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2021년 4월 18일 경기고 62회 신우회 월례예배)
본   문: 요한복음 20:24~29

   5남매 형제들 가운데 몸이 가장 약한 제가 어쩌다 보니까 제일 오래 살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언제라도 맞을 수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기 위해서 2년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뇌사 시 장기, 인체조직, 그리고 각막을 기증하겠다고 등록했습니다.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지만 인체조직이나 각막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여간 누군가를 위하여 몸의 일부를 내어줌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할 것 같으면 아마 그 일을 평생 잊지 않고 늘 감사하며 살아가게 될 것 아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자기 몸을 내어주신 주님의 은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주님의 사랑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초대교회로부터 지금까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이 사망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사건을 기억하며 예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요한복음 20장 19절 말씀은 ‘이 날 곧 안식 후 첫날 저녁 때에’라는 말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라 갈릴리로부터 예루살렘까지 왔던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날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었습니다. 왜냐 하면 이 날 새벽 일찍이 예수님의 무덤을 다녀온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한 여인들을 통해서 예수님의 무덤이 비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요한복음 20장 2절 이하의 말씀을 보면 막달라 마리아에게서 빈 무덤에 대한 소식을 들은 제자들 가운데 베드로와 예수님이 사랑하시던 그 다른 제자도 그 즉시 예수님의 무덤에 달려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무덤 안에 들어가 살펴보았지만 세마포와 머리를 쌌던 수건만 발견했을 뿐 예수님은 만날 수 없었습니다.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실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십자가형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살아서 내려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시신이 사라졌다는 소식은 뭔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불안감만 증폭시켰습니다. 제자들은 너무나 불안해서 예루살렘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해가 질 때까지 문을 걸어 잠그고 한 자리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을 죽인 유대인들이 자기들도 죽일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불안했는지는 모인 곳의 문들이 다 잠긴 상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큰 충격을 받을 것 같으면 그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모든 것으로부터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마음의 문을 닫을 것 같으면 그 때부터 모든 관계는 단절되게 마련이고 또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예수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모든 닫힌 문을 여시고 예수님이 그 자리에 오셨습니다. 죽은 사람은 결코 할 수 없는 일을 예수님이 하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첫 사람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께 죄를 짓고 불안에 떨면서 동산 나무 뒤에 숨어 있을 때 하나님께서 먼저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담아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마찬가지로 불안에 떨고 있는 제자들 가운데 예수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그렇습니다! 불안에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가장 먼저 주신 메시지는 바로 평강의 소식, 즉 샬롬이었습니다. 사망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참 평강을 주십니다. 그 평강은 하늘로부터 오는 평강입니다. 그리고 그 평강은 피조 세계와 더불어 평화를 누릴 때에 비로소 경험할 수 있는 평강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먼저 손과 옆구리를 보이신 이유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부활을 증명하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께서 또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 20:21) 이어서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하시고 그들을 향하여 숨을 내쉬며 이르시되 성령을 받으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사하면 사하여질 것이요 누구의 죄든지 그대로 두면 그대로 있으리라 하시니라.”(요 20:22~23)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은 완전히 변화되었습니다. 살아 역사하시는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없었던 도마는 다른 제자들의 증언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그가 말했습니다.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 하니라.”(요 20:25 하반절) 그는 하나님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현대인들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믿지 못한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습니까? 그것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 안에서 모든 것을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 도마에게 예수님이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못 자국 난 손과 옆구리를 그에게 보여 주시면서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는 자신이 믿는 것과 믿지 못하는 것을 분명하게 알았습니다. 때문에 그는 믿지 못하는 것을 믿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정직하게 간구했습니다. 오늘 우리도 도마처럼 간구할 때 주님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찾아 오셔서 못 자국 난 손을 보여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믿을 때까지 오래 참으실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의 놀라운 사랑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경기고 62회 신우회원 여러분! 그리고 함께 예배드리는 가족 여러분! 주님은 주님을 믿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계속 찾아오실 것입니다. 그리고 믿을 때까지 부활하신 뚜렷한 증거를 보여 주실 것입니다. 왜냐 하면 믿음이 부족하여 참된 평강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 모두로 하여금 믿음 없는 자가 아니라 믿는 자가 되게 하시려는 계획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지금도 동일하게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그 주님과의 인격적인 만남과 사귐을 통해서 주님을 온전히 믿는 자가 되어 그 주님이 주시는 풍성한 은혜와 평강을 지금 여기서부터 마음껏 받아 누리는 참으로 복된 부활의 증인들이 다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