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낮은 자에게 임한 놀라운 은혜

(2022년 4월 17일 경기고 62회 신우회 월례 예배)
본   문: 요한복음 20:11~18

   오늘은 대부분의 교회들이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축하하는 금년도 부활 주일입니다. 주님의 이 부활 사건은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입니다. 때문에 기독교 신앙의 가장 핵심적인 사건임과 동시에 복음의 진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찍이 사도 바울도 분명히 강조하지 않았습니까? 고린도전서 15장 13절부터 15절까지 말씀입니다. “만일 죽은 자의 부활이 없으면 그리스도도 다시 살아나지 못하셨으리라 그리스도께서 만일 다시 살아나지 못하셨으면 우리가 전파하는 것도 헛것이요 또 너희 믿음도 헛것이며 또 우리가 하나님의 거짓 증인으로 발견되리니 우리가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다시 살리셨다고 증언하였음이라 만일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는 일이 없으면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다시 살리지 아니하셨으리라.” 그렇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역사적 사건이었음이 분명하지만 지금도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계속해서 일어나야 하는 믿음의 사건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오늘 봉독한 본문 말씀은 막달라 마리아가 부활하신 주님을 맨 처음 만난 사실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20장 1절 이하의 말씀을 볼 것 같으면 그녀가 안식 후 첫날 이른 아침에 주님의 무덤을 찾아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그 무덤이 비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 즉시 제자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무덤에 달려가 무덤이 빈 것을 확인했지만 그들은 부활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자기들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그 무덤을 떠나지 않고 밖에 서서 계속 울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구부려 그 안을 들여다보니 흰 옷 입은 두 천사가 거기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천사들이 울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여자여 어찌하여 우느냐?”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사람들이 내 주님을 옮겨다가 어디 두었는지 내가 알지 못함이니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뒤로 돌이켜 예수께서 서 계신 것을 보았지만 그분이 주님이신 줄은 알지 못했습니다. 주님이 그녀에게 물으셨습니다. “여자여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 그녀는 그분을 동산지기인 줄 생각하고 대답했습니다. “주여 당신이 옮겼거든 어디 두었는지 내게 이르소서 그리하면 내가 가져가리이다.”

   그러자 주님이 그녀를 이름으로 부르셨습니다. “마리아야!” 그녀는 그 음성을 듣자 돌이켜 히브리 말로 “랍오니!”라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주님이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붙들지 말라 내가 아직 아버지께로 올라가지 아니하였노라 너는 내 형제들에게 가서 이르되 내가 내 아버지 곧 너희 아버지, 내 하나님 곧 너희 하나님께로 올라간다 하라.” 그리하여 그녀는 누구보다 먼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뵐 수 있었고 그 주님이 하신 말씀대로 제자들에게 가서 “내가 주를 보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의 부활이라는 매우 극적인 상황에서 왜 막달라 마리아라고 하는 비천한 여인이 제자들을 그 부활의 현장으로 인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녀가 어째서 주님의 부활의 증인이라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되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부활은 죽음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죽음이 없는 부활이란 그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죽음이란 생물학적인 죽음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우리가 삶 속에서 피하고 싶은 지극히 낮아짐을 가리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낮아짐이란 단순히 겸손을 가리키는 것도 아닙니다. 인생은 때로는 시궁창 같은 데로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 옛날 막달라 마리아의 처지가 한때 그랬습니다. 일곱 귀신이 들렸던 그녀는 한때 사람들에게 완전히 배척당했습니다. 아마 그랬기 때문에 그녀는 안식 후 첫날 이른 아침에 향유를 가지고 누구보다 먼저 주님의 무덤을 찾아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은혜는 높고 귀한 자가 아니라 낮고 천한 자에게 임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활하신 주님을 맨 처음 만나 뵙는 영광스러운 기회가 교만한 자, 스스로 똑똑한 자, 하나님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착각하는 자가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처럼 지극히 낮고 천한 자에게 임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믿음의 사람들이 평소에 너무나 많이 듣는 말이기는 하지만 사실 실생활에서는 너무나 쉽게 놓치는 진리가 아닌가 싶다는 말입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지극히 낮고 천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그녀에게서 일곱 귀신을 쫓아내신 후 그녀는 자기의 소유로 주님을 섬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제자들이 다 도망쳤지만 주님의 십자가 곁에서 끝까지 주님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리마대 요셉의 무덤에 주님의 시신이 안치되는 것을 보고 안식 후 첫날 이른 아침 그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그 때문에 부활하신 주님을 가장 먼저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도 가장 낮은 삶의 자리에서 주님을 만나 뵐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사실 성경에는 여러 명의 마리아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베다니에 사는 나사로의 누이 마리아,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 요한 마가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본문 말씀에 등장하는 막달라 마리아 등 모두가 좋은 주님의 제자들이었지만 부활하신 주님을 최초로 만나 뵈옵고 이야기를 나눈 막달라 마리아가 그들 중 가장 비천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그녀가 가장 크고 놀라운 은혜를 받고 큰 영광을 하나님 아버지께 돌리지 않았습니까?

   사랑하는 경기고 62회 신우회원 여러분! 그리고 함께 예배드리는 가족 여러분! 주님의 부활은 역사적 사실인 것은 분명하지만 역사적 사실로만 남아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부활은 그 옛날 막달라 마리아처럼 낮은 자세로 살아가는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경험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십자가를 지고 앞서 가신 주님을 바라보며 그 뒤를 따라감으로 말미암아 마침내 그 주님의 부활의 증인으로 발견되는 참으로 겸손하고 또 충성스러운 주님의 제자들이 다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