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2023년 2월 19일 경기고 62회 신우회 월례 예배)

본  문 : 누가복음 9:28~36

   누가복음 9장 18절 이하의 말씀을 보면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어떤 질문을 하신 것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질문은 바로 “무리가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는 우리가 다 잘 아는 질문이었습니다. 제자들이 대답했습니다. “세례 요한이라 하고 더러는 엘리야라, 더러는 옛 선지자 중의 한 사람이 살아났다 하나이다.” 예수님이 다시 질문하셨습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그러자 베드로가 대답했습니다. “하나님의 그리스도시니이다!” 그 대답을 들으신 예수님이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이르지 말라고 단단히 경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제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제삼일에 살아나야 하리라.” 그 말씀을 들은 제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 모두들 눈앞이 캄캄해졌을 것입니다. 이제는 때가 무르익어 예수님이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시고 영광스러운 보좌에 앉으실 것이라고 기대했던 제자들로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씀이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이어서 진정한 의미의 제자의 도리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그리고 며칠 후 예수님은 제자들 중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올라가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그 용모가 변화되고 그 옷은 희어져 광채가 났습니다. 

   예수님이 그와 같이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하시던 순간 제자들은 문득 두 인물이 등장하여 예수님과 대화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율법과 선지자를 상징하는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장차 예루살렘에서 예수님이 맞이할 별세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여기서 예수님의 별세란 출애굽과 같이 먼 길을 떠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육신의 죽음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이 가셔야 할 길은 십자가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예루살렘이었습니다. 그리고 모세와 엘리야와의 대화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자체가 율법과 선지자를 완성하는 해방의 복음인 것을 확증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베드로가 말했습니다. “주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사이다.” 안전이 보장된 것처럼 보이는 그 현장에 초막 셋을 짓고 살고 싶다는 아주 합리적인 제안 같았습니다. 

   그러나 누가복음 기자는 그의 제안이 잘못된 제안이라고 분명히 지적했습니다.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도 알지 못하더라.”(눅 9:33 하반절) 베드로는 안타깝게도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수난을 예고하셨고 더 나아가 십자가 죽음까지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예수님을 향하여 그리스도시라고 고백한 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수난의 의미를 그는 전혀 깨닫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구름이 와서 그들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그 구름 속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에서 들려왔던 소리와 같았습니다. “이는 나의 아들 곧 택함을 받은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그 때 그 말씀과 차이가 있다면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는 명령이 추가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겠다는 예수님의 기도는 응답되었습니다. 고난의 종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갈 길이 분명해졌습니다. 산상 변모 사건의 하이라이트는 모세와 엘리야가, 그리고 마지막에 하나님 아버지께서도 십자가 죽음의 길을 가라고 말씀하신 데 있습니다. 

   과연 산 위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화하신 예수님은 산 아래 고난과 죽음의 현장을 향하여 내려가셨습니다. 아쉽게도 제자들은 여전히 예수님의 신분과 사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그들은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그 모습에 취한 채 산 위의 상황에 머물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그 영광의 현장에서 제자들에게 들려온 하늘의 소리가 요구한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그렇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그 마지막 명령의 말씀을 들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들으라는 것은 단지 귀로 듣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 말씀을 실행하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마지막 명령은 과연 어떤 것입니까? 무엇보다 먼저 자기를 부인하라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보이지만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주문입니다. 그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라는 것입니다. 어쩌다 한두 번이 아닙니다. 날마다 지라고 주문하신 것은 그만큼 제 십자가를 계속해서 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십자가를 지고 앞서 가신 주님을 따라가야 합니다. 의지적으로 죽으라는 명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62회 신우회원 여러분! 그리고 함께 예배 드리는 가족 여러분! 예수님의 길이 십자가 죽음의 길에서 구체화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어떤 이유로도 세상을 등진 방주 같은 것이 되려고 해서는 아니 됩니다. 예수님은 영광의 절정에서 고난과 죽음의 현장으로 기꺼이 내려가셨습니다. 그 주님의 뒤를 따르는 우리도 역시 성숙한 믿음의 모습을 산 아래 지극히 고통스러운 삶의 자리에서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뒤따르는 참으로 복되고 충성스러운 주님의 제자들이 다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