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마르다와 마리아
(2019년 7월 21일 경기고 62회 신우회 월례 예배 설교)
본  문: 누가복음 10:38~42

   누가복음 10장 1절 이하의 말씀을 보면 예수님께서 칠십 인의 제자를 따로 세우시고 각 동네와 각 지역으로 둘씩 앞서 보내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님은 왜 그들을 파송하셨습니까? 주님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그들을 보내셨습니다. 잘 익은 곡식을 추수하기 위해서 그들을 파송하셨다는 말입니다. 친히 그 뜻을 밝히지 않으셨습니까?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 그러므로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주소서 하라.”(눅 10:2)

   물론 잘 익은 곡식을 추수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주님이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습니다. 때문에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갈지어다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어린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눅 10:3) 물론 아무 대책도 없이 그들을 보내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어지는 19절 말씀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으며 원수의 모든 능력을 제어한 권능을 주었으니 너희를 해칠 자가 결코 없으리라!”(눅 10:19)

   과연 성공적으로 그 일을 마치고 돌아온 제자들의 보고를 들으신 주님은 매우 기뻐하셨습니다. 다만 기뻐하셨을 뿐 아니라 또한 감사하셨습니다. “천지의 주재이신 아버지여 이것을 지혜롭고 슬기 있는 자들에게는 숨기시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나타내심을 감사하나이다 옳소이다 이렇게 된 것이 아버지의 뜻이니이다.”(눅 10:21) 이 말씀을 통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제자들은 아직 추수할 때가 이르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주님은 이미 추수할 때가 되었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쉽게 말해서 종말이 아주 가까이 왔다는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어떤 율법교사가 주님을 시험하기 위해서 질문했습니다. “선생님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 주님은 그에게 반문하셨습니다. “율법에 무엇이라 기록되었으며 네가 어떻게 읽느냐?” 그러자 그가 대답했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였나이다.” 그러자 주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네 대답이 옳도다 이를 행하라 그러면 살리라!”

   그러자 그가 자기를 옳게 보이려고 재차 물었습니다. “그러면 내 이웃이 누구니이까?” 그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주님은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그에게 들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물으셨습니다. “네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습니다.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그러자 주님이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이이야기의 중심 주제도 영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땅 위에서의 지극히 제한적인 삶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서 누리게 될 영원한 삶을 다루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주님은 원래 가시려고 했던 그 길, 즉 예루살렘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그 길이 어떤 길이었습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 길은 십자가를 지고 죽는 길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이 사실을 잊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도중에 주님은 한 마을에 들어가셨습니다. 요한복음의 기록을 보면 그 마을이 예루살렘 부근에 있는 베다니라는 마을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마을에 사는 마르다라는 여자가 주님을 자기 집으로 영접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녀가 주님 일행을 영접했다는 표현에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녀의 집에 주님이 잠시 머무시도록 허락한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존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정성껏 대접하고 싶어서 주님을 영접했던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볼 때 그녀의 태도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준비하는 것이 많아 마음이 분주했다고 성경은 소개하고 있지 않습니까? 주님이 무엇 때문에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시는지 그녀가 그 목적을 분명히 알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녀가 주님을 지극히 잘 대접하고 싶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의 동생 마리아의 태도였습니다. 그녀가 눈 코 뜰 사이 없이 바쁘게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서 조용히 주님의 말씀을 듣고만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광경은 이천 년 전 베다니 마을에서만 볼 수 있었던 광경은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서 오늘 우리 교회 안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단순히 주방에서 봉사하는 것만 가리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나 지금이나 교회 안에는 다양한 형태의 섬김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주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기 위해서 요구되는 봉사와 섬김은 그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자기와 다른 섬김의 태도나 방식에 대한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동생 마리아의 태도가 그 순간만큼은 매우 못마땅했습니다, 때문에 그 순간 가장 귀한 손님으로 오신 주님의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바로 그 귀한 주님을 상대로... 그녀가 뭐라고 말했습니까?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 주라 하소서!”(눅 10:40) 처음에는 동생의 태도가 못마땅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동생을 꾸짖지 않으시는 주님도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뭐가 잘못되었어도 크게 잘못된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러자 주님은 차분하게 그녀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눅 10:41~42) 귀한 손님으로 오신 주님을 잘 대접하기 위해서 애쓰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선한 목적 때문에 마음이 분주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행여나 동생을 비난하고 더 나아가 주님께 투정을 부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셨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것은 접대를 받으시는 주님의 마음이 아니겠습니까? 평소 같았으면 마르다의 생각이 더 옳다고 말씀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절한 예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사병으로 군복무를 할 때 경험한 일입니다. 황규식 장군이 군단장으로 근무했던 춘천 2군단 사령부에서 근무할 때 가장 꼴불견이었던 것이 무엇인지 압니까? 바로 예수쟁이들의 행태였습니다. 우리는 행정병들이었기 때문에 일과 시간에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일과 후나 공휴일에 여러 가지 사역에 동원될 때 그들은 꼭 예배당에 간다고 빠지는 것이었습니다. 얌체도 그런 얌체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저는 마르다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입장에서 볼 때 그런 마리아가 얼마나 얄밉고 또 괘씸했겠습니까?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했으면 그렇게 함부로 불평을 하거나 투정을 부리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십자가 죽음이라는 가장 비참한 방법으로 이 세상을 떠날 순간을 주님은 바로 눈앞에 두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입장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때까지도 제자들은 자신들이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요한복음 4장 35절 말씀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까? “너희는 넉 달이 지나야 추수할 때가 이르겠다 하지 아니하느냐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눈을 들어 밭을 보라 희어져 추수하게 되었도다.”

   또한 더욱 안타까운 것은 모든 일을 정리하고 마무리해야 할 순간에도 주님의 말씀을 듣고 또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제자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그런 반응을 보시면서 주님은 삼 년 동안 애쓰고 수고하신 것이 다 헛수고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자괴감 비슷한 느낌을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리아가 주님의 발치에 앉아서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녀는 그런 기회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그녀를 보시면서 주님이 얼마나 기쁘셨겠습니까? 얼마나 흡족하셨겠습니까?

   사랑하는 62회 신우회원 여러분! 그리고 가족 여러분! 솔직히 말해서 교회는 구원 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섬김의 도리를 실천하기 위해서 모이는 모임입니다. 섬김이 없으면 결코 아니 된다는 말입니다. 주님도 섬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섬기기 위해서 오셨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또한 분명한 것은 섬기는 것 때문에 다른 누군가를 미워하고 공격한다면 그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주님을 잘 섬기기 위해서라도 먼저 주님의 말씀을 잘 듣고 또 잘 배워야 합니다. 겸손히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임으로 말미암아 구원의 주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고 마침내 마지막 심판 때에 그 주님으로부터 좋은 편을 택하였다고 칭찬을 듣게 되는 참으로 복된 여러분 모두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