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선수 : 김연배, 김명수, 임정재, 구영승, 고승희, 오태선, 박용우

               이병서, 소순곤, 장기범, 연건호, 이태준, 손성일, 장세종

               한석기, 홍유신, 홍창호 (이상 17명)

해설 : 강유근, 이상철, 최은식

빵꾸낸 사람 :  황주경, 박용원, 강택구

진행 : 이승묵

* 우승 :     이병서

* 준우승 :  김연배

* 3위 :      장세종, 이태준

동짓날  눈은 안 오고 음산하게 비가 내린다.

동짓날 장대비가 내리긴 처음이지 싶다. 세상이 완전 개판이다!

꼭 여름 장마철 비오듯 한다.

이 비가 그치면 본격적인 겨울추위가 시작될려나보다. 노인네들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해야지.

33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유기회도 세월앞에서는 속절없이 스러진다.

초창기 30명 가까운 선수들이 모이던 때와는 너무도 다르게 한산하다.

7학년이 되더니 열명 모이기도 쉽지 않다. 몇년이나 더 갈지 모르겠다.

초창기 멤버였던 박승우, 권호석, 김동탁이 멀리 가버렸고 박종수, 배정호, 조원영이 건강이 좋지 않아

같이 어울리지 못하니 그날의 왁자지끌하던 소란과 웃음소리는 허공에 사라지고 이제 추억속에서만

아련히 살아있다.

한석기, 김명수는 며칠전 퇴원한 몸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용감하게 출전했다.

상금타서 병원비에 보탤려나보다. 워낙 민생경제가 안 좋다보니 칠순 노인네들을 이렇게 눈물겹게 만든다.

대전에서 홍창호, 영월에서 오태선, 포천에서 소순곤이 비맞으며 달려왔다. 감투상 줘야겠다.

최근에 합류한 소순곤이 침체일로인 유기회 분위기를 살려주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본다.

말빨도 세고 풍류를 알고 게다가 얼굴만 봐도 먹걸리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기대걸어볼 만하다.

오늘따라 김성기 회장이 일본 딸네집에 갔고 강택구도 딸네집에서 칠순잔치하느라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갔고 이런 연말 행사에 빠지는 일이 없던 황주경이 하필이면 이날따라 손자보느라 못 나오니 내 속이

텅 빈 기분이지만 그래도 의외로 선수들이 많이 나와줘서 분위기는 제법 득시글했다.

내년엔 장기범 사부가 좀 더 자주 나올 수 있겠다니 연건호 사부와 손잡고 다시 한번 꺼져가는 유기회의

불씨를 살려주었으면 좋겠다. 62회에 연건호 사부가 있다는 건 정말 자랑거리다.

내 고향의 부산 촌놈들중에도 우리 연사부를 흠모하는 친구도 있더라. 한판 붙게 해달라고 자꾸 쪼르데.

눈이 너무 침침해서 바둑을 못두겠다고 2~3년전부터 바둑판을 멀리하고 막걸리 마실 시간만 기다리던

김연배가 이날 전승으로 2위를 차지한 것도 매우 놀랍고 고무적이다. 우리가 속은 건가?

초창기 고수멤버 대신 요즘 유기회 버팀목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는 구영승, 임정재, 장세종 아랫것들(?)에게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뜻을 전한다. 특히 장세종이 이번에 3위에 입상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처음이라서.

오랜만에 20명이 모였다.

붕장어 구우면서 소주도 마시고 막걸리도 마신다.

거대한 장어가 가죽처럼 납작하게 벗겨져 숯불위에서 노릇노릇 익는다.

크기로 보아 저 멀리 아주 먼 나라에서 잡혀온 장어같은데 맛은 좋더만.

10명이 길게 마주보고 앉으니 무슨 이야기들을 하는지 다 알 수가 없지만 내 앞에 앉은 이상철이

월남이야기하는 게 너무 웃기고 재미있다. 박용우 해군중위시절 이야기보다 더 재밌다.

이세호장군 따까리하다 실세(?)로 군림했다는 이야기는 대충 눈앞에 그림이 그려진다.

베트남 참전연금 25만원이 머지않아 또 인상된다니 너무 부럽다.

나도 그때 월남에 갔어야했는데....... 아깝다!

고생이야 파병용사보다 전방에서 X뺑이 친 우리가 더 했지 뭐. 안 그래?

연금관리를 유기회에 맡기면 안 되겠나고 물었더니 곧 인상하니까 그때까지 기다리란다. 

20명이 숯불에 붕장어 잘 구워먹고 소주, 막걸리 잘 마셨는데 밥값, 술값은 얼마나 나왔는지 모른다.

내가 계산 안 했으니까.

전직 총동창회장도 현직 동기회장한테는 밀리더만. 역시 현역 프리미엄이 무서워!

동창회장, 동기회장 두 분을 유기회 상임고문으로 모시면 참 좋은데.....

내가 말은 못하겠고.... 정말 좋은데.....

항상 유기회 행사에 호의적인 최은식, 강유근 해설가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한다.

또 한해가 저물어 간다.

다들 건강 잘 건사하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 합시다!

謹賀新年!