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주님이 주시는 평화
(2019년 8월 18일 경기고 62회 신우회 월례 예배)
본  문 : 누가복음 12:49~53

   인간은 과연 무엇을 추구하는 존재입니까? 이 질문을 제게 던진다면 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평화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한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마음의 평화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처럼 평화는 온 인류가 추구해 온 가장 귀한 가치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때문에 예수님도 일찍이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마 5:9)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이루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로마가 그 평화를 이루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것을 사람들은 팍스 로마나, 즉 로마의 평화라고 부르지만 그것을 과연 참 평화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창검으로 협박하고 군화발로 짓밟으며 이룬 그 평화, 그리고 수많은 노예들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을 먹고 자란 그 평화를 결코 참 평화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 줄 메시야를 기다려왔습니다. 특히 하나님을 믿는 유대인들은 그 어떤 민족보다 더 간절히 하나님께서 보내 주실 메시야를 기다려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과연 그 메시야가 오셨습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오늘 봉독한 본문 말씀은 바로 그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은 우리를 매우 당황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말씀입니다. 당황스럽지 않다고 하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충격적인 말씀이라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평화를 가져다 줄 메시야를 기다려왔다고 앞에서 말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불을 땅에 던지러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 마태복음 기자는 화평이 아니라 검을 주러 왔다고도 기록하고 있습니다.(마 10:34 참고) 불이나 검은 모두 다 화평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평화가 아니라 분쟁이나 불화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둘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일찍이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요한복음 14장 27절 말씀입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또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요한복음 16장 33절 말씀입니다. “이것을 너희에게 이르는 것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세상이 주는 것과 다르다고 단서를 다셨지만 그래도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평안을 주신다고 분명히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이 말씀을 누구에게 하셨습니까? 왜냐 하면 이 말씀을 시작하실 때 예수님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누가복음 12장 1절 상반절 말씀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 동안에 무리 수만 명이 모여 서로 밟힐 만큼 되었더니” 때문에 베드로가 예수님에게 물었습니다. 41절 말씀입니다. “베드로가 여짜오되 주께서 이 비유를 우리에게 하심이니이까 모든 사람에게 하심이니이까?” 그러자 예수님은 다만 지혜 있고 진실한 청지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이 말씀은 예나 지금이나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입니다.

   하여간 오늘 봉독한 말씀은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예수님이 답답함을 토로하셨다는 점입니다. 50절 말씀입니다. “나는 받을 세례가 있으니 그것이 이루어지기까지 나의 답답함이 어떠하겠느냐?” 여기서 말씀하시는 세례는 우리가 받는 그런 물세례가 아닙니다. 물세례는 이미 세례 요한에게 받으셨습니다. 때문에 그것은 죄인들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지셔야 할 십자가를 가리키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그 십자가는 이미 알고 계셨을 텐데 왜 답답하다고 하셨습니까? 그 대답은 결론적으로 말해서 한 마디로 하나님 나라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공생야 사역을 시작하시면서 맨 처음 말씀하신 것도 바로 하나님 나라입니다. “이 때부터 예수께서 비로소 전파하여 이르시되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 하시더라.”(마 4:17) 가난한 자가 복되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도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사실에 근거할 때 비로소 설득력이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통치는 생명 사건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 하나님의 통치 앞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소중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사소한 것이 되고 맙니다. 반대로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 소중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예수님의 그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그 말씀을 전혀 믿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복음서를 보면 주로 유대인 종교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배척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바리새인들, 사두개인들, 율법 학자들 그리고 제사장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불의한 재판을 받으시고 결국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습니다. 예수님의 생애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시다가 유대인들에게 배척을 당하시고 죽임을 당하시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렇게 볼 때 예수님이 답답하시다고 하신 것이 어느 정도 공감이 되지 않습니까?

   그 답답한 마음이 49절 말씀에서는 더욱 강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내가 불을 땅에 던지러 왔노니 이 불이 이미 붙었으면 내가 무엇을 원하리요?” 불은 심판에 대한 표현으로 종종 사용됩니다. 그렇습니다! 심판은 한 편으로 생명을 얻는 것이고 구원을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구원이야말로 하나님 나라 사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볼 때 예수님이 불을 던지러 오셨다는 말씀은 생명을 구원하는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것을 전하러 오셨다는 말과 같은 뜻의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그 분명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니 예수님으로서는 답답하실 수밖에 없었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불은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 나라가 바로 그렇습니다. 51절 말씀은 그 사실을 매우 역설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내가 화평을 주려고 온 줄로 아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도리어 분쟁하게 하려 함이로라.” 하나님 나라는 평화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분쟁의 나라처럼 묘사되고 있습니다. 52절 말씀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그 나라 때문에 사람들이 다투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53절 말씀에서는 가족들끼리도 분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예수님은 왜 평화가 아니라 분쟁을 주러 오셨다고 말씀하셨습니까? 그 까닭은 하나님 나라는 거짓 평화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짓 평화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거짓 평화를 오늘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라!”는 강요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몇 년 전 침몰하는 세월 호 선실에 남아 있던 수백 명의 학생들도 “가만히 있어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도 일반 신자들은 문제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평화를 위해서 그냥 덮어 둡시다!”는 말 한 마디가 모든 것을 잠재우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힘으로 침묵시키는 것은 거짓 평화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돈이나 권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것은 자신을 속이는 거짓 평화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하나님 나라는 거짓 평화가 아니라 그에 맞서서 싸우는 분쟁과 불화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신우회원 여러분! 그리고 함께 예배드리는 가족 여러분! 우리가 거짓 평화에 맞서서 싸워야 한다면 과연 그 범위는 어디까지 해야 합니까? 여기저기 쫓아다니면서 모든 상황에 대해서 다 싸울 수는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면 됩니다. 52절, 53절 말씀에서 거론되고 있는 분쟁이라는 것도 지극히 일상적인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들이 아닙니까? 거창하게 세계 평화를 부르짖지 않아도 좋다는 말입니다. 다만 사람을 죽이는 거짓 평화를 단호히 거부하고 주님이 앞서 가신 십자가의 그 길을 끝까지 따라 가는 참된 평화의 사도들이 다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