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위의 것을 찾으라!
(2021년 2월 21일 경기고 62회 신우회 월례 예배)
본  문 : 골로새서 3:1~4 

   사도 바울은 오늘 우리에게 위의 것을 찾으라고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위는 도대체 어디를 가리키는 것입니까? 그가 말하는 위는 바로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삶의 깊이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삶의 깊이란 또 무엇입니까? 사물에는 표면과 깊이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삶의 표면에 불과하고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삶의 깊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 해바라기 씨가 있습니다. 겉으로 볼 때에는 아주 작은 물체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심으면 거기서 정말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그 새로운 세계는 씨앗 속에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밖으로 드러납니다. 숨어 있는 그 세계가 바로 씨앗의 깊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사물과 우주와 인간의 모든 역사에는 우리가 다 파악할 수 없는 깊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깊이는 감추어져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에게만 보이게 마련입니다.

   사도 바울도 우리의 생명이 하나님 안에 감추어져 있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는 너희가 죽었고 너희 생명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안에 감추어졌음이라.”(골 3:3) 우리의 생명이 하나님 안에 감추어져 있다는 말은 씨앗 속에 꽃이 감추어져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영혼이 살아 있는 사람은 씨앗을 단순히 씨앗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 안의 꽃을 상상하고 기다립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 안에 감추어진 생명을 찾고 기다립니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잘 먹고 잘 사는 일에만 집착하는 사람과 미래의 새 생명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 중 누가 더 현실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까?

   하나님 안에 생명이 감추어져 있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 하나는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생명이 감추어져 있다는 말이 와 닿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는 매일 죽습니다. 우리의 기억도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다 죽는 과정입니다. 살아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죽음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다시 산다는 사실입니다. 너희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리심을 받았으면 이라고 한 말은 우리의 몸이 다시 젊어진다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죽지 않는다는 것도 아닙니다. 씨에서 나온 꽃이 씨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듯이 우리도 전혀 다른 생명으로 변화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미 다시 살리심을 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바로 우리가 다시 살리심을 받았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오직 이 한 가지 사실을 증언하는 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도 다시 살리심을 받았다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다시 산다는 성경의 표현은 지금의 삶으로 소생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아직 부활의 실체가 무엇인지 다 알지 못합니다. 부활 생명은 하나님 안에 감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 변화된 생명의 미래가 사도 바울이 말하는 위의 것이며 하나님 안에 감추어진 생명입니다.

   이런 말이 믿기 어렵다면 최소한 다음의 사실만은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주님이 경험하셨던 생명을 똑같이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님처럼 사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 길을 선택하고 싶지 않습니까? 그것이 가장 의미 있는 삶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위의 것을 찾는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사도 바울은 그 대답을 좀 더 풀어서 말합니다. “위의 것을 생각하고 땅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 자칫 위의 것과 땅의 것을 분리하라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생각은 당시의 골로새 지역에 팽배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은 늘 땅의 것을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먹고 마시고 입을 것을 걱정하고 그것을 독점하려고 과도한 경쟁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땅의 것에 충실하면 위의 것, 즉 하나님 안에 감추어진 생명과 거리가 멀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땅의 것에 묶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문제입니다. 위의 것은 아직 우리에게 오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하나님 안에 감추어져 있을 뿐입니다. 앞에서 말한 씨앗의 상태입니다. 꽃이 피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아프고 외롭고 또 짜증이 납니다. 삶이 무료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합니다. 수도원에 들어가지 않고 세상에서 사는 한 이런 긴장과 갈등에서 벗어날 방도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오늘 사도 바울도 위의 것을 찾으라고 했지 찾으면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찾으라는 말에서 찾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쉽게 말해서 주님이 선포하신 하나님의 나라를 좀 더 진지하게 대하고 땅에서 요구받는 것을 느슨하게 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여기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가 있습니다. 그가 직원들과 함께 상생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그는 위의 것을 찾는 사람입니다. 그렇지 않고 자기 기업을 키우는 것에만 마음을 두고 있다면 그는 땅의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사랑하는 경기고 62회 신우회원 여러분! 그리고 함께 예배드리는 가족 여러분! 위의 것을 찾는 삶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위의 것을 찾아야 한다고 누가 우리를 강요하는 것도 아닙니다. 억지로 그렇게 살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야 실제로 삶이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비로소 충만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친구가 많고 돈이 많고 즐거운 취미 활동이 아무리 많아도 그것이 우리의 갈급한 영혼을 채우지 못합니다. 비록 오늘 우리의 삶이 여러 가지로 힘들고 또 어려워도 하나님 안에 감추어진 생명을 소망하며 끝까지 주님이 앞서 가신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는 복되고 충성스러운 주님의 참 제자들이 다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