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믿는 자가 되라!”

(2023년 4월 16일 경기고 62회 신우회 원례 예배)

본  문 : 요한복음 20:24~29

   안식 후 첫날 저녁 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오셔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그런데 마침 그 자리에 도마는 없었습니다. 여드레가 지난 후 도마도 함께한 그 자리에 예수님께서 다시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도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본문 27절 말씀입니다.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그러자 도마가 말했습니다. “나의 주님이시오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나를 본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오늘 우리도 무조건 그를 믿음이 없다고 비난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상황에서는 믿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었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사실 다른 제자들도 부활하신 주님을 직접 보기 전에는 믿지 못했습니다. 그들도 문을 닫고 숨어 있지 않았습니까? 막달라 마리아가 이미 “내가 주를 보았다.”(요 20:18)고 말한 후였음에도 불구하고... 하여간 도마는 주님의 부활을 믿으려면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절차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예수님의 손에 난 못 자국을 보아야 합니다. 둘째,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어서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손을 예수님의 옆구리에 넣어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확실하다는 것이 드러나면 도마도 다른 제자들의 말을 믿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마의 그런 태도는 결코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도마에 관한 이야기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려는 그를 책망하려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강조하려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손과 옆구리를 그에게 보이시면서까지 전하시려는 예수님의 메시지는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는 것이었습니다. 믿는 자가 되게 하시려고 주님이 도마에게 다시 나타나셨던 것이라는 말입니다. 사도 바울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는 원래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던 유대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복음을 이방인들에게 전하는 일에 온 힘을 다 쏟아 부은 일꾼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가 그렇게 극에서 극으로 달라진 데에는 부활하신 주님을 보았다는 사실이 있었다는 것도 잊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데 주님은 한 마디 덧붙이셨습니다.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들으면 보고 믿는 자는 복되지 못하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원래 부활하신 주님을 본 제자들이 복음 선포의 출처이자 근원이었습니다. 보지 못하고 믿는 자라는 표현은 요한복음이 기록되던 시대의 성도들을 배려한 말씀입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그리고 승천 이후 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기록된 책입니다. 제자들을 비롯한 부활의 증인들은 이미 거의 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시대의 성도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들 앞에는 역사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들은 사도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교회의 역사와 전통 안에서 주님의 부활을 믿어야 했습니다. 그들이 바로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더는 직접 만날 수 없는 자들이지만 믿음의 전통만은 지켜야 했습니다. 오늘 우리도 바로 그런 시대를 살고 있지 않습니까?

   세상은 보고 만질 수 있는 것으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만큼 세상은 신비롭습니다. 일상적인 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여기 사과가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시인은 그 사과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경험합니다. 그 사과는 봄에 꽃이 피고 벌의 수정 과정을 거치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졌습니다. 햇살과 물과 탄소,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벌과 바람이 그 사과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것을 보려면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실증보다 더 깊은 세계는 믿음입니다. 때문에 그 믿음의 깊이로 들어간 사람은 부활하신 주님을 직접 보고 경험한 제자들 못지 않게 복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브리서 11장 1절 말씀은 믿음에 관한 말씀입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라는 그 말씀은 오늘 본문에 나오는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라는 말씀과 같은 맥락의 말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실증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믿음은 인간의 심리 작용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은 믿는다는 심리적 작용에 만족하라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요 그리스도로 믿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믿음으로 사는 사람에게는 예수 그리스도가 삶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은 축소되고 예수 그리스도만 확대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것이 쉬웠다면 성경이 반복해서 그를 믿으라고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특히 부활하신 주님을 직접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이 그 주님을 믿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눅 18:8)는 주님의 말씀은 아주 정확한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경기고 62회 신우회원 여러분! 그리고 함께 예배드리는 가족 여러분! 오늘 우리는 예수님을 그리스도요 하나님의 아들로 믿는 사람들입니까? 그래서 그 주님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까? 직접적인 말로 바꾸면 우리는 지금 자기 자신과 재물이 아니라 하나님을 진정으로 믿고 있느냐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모습이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믿음의 대상이 되시는 부활의 주님께 우리의 삶 전부를 맡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울러 그 주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해야 합니다. 주님은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과 같이 사랑하되 더 나아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분명히 말씀하시고 또 본을 보여 주셨습니다. 친히 십자가를 지신 그 주님을 믿고 그 주님께 삶의 모든 것을 온전히 맡김으로 말미암아 영생을 얻게 되는 참으로 복된 주님의 참 제자들이 다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