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평안과 믿음을 겸한 사랑
(2021년 10월 17일 경기고 62회 신우회 월례 예배)
본  문: 에베소서 6:23~24

   지금 온 세상이 평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려오는 것은 전쟁과 파괴의 소식뿐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랑이 실종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은 없습니까? 왜 없겠습니까? 사랑을 회복하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우리가 참 평화를 얻기 위해서 먼저 참 사랑을 회복해야 합니다.

   세상의 평화는 힘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나라마다 막대한 돈을 국방 예산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저마다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힘이 있는 나라가 되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평화는 참 평화가 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그 평화는 누구에게나 유용한 평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평화는 힘이 있는 자들의 그들만을 위한 평화이기 때문입니다.

   팍스 로마나, 로마의 평화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기원전 1세기 말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 이후 약 이백 년 간 이어진 시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 로마의 평화는 참 평화가 될 수 없었습니다. 로마의 평화는 힘이 없는 자들을 희생시켜 얻은 평화였기 때문에 참 평화가 될 수 없었습니다.

   참 평화는 자기 희생을 전제로 합니다. 평화라는 말은 힘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여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자기 희생이라는 조건이 있습니다. 자기 희생은 사랑의 본질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참 평화는 사랑을 전제로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평화의 뿌리는 사랑이요 사랑의 열매가 곧 평화입니다.

   이사야 11장은 메시야가 도래하면 그 때 참 평화의 나라가 회복될 것임을 밝히는 말씀입니다. “그 때에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사 11:6~7)

   여러 동물이 등장하는데 강자와 약자가 함께 있습니다. 약자와 강자가 함께 잠을 자고 함께 놀고 함께 지냅니다. 여기서 특히 주목을 끄는 표현이 있는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는다는 것입니다. 소가 육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자가 초식을 합니다. 약자가 강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강자가 약자가 됩니다. 힘이 있는 자가 힘이 없는 자의 친구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참 평화의 본질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평화의 왕이 되시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영원히 강자이신 하나님이 영원히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스스로 약자가 되셨습니다. 그리고 그 인간을 위해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습니다. 그리하여 인간을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셨습니다.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도 화목하게 하셨습니다. 이 그리스도의 평화는 주님의 온전한 자기 희생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때문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평화의 실천자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제자들에게 찾아오셔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요 20:19) 그들은 주님을 버린 배신자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은 제자들을 찾아 그들에게 평화를 선포하셨습니다. 그들을 꾸짖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평화를 선포하셨습니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 20:21)

   주님은 제자들에게 사명을 주셨습니다. 그 사명은 바로 평화의 사도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으로 자신을 희생시켜 사람과 사람 사이,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 평화를 이루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주님의 십자가 보혈의 은혜로 구원을 받았다고 고백하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때문에 평화의 사도가 되어야 할 우리가 반목과 갈등과 분쟁을 조장하고 있다면 어떻게 그 주님의 제자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평화의 사도가 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한 가지 있습니다. 주님의 사랑을 자각하고 그 사랑에 매인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주님이 베드로에게 물으셨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요 21:15) 주님이 그에게 이렇게 물으셨어야 맞는 것 아닙니까? “시몬아 네가 내 어린 양을 더 사랑하느냐?” 그런데 주님은 “네가 나를 더 사랑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왜 그렇게 물으셨습니까?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자가 주님의 양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만이 주님의 양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때문에 이제 나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사람이 자신의 몸과 마음부터 갈고 닦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보여 주는 말입니다. 나부터 시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시작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왜 하지 않는지 따지지도 않습니다. 자신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고 먼저 화해를 요청하고 먼저 희생합니다. 그 까닭은 주님의 은혜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먼저 내게 찾아오시고 먼저 내게 손을 내미시고 먼저 나를 사랑하신 주님의 은혜 때문입니다. 그 놀라운 은혜 때문에 내가 먼저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경기고 62회 신우회원 여러분! 그리고 함께 예배드리는 가족 여러분! 오늘 우리는 정말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믿음을 겸한 사랑입니다. 또한 그 사랑을 기초로 한 참 평화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은 바로 주님의 은혜와 사랑입니다. 주님의 놀라운 은혜에 감사하며 그 사랑을 가지고 이 땅 위에 참 평화의 나라를 건설하는 복되고 충성스러운 믿음의 용사들이 다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