서 고난 받는 그리스도란 모순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베드로뿐 아니라 다른 제자들도 수난 예고가 과연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그들이 지금까지 경험했던 놀라운 기적을 행하시는 예수님에 대한 이해에 기초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높은 자리 하나를 차지하려고 하는 생각뿐이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제자들의 예수님에 대한 그런 이해는 새롭게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벳새다 맹인이 보기는 보았어도 사물을 매우 흐릿하게 보았던 것처럼 그들은 예수님을 희미하게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시는 분이실 뿐 아니라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을 죄에서 구원하실 그리스도이심을 분명히 깨달아야 했습니다. 예수님을 좀 더 온전히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베드로에 대한 예수님의 책망은 너무 심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거칠게 대드는 그를 향해서 예수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그를 사탄이라고 부르시면서 물러가라고 꾸짖으셨습니다. 왜 그렇게 심하게 책망하셨습니까? 그 까닭은 이어지는 말씀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일이 아니라 사람의 일을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십자가를 통해서 죄인들을 구원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사람의 일은 예수님의 그 능력에 편승해서 세상적인 이득을 보려는 것입니다. 때문에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 것은 사탄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베드로가 예수님의 수난 예고를 듣고 거칠게 항변했을 때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탄의 종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책망하신 후 무리와 제자들을 불러 중요한 말씀을 들려 주셨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막 8:34) 예수님을 따르려면 먼저 자기를 부인해야 하고 자기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합니까? 여기서 십자가란 단지 살면서 겪는 어려운 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십자가란 하나님의 일을 이루기 위해서 감수해야 할 어려움을 말하는 것입니다. 자기를 부인하는 것도 자기의 뜻을 내려놓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고 그 일을 이루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읽은 본문 말씀에서 또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예수님의 수난 예고가 베드로의 신앙 고백이 있은 후에 비로소 주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복음의 정점은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부활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복음의 핵심으로 나아가는 것은 조금씩이나마 예수님을 알아가고 그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는 것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더 깊은 믿음의 자리까지 나아갈 수 있습니다. “주는 그리스도시니이다!” 베드로의 고백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더 큰 복음의 비밀이 공개되었다는 것은 이런 믿음의 성장 과정을 암묵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오늘 읽은 본문 말씀은 우리가 지금까지 예수님을 어떻게 믿어 왔는가 하는 것을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듭니다. 혹시 오늘 우리도 그 옛날 베드로가 그랬던 것처럼 예수님을 단순히 기적을 행하시는 능력자로 생각하며 따르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물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주님은 믿음의 더 깊은 자리로 나아오라고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바로 주님의 십자가 앞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제는 나의 뜻, 사람의 일이 아니라 주님의 뜻, 하나님의 일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신우회원 여러분! 그리고 함께 예배드리는 가족 여러분! 주님은 십자가 고난을 기꺼이 받아들이심으로 하늘 아버지께서 예비하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셨습니다. 그 주님을 구주로 믿는 우리도 더 이상 사람의 일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고 그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오직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끝까지 주님의 뒤를 따름으로 말미암아 장차 그 보좌 앞에 섰을 때에 “잘했다!” 칭찬 듣는 참으로 복된 여러분 모두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