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2021년 6월 20일 경기고 62회 신우회 월례 예배)
본  문 : 마태복음 5:21~24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일 년 이상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심한 공포심과 함께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어떤 개인에게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어서 그 문제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양극화로 인한 다양한 계층 간의 갈등이 계속 확산되고 있지 않습니까? 

   불안한 마음이 다른 사람을 향한 분노로 표출되고 그런 미움과 증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이 시대를 사람들은 분노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과연 이런 시대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습니까?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님은 과연 이와 같이 심각한 갈등 구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주님은 먼저 형제에게 노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노하지 말고 욕도 하지 말라고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옛 사람에게 말한 바 살인하지 말라 누구든지 살인하면 심판을 받게 되리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마 5:21~22)

   주님은 "살인하지 말라."는 옛 계명에 대하여 한 걸음 더 나아가 "분노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은 특히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라는 말로 주님의 말씀을 강력히 지켜야 할 의무로 제시하셨습니다. 사실 살인하지 말라는 말은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결코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는 말입니다. 반면에 주님의 말씀은 다툼과 폭력,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진짜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라가"란 말은 아람어로 "바보, 얼간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라고 합니다. 사실 사람이 살다 보면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그쳐야 합니다. 우리 속담에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그 화를 드러내지 말아야 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정말 수습이 어렵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내가 살짝 참으면 아무 문제도 없는데 화를 내면 그 때부터는 수습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을 우리도 다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특히 주님은 형제에게 노하는 것을 금지하셨습니다. 심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하지 말아야 합니다. 여기서 형제란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신우회원이나 출석교회 교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님이 말씀하시는 심판도 세상 법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심판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화를 내는 것에서 출발해서 형제에게 몹쓸 욕을 할 경우 주님은 지옥 불이라고 하는 참으로 무서운 심판을 경고하셨습니다. 누구 남을 위해서 화를 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욕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나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결코 형제에게 화를 내서는 아니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사실 분노는 구약에 자주 언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님의 요구는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요구가 새로운 것은 옛 법과 주님의 가르침을 비교하며 제시하신 것에 있습니다. 주님은 임박한 하나님 나라의 빛에서 그 뜻을 밝히셨으므로 노하는 것을 금지하신 것이 단순히 대인 관계에 제한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모든 일에 있어서 노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오늘 우리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의 십자가는 화목의 십자가, 화해의 십자가입니다. 그 주님이 형제에 대한 분노 금지를 명하신 후 이어서 화목을 말씀하신 것은 부정적인 형태로 주어진 가르침을 형제 사랑이라는 긍정적인 형태로 완성하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말씀은 현실적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것입니다. 다만 그 말씀이 지나친 과장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형제와 더불어 화해할 것을 주님은 강조하셨습니다.

   주님은 임박한 하나님의 나라라는 관점에서 전통적인 하나님의 법에 대해서 매우 급진적인 것을 주문하셨습니다. 오늘 현실 세계에서 주님의 이런 가르침이 과연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형제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적어도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교회라는 공동체에서는 주님의 이 말씀들이 그대로 실현되는 것을 기대해도 좋지 않겠습니까?

   주님은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사람들에게도 분노가 아닌 용서를 선언하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 23:34 상반절) 주님은 말씀만 하신 것이 아닙니다. 주님은 실제로 그 말씀을 실천하셨습니다.

   주님의 요구는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이 아닙니다. 물론 약간 지나친 요구처럼 들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화를 내고 욕을 하는 것의 결과를 생각하면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는 주님의 요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형제에게 화를 낸다고 해서 엄한 심판을 받게 되고 또 형제에게 심한 욕을 한다고 해서 지옥 불에 던져질 것 같으면 그처럼 크게 손해 보는 일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차라리 화를 좀 참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사랑하는 62회 신우회원 여러분! 그리고 함께 예배드리는 가족 여러분! 형제에게 화를 내지 말고 욕도 하지 말라는 주님의 요구는 정말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형제와 더불어 화목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길은 우리 주님이 십자가로 이미 활짝 열어 놓으셨습니다. 비록 지금 세상은 우리를 심히 분노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제와 더불어 화목한 삶을 살면서 주님이 주시는 하늘의 복을 지금 여기서부터 풍성하게 받아 누리는 참으로 충성스러운 주님의 제자들이 다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