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주 안에 서라!
(2019년 3월 17일 경기고 62회 신우회 월례 예배)
본  문: 빌립보서 3:17~21, 4:1

   목회자가 해야 할 일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습니다. 생명의 말씀을 성도들에게 잘 전하는 것도 중요하고 또 성도들과 교회를 위하여 기도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또 말씀과 기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심방하는 일입니다. 평소에도 성도들의 형편과 처지를 살피고 또 돌보는 것이 필요하지만 특히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한 환자를 심방하는 것은 한층 더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정년이 되어 은퇴했지만 그래도 환자 심방만은 거절할 수도 없고 또 거절해서도 아니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금도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남녀 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안쓰럽지만 그래도 요양병원 같은 시설에 있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보면 한층 더 마음이 아픈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혼자서 일어날 수도 없고 자기 손으로 식사도 할 수 없는 노인들을 보면 안쓰럽기 짝이 없습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먼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근래에 와서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여간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가급적 평소에 건강 관리를 잘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본인도 괴롭고 주위 사람들 마음도 아프게 하는 그런 모습으로 말년을 보내서는 아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물론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오늘 사도 바울은 봉독한 본문 말씀을 통해서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적으로는 중한 병을 앓고 있는 빌립보 교회 성도들을 향해서 간절히 타이르고 있습니다. “주 안에 서라!” 다만 그 때 빌립보 교회 성도들에게만 하는 말이 아닙니다. 오늘 거센 풍랑을 만나 침몰 직전에 있는 한국 교회를 향해서 안타깝게 외치는 말이 아닐 수 없다는 말입니다.

   사도 바울이 왜 주 안에 서라고 빌립보 교회 성도들에게 말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들이 주 안에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 안에 있었으면 이런 권면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주 안에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서 있지도 않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교회는 주님이 부탁하신 복음 전파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일을 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복음 전파의 사명이란 누운 자세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빌립보 교회가 과연 어떤 교회입니까? 특히 사도 바울에게 있어서 빌립보 교회 성도들은 그냥 그렇고 그런 성도들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사랑하고 사모하는 형제들이었습니다. 그의 기쁨이었습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성도들이었으면 자신의 면류관이라고 말했겠습니까?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닙니다. 그토록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빌립보 교회 성도들이 사도 바울에게 의외로 심한 상처를 입혔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빌립보 교회의 문제는 무엇이었습니까? 오늘 봉독한 말씀을 보면 그들의 문제는 간략하게 말해서 사도 바울을 본받지 았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 준 사도 바울의 가르침과 그의 삶을 본받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를 본받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사도 바울은 그들에게 처음에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직도 그를 본받는 삶을 사는 신실한 성도들을 주목하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빌립보 교회 성도들은 사도 바울의 가르침을 따르는 삶을 계속하지 않았습니까? 본문 18절 말씀을 보면 그가 이미 여러 차례 그의 가르침을 따를 것을 당부했고 지금도 눈물로 호소하고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십자가의 원수로 행하는 것이 당장에는 편한 것 같고 또 좋은 것 같지만 그 결국은 안타깝게도 멸망이기 때문에 그가 눈물로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행하고 있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까? 대략 두 가지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먼저 주님이 주신 자유를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율법의 효력이 없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는 자유를 갖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자유를 육체의 정욕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말입니다.

   다음으로 주님의 은혜를 왜곡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장하기를 주님의 은혜는 모든 죄를 덮기에 충분하고 또 그 주님의 사랑 또한 어떤 죄도 용서하기에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어떤 죄를 저질러도 사죄의 은총은 여전히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말입니다.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이지만 귀에 솔깃하게 들렸을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러나 사도 바울은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행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예나 지금이나 배를 신으로 삼는 육적인 욕망에 이끌리는 삶의 결국은 멸망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됩니다.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을 그는 땅의 일을 생각하는 자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다시 말해서 땅의 일을 전부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오늘 우리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빌립보 교회 성도들을 비롯한 모든 믿음의 사람들은 결코 땅의 일을 생각하는 자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렇습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 백성이기 때문에 비록 지금은 땅에 발을 딛고 있을지라도 그 나라를 바라보며 거기로부터 구원하는 자 곧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시 오시는 그 주님이야말로 세상 만물을 자기에게 복종하게 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특히 그 주님의 역사로 우리의 낮은 몸도 주님의 영광의 몸의 형체와 같이 변하게 하실 것을 우리는 믿고 소망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경기고 62회 신우회원 여러분! 그리고 가족 여러분! 다시금 강조하지만 우리가 비록 땅에 살고 있지만 땅에 속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하늘 나라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그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며 살아야 마땅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결코 잠들어서는 아니 됩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멸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 주님 안에 든든히 서야 하겠다는 말입니다.

   일찍이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에게 분명히 말한 바 있습니다.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갈 6:7) 마침내 다시 오시는 주님 앞에 우리가 섰을 때 그 주님으로부터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마 25:21)라고 칭찬듣는 참으로 복된 주님의 제자들이 다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