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

(2022년 3월 20일 경기고 62회 신우회 월례 예배)
본  문 : 요한복음 2:13~19

   예나 지금이나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가장 집착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체로 세 가지로 대답합니다. 첫째, 예배당 건물의 크기, 둘째, 세례 교인의 숫자, 그리고 교회의 예산액이 바로 그 세 가지입니다. 성공적인 목회는 예배당 건물의 크기, 교인 숫자와 예산액에 비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예배당 건물이 커지면 다른 두 가지도 자연히 따라온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예배당 건물이 마치 목회의 본질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중세 교회가 성당 건축에 집착하며 면죄부를 팔았던 것과 다를 바 없는 잘못이라는 사실입니다. 괜히 종교 개혁자들이 그토록 분노하며 개혁을 부르짖었던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오늘 봉독한 본문 말씀을 보면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셨을 때 매우 진노하셨습니다. 성전은 유대인들의 삶과 신앙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성전이 완전히 장바닥이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이방인의 뜰을 장사꾼들과 환전상들로 가득한 장터로 만들었습니다. 소와 양, 비둘기 같은 짐승들의 소리로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또 짐승들의 배설물로 악취가 코를 찔렀을 것입니다. 거룩한 하나님의 집이 도떼기시장 같이 되어 버렸다는 말입니다.

   원래 합법적인 제물 매매 시장은 감람 산에 네 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대한 이권이 생기자 제사장 안나스 때에 와서 그것을 이방인의 뜰로 옮겼습니다. 역사가 요세푸스는 그의 책에 ‘안나스의 장터’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 광경을 보시고 예수님이 얼마나 화가 나셨겠습니까? 예수님은 채찍으로 소와 양을 쫓아내셨습니다. 그리고 돈 상자를 엎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을 여기서 가져가라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요 2:16) 하나님의 집과 장사하는 집이 결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성전은 하나님 아버지의 집이요 사랑과 희생이 있고 성령과 믿음의 원리가 지배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복을 받는 곳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장사하는 곳인 시장은 어떻습니까? 사람들이 뭔가를 얻고자 하는 욕심이 가득한 곳이 시장이 아닙니까? 서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불신의 원리가 지배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예수님은 거룩한 성전을 더럽히는 그런 모습에 매우 분노하시지 않을 수 없으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성전을 정화하셨을 때 아무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세운 시스템을 거부하시는 예수님에게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네가 이런 일을 행하니 무슨 표적을 우리에게 보이겠느냐?”(요 2:18)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따지며 대들었던 것을 보면 그들은 보통 사람들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성전에 관련한 일을 하는 일종의 성전 관리자들이었던 것 같다는 말입니다.

   그들은 "무슨 표적을 우리에게 보이겠느냐?", "네가 진짜 선지자라면 그 표적을 한 번 보여 달라."고 하며 대들었습니다. 본래 표적은 진짜 선지자와 가짜 선지자를 구별하는 전통적인 방법이었습니다. 때문에 성전 관리자들이 예수님에게 "도대체 네가 뭔데 이런 짓을 하느냐?", "네가 그리스도라도 되느냐?"라며 예수님에게 대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이 그들에게 대답하셨습니다. 성전의 참된 의미를 말해 주셨습니다.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요 2:19) 그러나 그들은 엉뚱한 말로 되물었습니다. “이 성전은 사십육 년 동안에 지었거늘 네가 삼 일 동안에 일으키겠느냐?”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예수님을 미쳤다고 비난하며 공격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은 성전의 진짜 주인이신 예수님 자신을 가리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때문에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잘못된 생각을 고치라는 말씀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이 죽으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서 영원한 생명을 주실 것이라는 말입니다. 오늘도 교회가 생명을 살리는 능력이 없이 예배당 건물만 크고 화려하게 짓는다면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이 진짜 성전이라는 사실을 오늘 우리도 잊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경기고 62회 신우회원 여러분! 그리고 함께 예배드리는 가족 여러분! 예수님이 헐라고 말씀하신 것은 눈앞에 서 있는 예루살렘 성전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잘못된 유대인들의 마음의 성전을 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잘못 세워진 마음의 성전을 헐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지금 즉시 허물 것 같으면 주님이 친히 다시 세워 주실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에 주님의 성령이 충만하게 임하실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 주님의 성령을 모시고 그 뜻대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충성함으로 말미암아 장차 “잘했다!” 칭찬을 듣게 되는 참으로 복된 주님의 제자들이 다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